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3)대교그룹-타라유통-타라티피에스

2011.09.30 14:40:00 호수 0호

용감한 형제의 수상한 ‘더부살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계열사 아닌데…독립한 동생 회사에 퍼주기
창업 초기 팍팍 밀어준 결과 정상궤도 안착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국내 1위 교육전문 대교그룹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2개(해외법인 제외)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발견된다. 그룹과 별도로 운영되는 ‘방계 기업’타라그룹의 계열사인 타라유통과 타라티피에스에서다. 두 회사는 실적이 거의 대교그룹과 타라그룹에서 나왔다.



오너가 최대주주

1998년 2월 설립된 타라유통은 인쇄용지, 판지, 백상지, 아트지 등 종이전문 도매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타라유통 최대주주는 강경중 타라그룹 회장으로 82.24%의 지분이 있다. 강 회장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문제는 타라유통의 자생 능력이다. 대교·타라 두 그룹에서 밀어주는 물량이 적지 않다. 다만 타라유통이 자리를 잡은 이후 그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타라유통은 타라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간 거래 내용과 함께 “회계기준서상 특수관계자는 아니나 당사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에 대한 주요거래 내역”이라며 대교와의 거래도 공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타라유통은 사업 초창기인 2001년 매출 399억원 가운데 54%인 217억원을 대교(187억원)·타라(30억원)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445억원, 418억원의 매출을 올린 2002년과 2003년에도 대교·타라로부터 각각 259억원(대교 206억원·타라 53억원), 210억원(182억원·28억원)의 물량을 넘겨받아 의존도가 50%를 넘었다.

이후 그 비율은 점차 낮아졌다. 타라유통이 대교·타라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4년 46%(총매출 462억원-관계사거래 212억원) ▲2005년 46%(520억원-241억원) ▲2006년 41%(570억원-234억원) ▲2007년 32%(754억원-241억원) ▲2008년 29%(1015억원-295억원) ▲2009년 27%(1272억원-349억원) ▲지난해 26%(1525억원-392억원)로 나타났다.

타라유통은 대교·타라 계열사들이 창업 초기 꼬박꼬박 밀어준 결과 단기간 정상궤도에 안착한 것은 물론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매출은 2001년 399억원에서 지난해 1525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마이너스 없이 매년 꾸준히 10∼30억원씩 거뒀다. 같은 기간 총자산과 총자본은 184억원, 66억원에서 457억원, 224억원으로 불어 각각 2배, 3배 이상 증가했다. 직원 수도 15명에서 48명으로 늘었다.

타라티피에스는 타라유통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다. 두 그룹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매년 평균 50%가 넘는 매출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1989년 7월 설립된 타라티피에스는 책, 잡지, 학습지 등 인쇄업체로, 2001년 대교 매출이 67%나 됐다. 총매출 255억원에서 대교와 거래로 거둔 금액이 172억원에 달했다. 이중 타라 계열사 매출은 4000만원뿐이다. 이후에도 2008년까지 타라 거래는 1억원 미만으로, 대부분 대교 계열사들과 거래했다. 2009년과 지난해의 경우 각각 3억원, 16억원의 타라 매출이 있지만 대교 매출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타라티피에스가 대교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2년 60%(총매출 305억원-대교 거래 183억원) ▲2003년 69%(297억원-206억원) ▲2004년 56%(288억원-180억원) ▲2005년 60%(322억원-194억원) ▲2006년 55%(387억원-212억원) ▲2007년 55%(461억원-253억원) ▲2008년 55%(567억원-310억원) ▲2009년 50%(650억원-323억원) ▲지난해 42%(772억원-323억원)로 조사됐다.

타라유통과 마찬가지로 타라티피에스도 내부 지원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매출이 2001년 255억원에서 지난해 772억원으로 늘어난 사이 매년 10∼3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올렸다. 총자산은 281억원에서 511억원으로, 총자본은 117억원에서 259억원으로 10년 만에 2배 정도씩 불었다. 같은 기간 직원도 147명에서 275명으로 증원됐다. 타라티피에스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 회장은 이 회사 지분 80.9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집안서 매출 절반

그렇다면 대교그룹과 타라그룹은 어떤 관계일까. 대교는 형 강영중 회장이, 타라는 동생 강경중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1976년 두 동생인 강경중 회장·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소장과 함께 대교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대교에 20년 넘게 몸담았던 이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현재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강경중 회장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마스터인쇄기 1대와 직원 5명으로 작은 인쇄업체를 창업했다. 지금의 타라그룹이다. 타라그룹은 타라유통과 타라티피에스를 비롯해 타라그래픽스, 타라안티쿠스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강학중 소장은 국내 최초로 가정경영연구소를 설립해 가족문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강경중 회장과 강학중 소장은 대교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교홀딩스 지분을 각각 3.07%, 5.23%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강영중 회장(81.99%)에 이어 2·3대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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