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아제강 ‘검은머리 외국인’ 수장 실체

2018.05.03 17:24:26 호수 1164호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검은 머리 외국인 CEO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다. 의무는 회피하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인상이 있어서다.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인이란 점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세아제강의 이휘령 대표이사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묘하게 그에게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말 2018년도를 책임질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오너 일가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와 사촌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휘령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능력 인정”

눈길이 쏠린 것은 이휘령 대표이사의 승진이었다. 그는 이순형 대표이사 회장에 이어 세아제강의 ‘넘버2’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의 역할은 무겁다. 이 회장의 경우 세아제강 외에도 다수의 세아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이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세아그룹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이다. 1960년 부산철관공업이란 사명으로 시작한 세아제강은 1975년 부산파이프로 사명을 고친 뒤 1996년 현재의 간판을 달고 현재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본총액 2조4117억원, 매출액 2조2899억원 규모다. 이번 승진으로 이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라는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이사에게 눈길이 쏠렸다. 그는 로열패밀리로 분류된다. 이 대표이사의 어머니 이복형씨는 세아그룹의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이사는 창업주의 외손이지만 세아그룹의 오너3세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의 회사 내 지배력은 높지 않다. 실제로 그룹 내에 그가 가진 지분은 미미하다. 그는 1962년생으로 미국 Palos Verdis High School 고등학교를 나왔다. 이후 UCLA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1985년 부산파이프 미국법인(Pusan Pipe America)에 입사하면서 세아그룹에 합류했다.

베일에 싸인 은둔형 3세 경영인
알고 보니 미국인 ‘Howard Lee’

이후 외삼촌인 이운형 선대 회장의 권유로 1994년 세아제강 기획 담당 이사로 본사에 들어왔다. 1995년 세아제강 수출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2005년 영업부문장,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 및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2007년 부사장으로 진급했고, 2009년 1월 47세의 나이에 세아제강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 같은 이력서 확인이 가능하듯 이 대표이사는 입사 후 지금까지 세아제강서 보냈다. 그는 이운형 세아제강 명예회장이 2013년 별세하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이력은 세간에 알려진 바 없어 베일에 싸인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회사 내 영향력이 낮아 관심서 멀어진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가 이달 13일과 16일 각각 130주, 370주의 세아제강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비록 500주의 지분을 사는 데 그쳤지만 상징적인 의미서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지분 매입 과정서 공시한 그의 국적에 관심이 쏠렸다. 

공개된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 이름은 하워드 리(Howard Lee). 언론을 통해 그의 국적이 보도된 것은 이번 처음이다. 

대표이사의 국적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검은 머리 외국인’ 경영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좀 다르다. 당초 검은 머리 외국인은 주식시장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였다. 한국인이지만 외국투자금을 운영해 외국인 투자자처럼 보이는 이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하는 광의적인 의미로 확장됐다. 일각에선 의무는 회피하고 권리는 행사하는 이들을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검은 머리 외국 경영인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무는 피하고 
권리는 누리고?

특히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시각은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조 전 전무는 광고 대행사 직원에게 물병을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그가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이 대표이사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무는 회피한 채 권리만 누린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서 태어나고 자란 점을 감안하면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단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

다만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조  전 전무의 경우 이번 갑질 논란으로 강제 퇴거명령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4호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하거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또 강제퇴거 요건의 제46조 제3항은 제11조의 사유가 입국한 뒤에 발생했으면 해당 외국인을 당국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한다.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역의 의무가 있던 그는 군입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다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올 무렵인 2002년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 회피 논란이 일었다. 

출입국 당국은 유씨에게 입국 금지를 처분을 내렸다. 유씨는 입국 허용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면서 한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됐다. 

세아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이사의 국적의 경우 기존 등기임원 재선임 시마다 주총소집공고문에 국적이 기재된 바 있다”며 “20년 넘게 세아제강의 경영에 참여한 이 대표이사가 도덕성과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덕적 흠결 없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재계의 검은 머리 외국인 경영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무래도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최근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로 이들의 행보에 더욱 까다로운 제약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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