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소·확·행 박준수

2018.04.16 10:32:08 호수 1162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최근 젊은 세대에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소·확·행은 큰 행복보다는 소박하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취업이나 주택구입 등 큰 목표를 위해 일상을 포기하던 2030세대가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 그런 이들에게 딱 맞는 전시가 서울에 상륙했다. 작가 박준수의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전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다. 하루키는 1986년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을 행복한 순간으로 묘사했다.

자유분방함

지난해 10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18년 트렌드 중 하나로 소·확·행을 선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생소한 용어였던 소·확·행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서 준비한 작가 박준수의 개인전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전은 현재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박준수는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과 그것을 둘러싼 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느낀 소박한 행복이 물씬 담겨있다. ‘봄날 드라이브’는 봄꽃이 피어있는 오솔길을 빨간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경쾌하고 원색적인 칼라와 고풍적인 한지 위를 덮은 옻칠의 색감은 전통적인 색감에 더해 먹과 필선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낸다.


그가 수목원 창작스튜디오서 레지던시로 있으면서 자연의 변화와 시골길을 오가며 만난 꽃과 나무, 산과 들길을 한국적 정서로 담아낸 작품이다. 들길을 드라이브 하고픈 상상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조어
2018년 트렌드로 떠올라

‘파릇파릇 잎사귀 싱그러운 햇살아래 봄노래를 부른다’에선 벚꽃향기 가득한 눈부신 날 새가 조용히 그 사이로 내려앉아 사색을 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편안한 휴식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박준수의 꽃과 새 시리즈 중 하나다.

동물과 식물의 조합을 담은 작품도 있다. ‘마음속에 꽃 피었다’는 청개구리와 동백꽃을 소재로 했다. 봄날의 꽃을 바라보는 청개구리에 작가 자신을 투영했다. 수려한 필선과 붉게 물든 동백꽃잎의 모습, 배치, 여백이 주는 깊이감은 화면 구성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박준수는 이 작품에 대해 “마음속에 꽃 피었다. 긴 겨울의 끝자락서 붉게 피어난 꽃이여. 산들바람 머리 스칠 때면 나는 꽃이 되고 바람이 된다. 봄, 꽃 그리고 나”라고 표현했다.

‘봄 눈꽃’은 박준수의 화병시리즈 작품이다. 계절 변화에 따른 꽃과 단풍, 나뭇가지 등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옻칠을 한 한지가 주는 고풍적이고 고즈넉한 느낌은 오래된 시간 사이로 쌓인 깊이감을 드러낸다.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
새·개구리에 자신 투영

작가는 “고요한 적막을 깨고 화사한 눈꽃으로 봄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는 글을 그림 옆에 적었다.

작품 ‘일장춘몽’은 한낱 꿈처럼 인생이 덧없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봄의 화려함만큼이나 인생도 피고 지는 꽃처럼 사라져 가겠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피는 것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작은 컵에 꽂힌 꽃가지는 그 순간을 간직하고픈 작가의 내면심리를 잘 표출하고 있다.


꽃과 새 시리즈의 대표 작품인 ‘봄날’은 동백꽃과 새를 소재로 사용해 기다림과 약속, 그리움을 드러냈다. 박준수는 새에 자신을 투영해 감상자로서의 자신을 형상화했다.

내면심리 표출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행복은 주변의 작은 것들을 나누며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그동안 추상적 작품세계를 보여줬던 박준수의 예술세계 이면에 자연과 더불어 보낸 시간들을 문인화풍 그림을 통해 소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가득한 작품과 함께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전달되기를 기원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5월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준수는?]

▲학력

단국대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동양화전공 미술학 박사
단국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
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전공 학사

▲개인전

‘Hallucination 환각-해체된 풍경과 격리된 표상’ New Discourse, 사이아트도큐먼트(2017)
‘Hallucination 환각-가상의 분열’ KNOT PRIZE, 갤러리 너트(2017)
‘공(空)’ 서진아트스페이스(2017)
‘사무량심-자(慈metta)’ 비로자나 국제선원(2017)
‘Hallucination 환각-모호함의 경계’ 갤러리 여니(2016)
‘비유비공’ SETEC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2013)
‘Virus’ 갤러리 146market(2010)


▲수상 경력

경향하우징아트페어 금상(2006)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2000)
동아미술대전 특선(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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