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맥쿼리의 이면

2018.03.21 10:38:14 호수 1158호

이상하게 먹으니 탈나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 2002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은 국내에 생소한 인프라, 대체투자 분야를 도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서 인프라펀드를 통해 민자 지하철, 도로, 항만, 철도, 터미널 등 사회간접시설에 활발하게 투자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맥쿼리의 거듭된 행보는 곳곳서 얘기치 못한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맥쿼리의 투자 방식은 IRR(내부수익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일반적인 바이아웃 펀드의 모습과 달랐지만 결과물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마창대교, 부산신항만 등 지금껏 투자한 민자사업만 10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민자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대에 달한다. 

민자사업 큰손

2014년부터 맥쿼리는 기존과 다른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민자사업에 대한 투자를 접어두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만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사업에 눈을 돌린 게 이 무렵이다. 

맥쿼리는 2014년 코오롱글로벌이 갖고 있던 덕평랜드 지분 49%를 매입해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를 품에 안았다. 덕평랜드는 덕평휴게소 운영 법인이다. 같은 해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운영 법인(행담도개발)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두 법인 모두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던 곳이다. 덕평랜드와 행담도개발의 2016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70%, 40%에 이른다. 인수 당시 덕평휴게소와 행담도휴게소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매출 1, 2위였다. 


이듬해에는 평창휴게소(영동고속도로 서창 방면)를 인수했다. 평창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휴게시설을 민간에 매각한 첫 사례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맥쿼리는 지난해 9월 국내 마장프리미엄휴게소 경영권을 포함한 하이플렉스 지분 100%를 약 600억원에 매입했다. 하이플렉스는 2011년 2월에 설립된 마장휴게소 운영권자다. 

기존 최대주주는 49% 지분을 보유한 KH에너지였는데 맥쿼리는 KH에너지 보유 주식을 포함해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마장휴게소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4년 2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영업이익이 2015년 11억원으로 증가했고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2억원, 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3.9% 수준이다. 

휴게소 사업과 함께 최근 맥쿼리가 눈독 들이는 분야는 폐기물 시장이다. 맥쿼리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폐기물 관련 업체인 대길산업과 진주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새한환경, 세종에너지 지분 100%를 사들였다. 

맥쿼리캐피탈은 지난해 인수한 음식물 폐기물 처리업체 리클린을 포함해 엠다온, 엠이천, 엠함안, 엠푸름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 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폐기물 분야 계열사를 합치면 8곳에 달한다.
 

맥쿼리가 폐기물 처리 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사업 수익성이 좋은 데다 경기 변동에 따른 부침이 크지 않은 업계 특성에 기인한다. 게다가 폐기물 관련 업체 대부분이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향후 체계적인 경영 관리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하다. 

사회간접자본 1조대 투자 
거듭된 관리부실 도마에

지난해 5월 다비하나인프라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폐기물 전용 펀드 조성에도 나서는 등 자금 수혈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의 펀드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7∼8개 이상 업체를 추가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만기가 15년에 달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서 관련 분야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다만 맥쿼리의 투자 방식은 적지 않은 잡음을 동반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시절 맥쿼리는 ‘챙겨간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난과 함께 끊임없이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심지어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을 인상하려는 주범으로 몰렸다. 당시 맥쿼리는 2대주주(24.5%)인데다 다른 주요주주들이 함께 내린 요금인상 결정이었지만 비판의 화살은 맥쿼리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맥쿼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먹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양호한 수익을 실현시켜줬다는 게 핵심이었다. 즉,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며 투자 수익은 펀드 투자자에게 귀속시킬 뿐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집중 투자한 사업체들에 대한 관리 부실 사례가 연이어 들춰지면서 맥쿼리를 향한 부정적 기류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검이 8곳의 폐기물 소각시설을 수사한 결과 이들은 불법 폐기물 소각으로 3년간 95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한 곳이 맥쿼리PE가 인수한 A사였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만3000톤의 폐기물을 불법으로 소각한 A사는 15억원대 이득을 챙겼다. 또한 다이옥신 저감 필수 약품인 활성탄을 필요량의 3.5%만 구입해 대기 중에 다이옥신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소각로서 배출된 다이옥신은 기준치를 5.5배 초과하는 양이었다.


광주제2순환도로 시설유지보수를 무려 5년여 동안 무면허업자에게 위탁해 왔던 정황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무면허 업체에 시설관리용역을 체결한 광주순환도로는 맥쿼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며 제2순환도로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광주순환도로는 제2순환도로 도로 및 시설관리를 위해 2008년부터 2013년 3월까지 5년간 광주도로관리에 위탁을 줬다. 위탁갱신 시점인 2013년 3월에는 광주도로관리의 자회사로 알려진 광주외곽도로관리와 2018년 3월까지 5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속되는 추문

그러나 광주도로관리는 지난 2013년에 찜질방에 주소를 두고 서류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광주지방법원21민사부는 광주외곽도로관리가 제기한 계약자지위확인 등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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