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롯데의 2인자들

2018.03.02 09:38:52 호수 1155호

신동빈 경영권 누가 지키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롯데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돼 수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룹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덩달아 그에게 줄을 대던 2인자들의 전망도 흐려졌다.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시작은 신동빈 회장의 실형 선고부터다. 지난 13일 신 회장은 70억원 뇌물공여혐의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창립 후 처음으로 총수 부재라는 비상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시 위기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제의 난’이 재차 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그동안은 신 회장이 제기했던 대부분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분쟁을 잠재웠다는 평가가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법원 선고 이튿날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 명의로 입장자료를 냈다. 


그는 “롯데 그룹서 한일 양측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배임, 뇌물 공여 등 각종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의 70년 역사상 전대 미문의 사건이며, 지극히 우려스러운 사태”라며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 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서 있어서 불가결하고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며 신 회장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한국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롯데의 롯데홀딩스서의 신 회장의 지위가 크게 흔들렸다.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광윤사가 28%, 종업원지주회가 27%, 임원지주회가 6%, 관계사가 14% 등이다. 

신 전 부회장가 광윤사의 지분 절반을 확보해 지배구조 상단서 신 회장을 흔드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신 회장은 지난 21일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서 전격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신 회장의 롯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신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전망도 장담할 수 없는 모양새다.

창립 후 처음으로 총수 부재
‘형제의 난’ 끝나자마자 또…

재계의 관심은 황각규 부회장에게 쏠리는 모양이다. 그룹 내 실세로 통하는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그늘 아래 성장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해 선고된 롯데수사 재판과 경영권 분쟁 가운데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에서 신 회장과 함께 황 부회장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흔들리는 경영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열리는 주총이 그의 리더십 평가 자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그가 신 회장의 부재인 상황에서의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허수영 화학BU장(부회장) 역시 지난 임원 승진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지난해 임원 승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판 중이라 승진 대상서 제외됐다.


신 회장과의 인연은 1990년부터다. 허 부회장은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재직했을 당시 허 부회장(당시 전무)이 보좌했다. 

이후 허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이 인수한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 대표이사로 합병을 이끌기도 할만큼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은 실적을 견인해야 한다. 지난 임원 승진의 가장 큰 배경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따라서 추진하던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송용덕 호텔 및 기타 BU장(부서장) 역시 신 회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송 부회장은 신 회장의 형이 확정된 후 황각규, 허수영 부회장과 함께 가장 먼저 구치소를 방문해 신 회장을 면회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구속 수감 전까지 지배구조 개선안의 최우선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호텔롯데를 상장하게 되면 일본계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돼 신 회장의 한국 내 롯데 그룹 계열사 지배력이 높아지는 이점도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승진 1달 만에 날벼락
흔들리는 윗선들 행보

하지만 신 회장의 구속으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신 회장 부재 가운데 송 부회장의 역할은 실적 회복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실적은 지난해 부진했다. 매출 비중 80%를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이 중국 사드 여파로 부진해서다. 호텔롯데의 실적 부진은 기업의 가치평가에 불리하기 때문에 상장 계획에 악재다. 따라서 송 부회장은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혁 식품BU장(부회장) 역시 신 회장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는 주로 식품부문서 경력을 쌓았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서 근무를 하다가 롯데칠성음료로 자리를 옮긴 뒤 롯데리아 전무, 롯데칠성음료, 롯데주류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하다가 합병 이후 통합법인의 롯데칠성음료 사장을 맡았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2793억원으로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221억원으로 76.5% 증가했다. 이 부회장도 당장 회사 실적 반전을 꾀하느라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추진 동력 상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신동빈의 남자들’은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위기를 맞았다”며 “지배구조 개편 상 상장이 절실한 회사들의 경우 높은 실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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