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vs신세계 ‘기밀 전쟁’ 막후

2011.08.11 12:20:00 호수 0호

현대백화점 ‘정보 도둑’으로 몰렸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제대로 한판 붙었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소 고발이 오가더니 급기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일단 피의자 신분은 현대. 신세계의 기밀 정보를 빼간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혐의를 벗으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어 양쪽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검찰, 현대그린푸드 본사 압수수색…전산실 등 뒤져
경쟁사 신세계푸드 비밀정보 수집 의혹 “본격 수사”

현대그린푸드가 경쟁사의 기밀 정보를 수집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신세계푸드의 내부 경영 정보를 빼낸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소재의 현대그린푸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증거자료 확보에 나선 조사관들은 5층에 있는 혁신TF팀 사무실과 6층 전산실을 집중적으로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 자료 분석 중



검찰은 압수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재 현대그린푸드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정보 안에 숨어있는 범죄증거를 찾아내는 기술) 수사팀에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신세계푸드 정보가 현대그린푸드로 유출됐는지와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또 실제로 이 자료가 활용됐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대검에서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관련 임직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현대그린푸드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이 아무런 물증 없이 무턱대고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진술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혁신TF팀과 전산실을 지목해 압수수색한 점에서도 검찰의 확신이 엿보인다. 다시 말해 내사 등 사전 조사가 이미 충분히 진행됐다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는 자체적으로 첩보를 입수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유통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5월 대외적으로 기밀 사항인 중요한 내부 정보 등이 유출됐다며 경쟁사인 현대그린푸드를 검찰에 고소했다.

신세계그룹 내 기업윤리실천사무국에서 계열사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현대H&S와 현대푸드시스템이 통합돼 출범한 현대그린푸드는 당시 현대F&G와의 합병 결정으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잔칫집’분위기였다.

신세계 측은 “신세계푸드 감사에서 중·장기 사업에 대한 외부 컨설팅 결과 등의 자료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쟁사 직원을 통해 파일이 통째로 현대그린푸드에 넘어간 것으로 보고 검찰에 조사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해서 모두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경찰을 통해 수사 지휘를 하는데, 검찰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피의자 신분인 현대백화점 측은 신세계 정보 수집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 사실은 시인했지만, 혐의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가 신세계로부터 피소된 것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맞지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신세계는 자신들의 정보를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 조사 결과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검찰 수사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이번 현대와 신세계간 정보 유출 공방을 최근 가열되고 있는 ‘유통 전쟁’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두 업체는 유통시장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현대가 신세계를 크게 앞질렀지만, 올해 들어 그 격차가 줄어들어 거의 대등해지자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두 업체가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사실 유통업계에서 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08년 9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3대 대형백화점이 경쟁사의 내부 정보 등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며 롯데백화점 7억2800만원, 현대백화점 3억2000억원, 신세계백화점 3억2000만원 등 총 13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전혀 사실무근”부인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백화점 3사는 2006년부터 납품업자로부터 경쟁 백화점의 전자적 정보교환시스템(EDI)에 접속하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취득해 매출정보 등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파견사원을 통해 구두확인의 방법으로 납품업체의 영업비밀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경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공정위의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2009년 4월 백화점 3사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등 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은 과징금 부과에 대해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들은 넓은 의미에서 시장조사라 주장하고 있지만 경쟁사 정보를 부당하게 빼낸 것은 엄연히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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