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미세먼지 ‘어쩌나?’

2018.01.29 10:57:13 호수 1151호

3일 춥고 4일 따듯? 3일 한파 4일 먼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삼한사온’은 우리나라의 겨울날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뜻이다.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혹한이 1주일 내내 이어지고 기온이 조금 올라간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친다. 3일은 한파, 4일은 미세먼지를 뜻하는 ‘삼한사미’, 일주일은 춥고 일주일은 먼지로 뒤덮이는 ‘칠한칠미’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춥거나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최근 우리나라 겨울날씨를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은 최고 기온이 영하 10도에 머물렀다. 노약자의 외출 자제와 동파방지를 당부하는 행정안전부의 안전 안내 문자가 휴대폰을 울렸다. 기온이 영상을 웃돌던 한 주 전 날씨가 혹한으로 돌변했다.

마스크 필수

역대 최강 한파는 그 많던 미세먼지를 몰아냈다. 지난 2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 수준을 기록했다. 한 주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치솟아 전국이 빨간색으로 뒤덮였던 것과 비교하면 공기질이 훨씬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겨울과 초봄에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기온에 좌우된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정체와 강수량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낮은 강수량과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농도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로 불린다. 숨 쉴 때 호흡기관을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 기능까지 약화시킨다. 미세먼지는 국민 삶의 질을 깎아먹는 요소로 지목될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다.


지난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야외 초미세먼지 평균 노출도는 회원국과 비회원국 등 전체 41개 나라 중 가장 나빴다. 2013년 기준 27.9㎍/㎥로 OECD 평균 13.9㎍/㎥의 두 배 수준이다.

겨울날씨 삼한사온서 삼한사미로
전국적으로 한파와 미세먼지 반복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국민들을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사전 점검을 위해 방남한 자리서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냐”고 문의를 할 정도로 마스크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이 됐다. 

당시 우리 측 관계자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40년 뒤인 2060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우리나라 조기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업무보고서 2014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를 인용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인구 100만명 당 1000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오는 대책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6년 정부는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고등어구이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로 정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3개 한림원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3개 한림원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공동포럼을 열고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날 보고서 저자들은 “중국은 석탄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만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상현상 역시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한반도 대기가 확산하지 않고 머물러 있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2013년 이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과학적인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은 단편적인 배출원 관리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힘들다”며 “줄이더라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껏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배출 기여도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도 서울시서 과감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과 17일, 18일 3일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일환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함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을 실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엇보다 시급한 차량 의무 2부제를 실시하고자 한다”며 “현재 차량 의무제 시행은 시장의 권한이 아닌 만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차량 의무 2부제를 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대중교통 무료 효과 미미
150억이나 들였지만 ‘꽝’

서울시 정책을 두고 각계각층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의 ‘미세먼지 공짜운행’은 하루 50억원의 혈세 낭비일 뿐”이라며 “미세먼지 문제는 국가 차원서 저감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당장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면서 정부 대책에 맞춰 협업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께 당부 드린다. 효과도 없는 혈세 낭비하면서 경기도와 인천시 탓하지 말라”며 “포퓰리즘이 아닌 진짜 대책을 위한 3자 협의는 거부하면서 거짓 주장으로 국민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스모그나 황사 유입이 원인인데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대두됐다. 실제 정책 시행 3일간 대중교통 이용객이 뚜렷하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책이 시행된 사흘간 출퇴근 시간 도로교통량은 직전 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최대 1.73% 줄었다. 15일은 0.3%, 17일에는 1.73%, 18일은 1.7%이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위해 들어가는 예산은 하루 50억원이다.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수도권 먼지 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먼지 이산화항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제를 도입해 사업장 배출저감을 유도하고, 중대형 사업장 굴뚝자동측정기기 부착 대상을 2.4배로 늘린다.

돈 썼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한중간 협력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한중관계 회복을 계기로 미세먼지 저감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하남·강소·길림·흑룡강·북경·천진 등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업종은 석유화학 시멘트, 기술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기술 등으로 확대해 가시적 사업성과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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