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없이 변죽만 울리는 ‘저축은행 국정조사’

2011.08.02 08:50:00 호수 0호

책무 망각하고 또 표심관리 열중?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사건이 터지면 항상 안타까운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지다. 초특급 권력비리형 사건에 백 없고 힘없는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봤다. 이에 저축은행비리의혹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 특위가 구성됐다. 하지만 막상 국정조사 뚜껑이 열리자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선심성 피해 구제책 난무와 여야의 입장차이로 핵심엔 접근도 못한 채 변죽만 울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인채택 놓고 한 달 허송세월, 감정싸움
비현실적 전액보상 카드로 표심 관리모드



부산저축은행사태는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이 정부기관의 비호아래 경영진과 대주주 횡령자금에 쓰인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영업정지 전날 고위층에게만 영업정지 정보를 흘려 불법 인출이 자행된 사실이 밝혀지며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렸고,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의혹들이 까도 까도 양파처럼, 캐도 캐도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불거지고 있다.

선심성 구제책 난무

급기야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회는 저축은행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6월 24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를 구성, 오는 12일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정경유착으로 빚어진 비리의혹들을 밝혀내고, 관리감독 부실 등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만도 수십여 가지에 이른다. 먼저 이 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유착한 권력의 실체에 대해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최근에는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투자가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과 관계가 있다는 의문과 캄보디아 사업에서 증발한 자금 1000억원대의 행방, 또 캄코뱅크에서 1928만 달러(약 210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조성된 점, 인천 효성지구 개발에서도 상당액이 증발했다는 의혹이 등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국조특위가 출범한 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청문회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 갈등과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나라당은 ‘이전 정부 책임’을 주장하며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을 증인으로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 게이트’를 내세워 권재진 민정수석과 백용호 정책실장 등 청와대 핵심인사, 홍준표 대표와 이상득 의원 등 한나라당 주요 인사, 그리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 등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난항을 겪는 증인채택문제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여권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한나라당에 거듭 촉구하면서 한나라당이 박지만 부부를 증인으로 내보내면 다음에 공천 못받는다고 언급해 친박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친박계 이종혁 의원은 “민주당은 명예훼손 정당인가”라며 “정치인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기본적 금도를 지켜달라. 상식적으로 할 말인가”라고 항의했다.

여기에 피해자 구제를 놓고 선심성 다툼도 벌어졌다. 여야는 예금과 후순위채 투자액을 전액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측은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를 전액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쪽에선 저축은행 자산 매각과 저축은행 부실 책임자의 은닉 재산을 환수해 피해액을 전액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금융질서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을 전액 보장해주면 혹시 또 터질지 모르는 금융사고에 똑같은 방식으로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로 인해 예금자들은 무조건 이자만 많이 주는 곳을 찾게 되며 이는 더 큰 금융사고가 터질 위험을 키우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칫 예금보험제도의 기본원칙이 무너질 수 있으며 예금보험기금이 부족하면 국민혈세 투입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조특위는 부산저축은행 예금 특혜인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축소됐다는 의혹에 수사과정에 대한 기록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검은 국조특위의 수사기록 제출요구에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검찰 측은 수사 중인 사건의 수사기록을 국회에 제출한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남은 쥐꼬리 일정

국조특위의 남은 일정은 오는 12일까지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조특위의 본 목적인 저축은행 비리의혹의 진상규명의 의지도 없고,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보완 대책도 없어 보인다.

시민단체 한 회원은 “폭로전과 갈등으로 얼룩져 표를 노린 선심성 대책만 난무하고 있다”며 국회를 성토했다.

그는 이어 “특위가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싸움판만 벌리다 끝날까 우려된다”며 “지금부터라도 확실한 조사를 진행해 비리근절과 재발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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