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들어간 ‘코리안리 미스터리’

2017.12.19 13:04:07 호수 1145호

왜 하필 라부안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코리안리가 최근 들어 잇달아 지점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설치된 지점 모두 조세회피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가 조세회피처에 지점을 설치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코리안리는 재보험사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견줘 일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유는 대상 고객이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험사의 보험사다. 일반 보험사가 법인 등을 상대로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사고가 발생해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재보험사에 가입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거점 마련”

코리안리는 국내 법인 가운데 유일한 재보험사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올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매출액 등이 반등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액 5조3632억원, 당기순이익 1592억원으로 지난해 매출(6조6845억원)과 당기순이익(1600억원)의 90% 이상을 시현한 상황이다.

코리안리는 향후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점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설치 지점이 조세회피처란 점을 들어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코리안리는 현재 역외 2곳(홍콩, 영국)에 법인을 두고 있고, 3곳(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라부안, 두바이)에 지점을 설치했다.

이들 3곳 지점 가운데 라부안과 두바이는 올해 설치됐다.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두 곳 모두 조세회피처로 알려져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 라부안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라부안 지점 신설에 대한 본인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측은 라부안 지역의 본인가 취득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가운데 자연재해 위험이 현저히 낮고 성장 잠재력이 큰 말레이시아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코리안리는 라부안 지점을 무인점포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글로벌 진출 교두보 해외지점 설치
“앞으로 더 늘릴 것” 의혹의 시선들

라부안은 전체 인구 8만명, 면적 92㎢의 작은 섬이다. 제주도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 말레이시아 정부는 1990년 라부안을 역외금융센터이자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라부안은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이곳에 진출한 기업이나 사람들은 종종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자금을 보내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에 진출한 코리안리의 진출 목적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코리안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재보험사에 인가해주는 곳은 쿠알라룸푸르와 라부안 두 곳 밖에 없는데 쿠알라룸푸르는 10년 전부터 역외 법인에 신규 허가를 불허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라부안에 설치했다. 이미 세계 보험사가 110여개 진출해 있다”고 언급했다.

코리안리는 내친김에 두바이에도 지점을 설치했다. 지난 10월 두바이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두바이지점 신설에 대한 본인가를 획득했고 11월16일자로 두바이지점 설치에 관한 금융감독원 신고를 끝냈다. 


두바이지점은 내년 1월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코리안리는 두바이에 설치한 지점을 통해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다. 국제 비정부기구 조세정의네트워크가 발표한 2015 금융비밀지수(TSI)에 따르면 두바이는 10위에 랭크돼있다. 금융비밀이 잘 보장되는 점을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검은 돈’들이 몰리는 곳이라는 의미다. 

코리안리가 설치해 운영 중인 싱가포르 역시 관세청이 지정한 조세회피처다. 관세청이 정의한 조세회피처는 자본·무역 거래에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인·정치인 등의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자주 이용된다.  

공교롭게도 코리안리가 세운 지점 모두는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는 곳이었다. 해외에 설치된 법인도 조세회피처 의혹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코리안리가 운영 중인 역외 법인은 홍콩과 영국 두 곳에 있다. 홍콩 역시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영국은 조세회피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으나 최근 조세회피처의 통로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영국을 거쳐 가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이 영국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지난 7월 게재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 가는 기업 투자의 14%는 영국을 거쳤다. 이는 네덜란드 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코리안리의 대부분의 역외법인이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조세당국의 더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질 조세감시 어려워”
“지나친 색안경은 곤란”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역외 법인에 대한 조세당국의 감시가 쉽지 않는 상황서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곳에 지속적으로 지점 및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보험사의 특징상 보험사와의 거래가 많은데 이 같은 B2B(기업 간 거래)에 이면 계약을 통해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조성과 같은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적절한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감시의 필요성은 코리안리가 오너 일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대두된다. 코리안리의 주식은 현재 고 원혁희 전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씨를 포함해 오너 일가 및 관계자가 2703만8846주(22.46%)를 가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청렴도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힌다.

고 원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불법 외환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외환거래법에 따라 외국 자본을 거래할 때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신고하지 않은 혐의가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당시 고 원 전 회장이 금감원 명단에 포함된 경위와 이후 받은 처분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 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진출에 진출한 지점 등을 놓고 ‘조세회피처에 설치한다’라고 무리하게 (엮어서)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해외 진출에 따라 불가피하게 지점을 설치하게 된 것인데 의혹이 불거진 거 같다”고 말했다.

“자금 감독 필요”

또 다른 회계사 B씨는 “해외 지점의 경우 해외서 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회계처리를 하기보단 감사기간에 역외 지점에서 보내온 숫자를 본사와 합치는 방법으로 회계감사를 진행한다”며 “이 경우 생각보다 쉽게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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