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특별세무조사 막전막후

2017.12.19 13:38:29 호수 1145호

상사가 털리면 그룹 전체 타격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조사 4국 요원이 대거 투입돼 재무사항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4대 그룹 세무조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그동안 재계의 모범 그룹으로 칭송받던 LG그룹이 타깃이 되면서 그룹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LG그룹은 재계서도 모범생으로 통한다. 깐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조차 LG그룹을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꼽을 정도다. 그런 LG그룹이 허를 찔렸다. 일감 몰아주기, 편법승계 발판 논란 등으로 뒷말이 꾸준히 나오던 핵심 계열사가 세무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승계 핵심 계열

그 주인공은 LG상사다. LG상사는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사측은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지난 6일 재계 및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위치한 LG상사 본사에 수십여명의 국세청 조사요원이 투입됐다. 이들은 회계 등 경영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2013년 국세청이 LG상사 세무조사를 진행한 이후 4년만이다.

시기상으로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LG상사 측 해명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2013년 이전 받은 세무조사 시기가 2009년이니 4년마다 받는 세무조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사 4국 요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조사4국은 탈세 및 탈루 정황이 포착된 경우 투입된다. 이번 LG상사 세무조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LG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4년마다 실시하는 것이 맞지만 조사4국이 투입되는 일이 없다”며 “그동안 의혹이 있었던 부분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잡는 국세청 조사4국 투입
급작스런 고강도 조사에 전전긍긍

왜 하필 많은 계열사 가운데 LG상사일까. LG상사는 승계 과정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계열사로 평가돼왔다. 시계를 지난 11월로 돌려보면 당시 LG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구본무 회장과 구광모 상무 등 개인 대주주 35명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 지분 24.7%(957만1336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LG상사가 그룹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된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일감 몰이주기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가 과거 현금 흐름을 문제삼아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상사는 무역상사의 사업 특성상 역외 거래가 많다. 무역상사의 경우 감독 당국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역외에서 거래되는 품목(또는 서비스) 관련 계약을 할때 이면 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세무당국이 LG상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은 올해초부터 조세회피처나 해외 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자금 세탁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역외탈세 법인과 기업인들에 대한 명단을 파악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는 자회사 판토스를 통해 조세회피처 파나마에 손자회사 ‘PANTOS LOGISTICS PANAMA S’를 설립한 바 있어 이 부분이 비중있게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내 오너 일가 지분이 높았던 회사에 역외거래가 많고 조세회피처에 계열사를 설립까지 했다면 조세당국이 더욱 중점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역외에서의 거래가 많다는 점 외에도 LG상사는 내부거래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감 몰아주기 타깃?
역외탈세 혐의 포착?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LG상사가 내부거래로 통해 올린 매출은 9432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8.5% 증가한 규모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처분할 때까지 매출 규모를 늘린 셈이다. LG상사의 같은 기간 매출(2조875억원)의 절반 수준에 육박할 만큼 그룹사내의 매출 의존율이 높다.

따라서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을 때 거래 계약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세무당국의 날카로운 칼날이 승계 작업의 발판이 될수 있는 또다른 계열사 판토스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판토스는 LG 오너 일가 지분이 19.9%에 달한다. 특히 유력 승계 후보자인 구 상무가 지분 7.5% 등을 쥐고 있어 향후 구 상무의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판토스 지분이 사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세무당국이 LG상사-판토스-그룹계열사 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는 “4년 단위로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로 알고 있다”며 “어떤 국에서 조사를 나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룹으로 번지나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그동안 재계의 모범생으로 정권의 사정칼날을 피해갔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은 모습”이라며 “승계 작업의 핵심 고리 역할인 LG상사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만큼 그룹 차원에 타격 가능성까지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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