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백두산 물사업 논란&미스터리

2011.07.27 13:35:00 호수 0호

‘터질 때가 됐는데…’초조한 하루하루

[일요시사=김성수 기자]농심이 ‘백두산 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농심이 백두산에 쏟아 부은 돈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는 점이다. 매출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심이 백두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중국 생수회사 지분 대폭 늘려 최대주주 등극
5년간 제자리 매출 ‘0원’…적자·부채 누적

농심이 중국 생수회사인 상선워터스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14일 상선워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48만460주를 209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농심은 상선워터스 최대주주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선워터스는 지난해 말 기준 김병순 대표가 37.7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였다. 이어 농심(32.03%), 군인공제회(22.66%), 신한금융투자(7.55%) 순이었다. 그러나 농심은 이번 유상증자로 55.04%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분 10%→55%

상선워터스는 “지난해 시설추가 투자 및 운영자금, 마케팅비용 등 중국 현지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9억원을 조달하기로 각 주주들이 합의했다”며 “농심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상선워터스 지분을 늘렸다”며 “지난 3월 이사회에서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상선워터스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농심이 상선워터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배경에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2006년 3월 설립된 상선워터스는 천연광천수 등 식음료 수입 및 판매업체다. 본사는 서울 마포구에 있으며, 중국 길림성에 연변천지광천음료유한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상선워터스의 중국법인으로, 백두산 천연광천수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심 현지법인이 중국내 생수 판매를 맡고 있다.

상선워터스는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출이 ‘0원’이다. 5년간 제자리에 맴돌면서 매년 적자는 누적됐고 부채는 쌓여갔다. 상선워터스는 2008년 19억8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과 지난해엔 순손실이 각각 30억8300만원, 41억2200만원에 달했다. 부채는 같은 기간 37억3000만원에서 89억5300만원으로, 다시 98억700만원까지 불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외부 회계법인은 상선워터스에 대해 재무건전성이 다소 불안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상선워터스 감사보고서에서 “생산설비 건설 및 도입이 지연돼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개시되지 못해 순손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회사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었다.

이 와중에도 농심은 상선워터스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총 350억원을 상선워터스에 쏟아 부었다. 농심은 2008년 1월 투자 목적으로 상선워터스 지분 10%를 최초로 매입했다. 당시 취득금액은 42억원. 이어 2009년 11월 100억원을 출자해 지분을 32.03%로 늘려 2대주주에 올랐고, 이번에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다른 주주인 군인공제회와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이 각각 기존의 30%, 10%에서 14.99%, 4.99%로 줄어들었다. 김 대표도 당초 50%에서 24.98%로 내려앉았다.

농심은 백두산 물 사업에 발목을 잡혀 지난 분기 굴욕을 당했다. 농심은 1분기 영업이익이 378억6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5033억3800만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0.6% 감소한 316억8100만원에 그쳤다.

이를 두고 상선워터스의 부진이 주원인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팜유와 부자재가격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고, 중국 생수회사인 상선워터스 관련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농심은 상선워터스 투자로 인해 발생한 평가손실이 계속 늘더니 지난 3월 말까지 손실 규모만 63억4200만원에 이르렀다. 농심이 투자한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냈다.

농심과 상선워터스 측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수익 향상이 기대되는 만큼 재무건전성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국내 물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어 중국 쪽 사업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중국 길림성에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춘 연간 30만톤 규모의 백두산 천연광천수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을 개시했다”며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백두산 광천수를 한 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세계적인 명품 천연광천수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올부터 실적 발생”

상선워터스는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2011년부터 약 1893만8000위안(한화 약 30억8700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해 필요한 자금소요액의 일부를 충당하는 영업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 내 인지도 증대, 현지 관할공무부서와의 협력을 통한 제품공급처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 ‘생수 신드롬’이 불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기업들은 앞 다퉈 백두산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들 맨손으로 돌아왔다. 2008년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백두산 샘물)가 그랬고, 지난해 홈플러스(백두산 천지수)가 그랬다. 과연 농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민족의 영산’이 농심을 받아들일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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