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홍준표 ‘홍(준표)당 만들기’ 프로젝트 전모

2011.07.16 13:15:00 호수 0호

반짝 밀월시대 끝~임금님도 공주님도 잘 보이시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 인사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당직 인사를 놓고 친이·친박계가 협공에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과 경선 룰 개정 등 홍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친박계와의 ‘반짝 밀월’을 저버리고 ‘홍준표당’을 외치고 있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앤다는 그가 새로운 계파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 고성에 멱살잡이 직전 상황까지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 정당성 강조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가 초반부터 격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홍 대표가 당권을 잡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친박계가 전대 이후 홍 대표 체제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양측 간에 파열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당직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홍 대표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가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역시 믿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에서
드러난 리더십



홍 대표는 지난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하는 새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홍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당직 인선안을 의결하자”고 제안하자 이에 반발한 유·원 최고위원은 퇴장했고, 두 사람을 제외한 최고위원들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은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전날에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비공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으며 이날은 홍 대표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연이틀 이어진 당 지도부 간의 충돌이었다.

회의장을 나온 유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원 최고위원은 “전례 없는 의사결정 강행에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임명 철회 투쟁 가능성도 시사해 향후 최고위원회의 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대표의 총장 인선을 놓고 최고위원단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센 것으로 풀이된다.

친이계와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표의 측근이 공천결정 과정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임명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질 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꾸려지는 공천심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기용하면 공천 과정이 불공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홍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도 “홍준표식 사당화의 시작”이라며 “원칙은 사라지고 흥정만 남아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홍 대표는 “사무총장 한 자리 갖고 사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이며 최고위원회의는 합의제가 아닌 의결제로 운영된다”면서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부글부글 끓는 친박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친박계 의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지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대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은 “친박계의 지지가 없었다면 홍 대표가 1등으로 당 대표가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홍 대표를 지지한 친박계 의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홍 대표는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결과를 합쳐 4만1666표를 얻어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9509표 차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만 보면 홍 대표는 2만9310표를 얻어 2만7519표를 얻은 유 최고위원과의 차이가 1791표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투표가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이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당선 뒤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는 말을 반복하며 친박계가 반대하는 당직인선을 강행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홍 대표는 취임 직후 “계파 활동에 치중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친박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가 계파를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드러난 홍 대표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화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홍 대표의 인사과정을 비판하며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당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정치적 동지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아우를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공천 놓고 치열한 ‘계파싸움’ 재연 배제할 수 없어
“사전 상의 없었다” 핵심의원들 무더기 당직 거부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공천권 논란이 확산되자 홍 대표는 “친이계로 임명하면 친이계가 부활했다고 할 것이고, 친박계를 임명하면 또 친박계가 당을 접수했다고 할 것이니 차라리 거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낫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원 최고위원은 “대표와 사무총장이 24시간 모든 수단을 가지고 당무의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개성이 강한 홍 대표의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모종의 작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천과 관련해 “어떤 사람은 뭐 이런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흠집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홍 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부터 “병역 미필자는 절대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공천 배제논리를 주장해왔고, “내년 공천만은 자기가 한번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결국 “친이와 친박이 아닌 중립적 사무총장을 임명한다”는 홍 대표의 논리는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친이와 친박을 견제하는 동시에 다음 총선을 통해 ‘홍준표당’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자신이 ‘홍준표의 사람’이란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 라디오에 출연한 김 사무총장은 “홍준표 대표는 지금까지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계파를 초월해서 공정한 룰을 짜고 일을 제대로 한다고 한다면 ‘홍준표도 지도자가 될 수 있겠구나, 세를 모아줄 수 있을지 모른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유·원 두 최고위원이 우려하고 있는 ‘홍준표 계파’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고된다.

“내년 공천 마음껏
 한번 해보고 싶다”

한편 신임 당직자 임명도 내홍을 겪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당 지도부가 극한 갈등을 겪은 후유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친이계 심재철, 친박계 김학송, 현기환 의원 등 3명은 당직을 고사했다. 경선에서 홍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김 의원과 현 의원이 각각 중안연수원장과 노동위원장 자리를 거부한 것이다.

현 의원은 “당직인선 과정에서는 한마디 상의도 없다가 갑자기 당직임명을 통보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홍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한 친박계 의원은 “도와 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당선되더니 바로 뒤통수를 때렸다”며 “앞으로 여러 사안을 놓고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이미 사무총장 임명은 강행된 만큼 공천과정에서 사무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사무부총장은 전투력 있는 친박계 의원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재선의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지난 대통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대변인으로 이미 전투력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제2사무부총장으로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김성태 의원이 오르내렸으나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다.

홍 대표도 제1, 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은 친박, 혹은 친이계에 안배할 계획인 만큼 이 같은 친박계의 구상이 당직인선에 반영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보완재’를 자청했고 야당의 공격에서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홍 대표가 이렇게 ‘마이 웨이’를 구가하면서 당 운영을 둘러싼 홍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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