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빠진’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사업

2017.09.22 10:12:29 호수 0호

“집행 시기 규모 결정하겠다”며 눈치보다 21일 의결…시기·방식은 논의 안돼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사업이 자가당착에 빠졌다.



정부는 21일,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WFP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강화식품 지원사업에 450만달러를, 유니세프 북한 아동·임산부 의료·영양 지원사업에 350만달러를 각각 공여하기로 의결했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 발사 시험 등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집행 시기 및 규모를 결정하겠다며 시급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부가 여론 눈치만 보다가 이날 지원을 확정한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지속 추진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교추협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기구에 800만달러를 다 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집행 시기와 방식 등 행정적 측면에서만 유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장관 교추협 모두발언서 “안보리 결의 2375호에도 북한 취약 계층의 심각한 어려움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조항이 있고, 미국과 스위스 등도 대북 인도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재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교추협에선 공여 시기와 방식 등 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집행 여부는 통일부장관이 유관 부처 간 추가 협의 없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인 만큼 선뜻 ‘OK사인’을 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남북협력기금을 언제까지 집행해야 한다는 기준도 뚜렷하지 않아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경우 인도지원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도 있다.

현재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올해 9월 기준)은 미국 100만달러, 러시아 300만달러, 스위스 700만달러, 스웨덴 150만달러, 캐나다 148만달러, 프랑스 49만달러 수준이다.

해외 선진국들까지 나서 대북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만큼 정부도 재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정부 입장에선 국내 정세를 감안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일각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정부에 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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