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사태 파문으로 본 역대 검찰총장 굴욕사

2011.07.01 17:38:13 호수 0호

“침은 나에게 뱉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또 다시 ‘검란(檢亂)’이다. 이번엔 검찰총장 직속 대검 검사장급 참모진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반발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김준규 검찰총장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난 1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임기를 불과 한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자진사퇴는 상당히 의외이다. 하지만 반발로 인한 자진사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이른바 검란 되풀이에 국민들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참모진 희생 막고 ‘나 홀로 사퇴’ 결심
역대 10번째 중도하차 하는 김 총장

수사권 조정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표출했던 검찰과 경찰은 진통 끝에 지난달 20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가 지난달 28일 ‘수사지휘권 관련 세부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부분을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정해 여야의 압도적 지지로 의결되자 검찰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조율로 검찰과 경찰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에 ‘반기’

이에 수사권 조정 협상을 주도한 홍만표 기획조정부장을 비롯해 김홍일 중앙수사부장, 신종대 공안부장, 조영곤 강력부장, 정병두 공판송무부 등 5명의 대검 지도부가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날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대검과 일선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세계검찰총장회의 개회식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 대통령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총장이 물러날 일이 아니다. 임기를 끝까지 지켜달라”며 일단 사퇴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관계부처 장관과 검·경 양측 기관 수장이 상호의사를 존중해 서명까지 마친 정부 합의안 수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 수정안이 통과되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또 대검 참모진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자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사퇴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그동안 조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몇몇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거나, 고위간부들이 줄사표를 던져왔다. 1988년 검찰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총장직을 맡은 15명 중 9명이 중도하차한 것.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10번째 총장으로 기록된다. 임기 2년을 채운 총장은 22대 김기춘, 23대 정구영, 26대 김도언, 29대 박순용, 33대 송광수, 35대 정상명 전 총장 등 6명뿐이다.

25대 박종철 총장은 김영삼 정권 당시 구 여권 사정의 일환인 ‘슬롯머신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을 빚다 취임 6개월 만에 사직했다.

27대 김기수 총장은 ‘한보사건’ 재수사 도중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것이 실제 사퇴배경으로 작용하며 임기만료 한달 여를 앞두고 하차했다.

28대 김태정 총장을 거쳐 30대 신승남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동생이 연루돼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7개월 만에 물러났다.

31대 이명재 총장은 취임 첫 해 발생한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의 역풍을 맞았다. 당시 김정길 법무부 장관도 사직하는 등 여파가 컸다.

국민의 정부 말기에 임명된 32대 김각영 총장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 표명에 따라 정권 교체 후에도 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자 곧바로 사퇴했다.

34대 김종빈 전 총장은 2005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 수사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헌정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을 하자 사퇴를 하는 것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여 남았을 시점에 검찰총장을 맡게 된 임채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으로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

이처럼 검찰총장의 잦은 사퇴파문이 되풀이되자 국민들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사권 조정이 국민들의 편익이나 편의 등과는 동떨어져 각 기관의 지휘체계 변화에 한정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검찰총장이 늘어가자 누리꾼들도 “공직자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 “쓰다고 뱉으면 끝이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지휘봉을 놓지 않으려는 데는 경찰을 통제하고 검찰권한을 확대하기 위함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금의 검찰 반발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관련 없이 수사권까지 확보해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없애려는 의도”라며 “이런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만을 원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재 검경 수사권을 놓고 검찰측의 강력한 반발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떤 것이 국민에게 더 편익을 가져다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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