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본격 대권주자’ 프로젝트 대해부

2011.05.23 12:20:11 호수 0호

“한번 좌회전 후 쭉 직진하라… ‘역동적 복지국가’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대권 재수생’ 정동영이 차기 대권을 겨냥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한때 대선후보였다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정치적 입지가 좁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07년 대선에 이어 이듬해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차출돼 출마했다가 패했다. 그 후 탈당을 감행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센 비난과 함께 돌아와 2009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부활을 알렸지만 민주당에 복당하지 못하고 낭인 아닌 낭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정동영은 달라졌다. 쏟아지는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 ‘반성문’을 쓰며 사죄했고, ‘담대한 진보’와 ‘부유세’를 주장하며 시원하게 ‘좌회전’도 선언했다. 과연 그는 떠나버린 ‘민심’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담대한 진보 외치며 확실한 ‘좌회전’ 선언
노동문제 해결 위해 24시간 현장 발로 뛰어



이른바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명장치고는 권력누수가 너무도 빠르다. ‘한-EU FTA’라는 후폭풍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승리의 함성’이 사라지기도 전이라 충격의 여파도 생각보다 크다.

손 대표의 리더십과 노선이 흔들리는 사이 ‘손학규 대세론’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또 “조기 대세론은 대선 필패 구도”라는 견제론까지 제기되며 탄력 받은 야권 잠룡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개를 든 이는 다름 아닌 손 대표의 ‘최고 난적’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손학규 대세론 ‘휘청’
빼앗긴 진보의 힘 되찾자

그는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파탄, 이어 양극화의 극심한 확대, 이러한 경제적 난국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공든탑이 무너지고, 남북관계는 과거로 퇴보했다”면서 MB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를 외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빼앗긴 ‘장본인’인 만큼 스스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7대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결국 쓰디쓴 패배를 경험했다. 역대 최대 표차로 패한 점을 들어 정치권에서는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암담한 관측이 쏟아졌다. 2009년 4월에는 공천에 불만을 품고 당을 탈당했다가 작년 2월 복당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난과 야유에 그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반성문’을 통해 정면으로 사죄하며 엎드렸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한편, 차근차근 ‘더 큰’ 미래를 준비해 왔음은 물론이다. 마침내 그는 작년 10월에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전하며 화려한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대권가도 앞에 놓인 장애물은 산 넘어 산, 한마디로 ‘첩첩산중’ 그 자체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 내의 잠룡들과 피 터지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미 주도권을 잡으며 대세론을 형성한 손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4·27 분당 재보선 직후와 비교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당 아래 천당’이라 불리던 한나라당의 안방을 탈환한 일등공신이 손 대표인 만큼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경쟁자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1차 관문의 최대 난적인 셈이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중도’적인 손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해 ‘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FTA 문제를 놓고 정 최고위원은 좀 더 강경한 노선을 주장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FTA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서명까지 받고 있다. 이미 25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는 복귀 후 ‘좌클릭’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당내 강경론자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입지를 잘 다져 활용한다면 좋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관문 최대 난적 손학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맞서려면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2차 관문인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면 두 번째로 만날 경쟁자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 역시 ‘손학규 대세론’ 이전까지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점쳐지는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유 대표는 ‘묻지마 지지자’들이 주축인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 대표의 이 고정지지층이 세력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언제든지 부활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어렵게 야권 내 경쟁자를 따돌리더라도 역시 끝이 아니다. 그 다음은 바로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라는 험준한 산맥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극복하는 해답은 정해져있다. 바로 ‘민심’을 사로잡는 것. 정치인에게 있어 민심을 거역한다는 것은  ‘대역죄’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책과 동시에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평화와 통일,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 노동문제 해결 등을 실현할 단일정당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이러한 현안들을 이미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보로 향해가고 있다. 중도개혁을 당헌에서 삭제했고, ‘보편적 복지’를 추가했다. 국민들이 진보를 요구하는 것에 부응해 확실하게 ‘좌회전’ 선언을 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아동수당이나 노인연금 등 보편적 복지, 역동적 복지를 위해 소득 최상위 0.1%에게만 부과하는 ‘부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화끈하게 좌향좌로 틀어
‘복지’ ‘노동’ 카드 꺼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그는 의원들 사이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환경노동위’를 자청했다. 이어 노동문제라는 고리로 진보정당과 노동계와의 공감대를 넓혀왔다. 또 지난달 29일 다른 야당 및 양대 노총과 함께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정 최고위원은 전주 버스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12m 망루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 간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망루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사가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질감이 심한 양대 노총으로부터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정 최고위원은 빠른 시대변화에 대처하는 ‘역동적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도 일찌감치 시작했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강 등 젊은층과 꾸준히 접촉하고 소통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 최고위원은 연령대별 지지에서 20~30대 지지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사항으로는 ‘남북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경직된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SNS’기반으로 20~30대와 소통 폭 넓혀
‘발로 뛰는 통일행정가’찬사 받으며 발판 구축

따라서 정 최고위원이 민주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기반을 구축하고 그들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가치비전으로 연합한다면 대권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바로 차기 대선을 논하는 과정에서 정동영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지난 정권에서 정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건설 경험으로 ‘발로 뛰는 통일행정’을 일궜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접견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통일’을 대비해 역량 있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정 최고위원이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량있는 통일정책 마련해야
야권 대통합 위해 동분서주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선 ‘연합정치’와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전부터 그는 줄기차게 ‘민주-진보 대통합론’을 주창하며, 진보정당에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쳤다. 이어 ‘야권통합 단일정당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강한 불신을 가졌던 진보진영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철저하게 쇄신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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