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5월 회동’ 가상시나리오

2011.05.16 09:40:18 호수 0호

밀어주고 당겨주고 ‘적과의 동침’ 가능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가 특정 인사를 대통령 특사로 보내는 자체가 ‘정치성 특혜’다? 더욱이 특사로 차기 대권주자 중 가장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잦은 특사 권한을 둘러싸고 나도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이번 유럽 3개국 특사 방문은 이명박 정권 들어 벌써 세 번째였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두 사람의 ‘관계’치고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표가 유럽 3개국 특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유럽 방문길에 올랐다. 길이 엇갈리지만 않았다면 이미 특사 결과보고 차 만났을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이 돌아오는 대로 회동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무슨 얘기가 오갈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사 선물 준 MB, ‘박근혜 역할론’ 언급 할까?
“중요한 선거도 있고” 본격적 대권 행보 시사


박근혜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출국해 8박9일의 유럽 3개국 특사활동을 마쳤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이번 특사는 두 사람 간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색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유럽 특사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번의 대통령 특사
정치적 위상 높아져

이번 박 전 대표의 특사는 지난해 ‘8·21 단독 회동’ 이후 만들어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화해무드’가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이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 재검토 발언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두고 ‘뼈있는’ 발언을 하면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박 전 대표에게 특사 파견의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표도 수락해 ‘갈등·대립설’은 수면 아래로 일시 가라앉았다. 당시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도 “두 분간 원만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었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특사로서 유럽 주요국가의 정상들을 만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그동안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외교능력’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당내의 애절한 구애에도 초지일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던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이번 특사활동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탄력 받고 있다. 유럽 순방 중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호텔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내년 총선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라며 각종 선거지원 요구에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은 12월에 있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서도 그의 대선 가도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총 6차례의 회동
5차례 갈등 증폭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유럽으로 출국하기 직전 대통령특사로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대표에게 이미 회동을 제안했다.
그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총 6차례 회동을 가졌다. 이중 가장 최근 만남을 제외한 5차례 회동에서는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켰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만남에선 협력관계 정립에 실패했고, 2008년 총선을 전후한 회동에선 공천갈등이 폭발하면서 만날수록 둘의 사이는 악화되기만 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회동에선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벌인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두 사람이 ‘이명박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자’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이뤄지면 특사 결과 보고 이외에도 다양한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화제로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특사활동 결과 보고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1순위’인 두 사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특히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가운데 자리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중립성향 원내대표, 친박 득세, 대선행 ‘탄탄대로’
회동 후 위상 업그레이드 전망, 공개여부도 관심

때문에 이번 회동에선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포함해 여권 지도부 개편 등 정치현안 전반에 대한 내용까지 의제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을 수 있다. 또 최근 당내 최대화두인 ‘박근혜 역할론’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당내 상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며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등 유럽 방문 단상을 올렸지만 쇄신 파동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강력히 요청한다면 박 전 대표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불러도 대답 없는 ‘박’
‘이’ 강력히 요청하면?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이번 회동이 재보선 뒤 한 달 가량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치현안이 다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표의 특사 파견 문제를 두고도 한쪽에선 “이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다”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수차례 고심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뒷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이달 21~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4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회의 준비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이 월말쯤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동의 공개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회동에 비추어 보면 처음에는 결과 보고 형식으로 공개 회동을 시작하고 차후 주변인들이 자리를 비켜주거나 둘 만 자리를 옮겨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한편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와 소장·중립파의 지원으로 친이계 주류를 꺾고 중립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된 것도 박 전 대표의 정치 참여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등 당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일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립계 원내대표 당선
정치 참여 공간 넓혀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당장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거나 이 대통령과의 전면적 협조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올 연말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기 등판해 장기 레이스를 펼칠 경우 야권의 집중 공세에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과 협조 관계 구축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부딪힐 만큼 민감한 정치적 현안은 거의 없다. 박 전 대표는 대선 행보를 위해 기반을 다지고 움직일 공간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양자 회동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과 이날 둘의 관계 설정은 향후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말기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대통령과 차기 대권에서 필승을 다짐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번 회동에서 어떤 윈윈(win-win)관계를 설정하고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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