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셋째 부인’ 서미경 사라진 수수께끼

2017.02.02 10:53:23 호수 1099호

롯데 수사 대미 ‘못 잡나 안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녀는 지난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 가운데 그녀의 소유 회사 유원실업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 한국으로부터 한발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은 롯데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롯데와 관련된 각종 비리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해 나갈 무렵 의외의 인물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다.

잡을 수 있었는데…

서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이라서가 아니었다. 그가 롯데 수사에 있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핵심역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서씨의 수사를 통해 제2롯데월드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과정서 드러난 한국과 일본에 걸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이런 배경에서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롯데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의 소유지분의 합이 6.9%로 7%에 육박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가운데서 가장 많은 지분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6%로 각각 2%가 채 되지 않으며,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서 보필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조차 3.0% 지분을 갖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씨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 0.4%를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신병확보 실패 검찰 비판 불가피
어디로 갔나?…일본 도피설 유력

검찰은 서씨의 지분 형성 과정서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기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6.9%를 서씨 모녀에게 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의 1% 지분의 가치는 당시 기준으로 1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탈세 규모만 6900억원이 넘었다.

양도 방법으로는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됐다. 신 총괄회장이 1997년 롯데홀딩스 주식을 주당 50엔(약 500원)의 액면가로 서씨 모녀에게 넘긴 뒤 2005∼2006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지분 3.21%를 서씨에게 증여한 정황이 나왔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서씨가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상황됐다.

롯데 수사 초기 검찰과 서씨는 그의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락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서씨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그는 출국 초기엔 도쿄호텔 스위트룸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자 동경으로 거주지를 이동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서씨와의 연결선이 끊기자 대면조사 없이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금 탈루 외에도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으로 임대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서씨에 대한 수사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서씨의 여권 무효화를 추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렇다할 성과없이 재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씨를 소환 조사하기 위해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서씨 보유 부동산과 주식 압류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직접 조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공판준비기일도 서씨 없이 진행됐다. 다만 공판과는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없다.

지난 25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도 서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지막 재판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씨에 대한 강제송환을 추진 중이다.

여권법에 따르면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기소된 경우 외교부장관이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다. 지정한 반납기간 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 효력은 자동 상실된다. 이 경우 서씨는 일본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강제 추방된다.


찜찜한 수사…서씨 없이 재판
해외서 조용히 사업 정리 중

검찰은 우선 서씨에 대해 혐의가 있는 전체 탈루액 가운데 297억원을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서씨가 인정한 세금 탈루액에 대한 기소다. 검찰은 추후 탈루액 전체에 대한 소송액을 늘릴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유원실업은 롯데그룹 관련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롯데쇼핑 지분을 지난해 말, 모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공시된 것. 유원실업은 서씨 모녀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매각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앞서 유원실업은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통해 10년 이상 막대한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유원실업의 이 같은 행보는 두 가지로 방향으로 읽힌다. 우선 롯데그룹 차원서 논란이 된 유원실업과의 관계 청산이다. 롯데그룹은 수사가 진행되기 전 이미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국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롯데그룹에 검찰 조사라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유원실업과의 관계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서씨와 롯데그룹 간의 거리두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로 이전과 같이 유원실업이 롯데그룹으로부터 이득을 챙길 수 없게 되자 논란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롯데그룹에서 잠시 멀어지려는 의도로 유원실업의 롯데그룹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룹은 거리두기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서미경씨의 신병 확보가 중요하다”며 “검찰이 서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시작돼 검찰 수사의지에 의문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