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강강술래

2017.01.31 11:23:02 호수 1099호

지난 200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사표를 낸 뒤 곧바로 시험을 치르고 이듬해에 다시 서울 소재 한 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했다. 이후 지금까지 번듯한 돈벌이, 즉 경제는 ‘나 몰라라’하면서 글쓰기에 치중해왔다.



물론 그 과정에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또 간혹 정치인들의 연설문을 작성해주는 등 나름대로 내게 필요한 최저 생계비(용돈)를 마련했다. 그러던 중 필자의 사정을 파악한 동생이 산뜻한 제안을 해왔다. 내게 필요한 용돈을 제공할 테니 글쓰기에 매진하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글에만 몰두했는데, 너무 글쓰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하여 나이 더 먹기 전에 노동도 좀 하면서 돈도 조금 벌어보자는 심사에서 지인에게 일자리를 부탁했고 마침내 그럴싸한 곳이 나타났다.

‘강강술래’란 상호의 음식점으로, 한 달 전부터 그곳에서 주말 이틀간 식기 세척하는 일을 시작했다. 나름 힘은 들지만 그래도 아직 일할 수 있다는 데 자그마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곳을 다니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까마득하게 잊힌, 우리 아이들은 그 존재도 알지 못하는 강강술래란 민속놀이에 대해 소개하고 더불어 내 글을 마다하지 않고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자는 생각 말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주로 추석에 이 놀이가 행해졌다고 하는데 필자가 어린 시절, 우리 동네(서울 변두리)에선 설날 이후 정월 대보름까지 유행했었다. 그 시기에 남자들은 윷놀이, 여자들은 마을의 너른 공터에 모여 강강술래 놀이를 했다.


필자도 그 놀이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다. 물론 남자인 나는 그 놀이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바로 위에 누나가 있었고, 극성스러운 누나의 완력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각 지역마다 놀이의 양상이 다른데 필자가 참여했던 기억을 풀어내보면, 먼저 ‘가위바위보’를 통해 술래를 정한다. 이어 술래를 중심으로 놀이에 참여한 모든 여자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서서 손을 잡는다.

이어 술래가 ‘강강술래’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지목하는데 처음에는 ‘가앙 - 가앙 - 수울래’ 식으로 길게 늘어트린다. 그 소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원을 그리며 옆으로 이동하다 소리가 멈추는 시점에 걸음 역시 멈춰야 한다.

뒤를 이어 술래에게 지목받은 사람이 자신의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고 다시 술래의 강강술래 소리가 이어지는 그 순간에 원을 그리며 이동하는데, 술래의 강강술래 소리가 때로는 짧게 또 때로는 길게 이어진다.

그 과정에 이동하지 말아야할 시점에 이동한 사람, 그리고 술래의 지목을 받고 즉각 반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원에서 이탈해 곁에 그려놓은 원 안에 갇히게 된다. 결국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계속되고 최종 생존자가 다음 술래를 정한다.

그 놀이에서 내가 지목받았을 때 나를 놀이에 참여시키는 걸 강하게 반대했던 누나 친구를 향해 난 새해 소망 대신 된통 쏟아부었다. 그 내용은 생략하겠다. 여하튼 내가 뱉어낸 말로 그날의 놀이가 끝났다는 것만 말해야겠다.

그 놀이를 이용해서 기꺼이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께 정유년 새해 인사를 전한다.

『강 - 강 - 수을래
정유년을 맞이하여
강 - 가앙 - 수을래
모두 모두 행복하소
가앙 - 가앙 - 수을래
내 글 읽어주는 분들
강 - 강 - 술래
특히 더욱 행복하소』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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