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일에 싸인 기무사 비선조직 실체

2017.01.09 10:21:37 호수 1096호

기무사에 기생하는 수상한 유령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무실이 없다. 직원도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보통 이런 회사를 ‘페이퍼컴퍼니’라고 한다. 그런데 국군기무사령부 홈페이지에 페이퍼컴퍼니 같은 ‘사단법인’이 하나 있다. 이 수상한 사단법인이 기무사 홈페이지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군기무사령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알림마당’이라는 창이 있다. 이곳에 들어가 보면 ‘공지사항’ ‘기무사 소식’ ‘부대원 선발’ ‘전입신병’ ‘방산보안협의회’ ‘사이트맵’ 등이 있다.

홈페이지에
떡하니 소개

기무사 홈페이지에 페이퍼컴퍼니 같은 사단법인이 바로 방산보안협의회(이하 방보협)이다. 방보협은 1997년 방산업체 보안실무자간 정보교류 확대 및 보안업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결성된 사단법인이다. 같은 해 4월, 대전지역을 시작으로 12개(서울·인천·용인·성남·안양·충북·대전·대구·부산·전북·창원·광주) 지역협의회를 결성했다.

방보협의 임무는 ▲방산회원사간 유대 강화를 통한 업무협조 체계 구축 및 권익 보호 ▲보안사고 예방을 위한 전문지식 함양 및 보안 의식 고취 ▲상호 정보 교류를 통한 보안 업무 활성화 추진 등이 있다.

방보협은 매년 관계기관 간담회(3월)와 유관기관 워크숍(4월), 방산보안협의회 정기총회(6월), 지역협의회 활성화 지원(후반기) 등의 활동을 한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전국 12개 지역 방산보안 협의회를 전국 차원으로 확대 결성하기 위한 ‘방산보안중앙협의회’를 결성했다. ‘보안 관계자들 간 정보교류 활성화’ ‘보안업무 수행 기반 구축’ 등이 결성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없고 직원도 없어…실체 모호
국방위 의원도 “이런 데 처음 본다”

방보협은 올해로 생긴지 20년이 된 전국적인 조직이다. 기무사 홈페이지에 소개될 만큼 공신력 있는 단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방보협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고 인터넷에 방보협 관련 정보도 거의 없다. 심지어 방보협 회사 주소나 전화번호도 없다. 한마디로 실체가 모호한 사단법인이다.

<일요시사>는 국방위 소속 김종대 의원실(정의당)에 방보협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의원실 측으로부터 황당한 답변이 왔다.

의원실 관계자는 “기무사는 해당 관할이 아니라고 해서 방진회(한국방위산업진흥회)서 자료를 받았는데, 정관이나 사업계획서가 없다. 이런 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정관은 사단법인 운영을 위한 가장 원론적인 규율로 사단법인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 요건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두 가지 사실은 확실했다. 먼저 방보협은 기무사 담당이 아니며, 방진회가 주무관청이다. 또 사단법인인 방보협에는 정관이 없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왜 담당 주무관청도 아닌 기무사가 홈페이지에 방보협을 소개했으며, 왜 방보협에는 정관이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이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무사와 방진회 관계자 등의 입장을 들어봤다.

정관도 없다
주소도 없다

기무사와 방진회의 입장을 종합하면 하나 같이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먼저 기무사 관계자는 “(방보혐은) 사단법인으로 알고 있으며 기무사가 주무관청은 아니다”며 “기무사가 간담회 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방산업체를 지원하는 기무사 입장서 방보협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무사 측의 답변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홍보를 하려면 최소한 방보협의 회사 주소나 전화번호 정도는 공개하는 게 기본인데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기무사는 “사실 ‘이게(방보협)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뜬금 없이 기무사 홈페이지에 방보협이 들어간 부분은 있다. 검토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방진회 관계자 역시 방보협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진회 관계자는 “그곳은 친목 단체 정도밖에 안 된다. 밑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무관청도 아니다. 방진회랑 전혀 상관없는 곳”이라며 “방보협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방진회가 방보협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김종대 의원실서 입수한 ‘연도별 방산보안협의회 주요 활동 내용’ 문건을 확인해본 결과 방진회가 방보협을 분기별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년 됐는데
주무기관 없다?

문건에 따르면 1/4 분기 ‘임원진 유관 기관 예방(4월)- 기무사, 방진회 등 방문 애로사항 건의’라고 돼있다. 분명하게 비고란에는 ‘방진회 지원’이라고 기재돼있다. 방보협은 분기별로 워크숍이나 정기총회, 지역협의회 등 각종 포럼과 행사를 한다. 이때마다 방진회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보협 정기총회 때는 기무사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간지 <국방과 기술> 2005년 7월9일 보도에 따르면, 방보협이 기무사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공동 주관으로 결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전국에 있는 11개 방보협 지역보안협의회 대표 25명과 기무사, 방진회 관계자 등 총 37명이 모여 회칙을 정하고 만들었다. 당시 회장으로 방산업체 H사의 김모 보안실장으로 추대했다.
 

이외에도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163조에 따르면 방진회 회장은 방산 업체 보안 발전을 위해서 방산보안협의회를 구성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방진회서 주관해서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방진회 측에서 방보협과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한 점은 수상한 측면이 있다.

국방부-협의회 서로 “모른다” 

주무관청도 “관계없다” 발뺌

정작 방보협 측은 방보협이 사단법인이 아니라 비영리법인단체라고 말한다. 방보협 관계자는 “과거 사단법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진행했지만 국방부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방산관련 업체들이 회비 2만원을 낸다. 방산 업체 보안 관계자들이 협의회 임원을 맡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도 안 되고, 일만 늘기 때문에 아무도 방보협 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보안 관계자들도 다 회사원인 마당에 누가 이런 거 맡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관계자 역시 방보협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단체라고 시인한 셈이다.

유명무실 단체
뭐 하려고 만들었나

어쨌든 방보협의 주무관청은 기무사와 방진회 둘 중 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 두 단체는 방보협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보안 업무의 교육이나 관련 사항은 주무관청인 기무사나 방진회서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런 업무를 방보협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놓으라고 지시하고는 업체들한테 부담시키는 양상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안관계자 정책 제언, 기무사 홈페이지에 왜?

현재 기무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방산보안협의회 소개 자료는 2008년도 만들어진 보안 관계자의 정책제언 자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방산업계 한 관계자가 국방부와 기무사, 방진회 등에 정책 제언을 했다고 한다. 방산 업체들의 보안 교육과 정보 교류 등의 취지에서 사단법인 설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방보협 정책제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런데 기무사에 이 방보협 정책제언 자료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현재 기무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방보협 소개자료는 과거 정책제언 자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주지도 않았으면서 웬 홍보거리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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