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뒷담화]조민기, 정하연 작가에 화해의 손 내민 이유

2011.04.08 09:35:00 호수 0호

더 이상 큰 논란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한 동안 잠잠했던 ‘쪽대본’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약 7개월 동안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호흡을 맞춰왔던 배우 조민기와 정하연 작가가 쪽대본을 놓고 공개적으로 얼굴을 붉혔다. 드라마 종영 후 조민기가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조민기 “쪽대본이 완벽한 대본이라고?” 정하연 작가 정면 비판  
정 작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조민기에 “고소하겠다” 강경 입장

조민기는 지난 3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어. 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고 말문을 연 뒤 “완~~~~~전 쫑!!! 지난 월화수목 간절곶에서 마지막 촬영했는데...심신이 표독스러워져서 얼굴 안 보여주고 싶어서 그냥 올라왔다”는 심정을 밝혔다.

문제는 조민기가 이어진 글귀를 통해 <욕망의 불꽃>의 대본 집필을 맡은 정하연 작가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

조민기는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배우들에게 던져주며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해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 봐주시느라 고생 많았어요”라고 밝혀 정 작가가 촬영 당일 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이른바 쪽대본으로 출연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들도 자기가 쓴 대본 내용을 기억 못하는 자의 작가정신에 화를 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포기했었어요”라고 지적,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출연진 역시 작가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조민기는 끝으로 “세상의 밝고 어두움은 내 눈이 감지하는 게 아니었어. 분명하네...무겁고 역겹다는 것이 마음에서 사라지니...심안이 밝아지니 육안도 개운하게 밝은..라식 수술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고 밝혀 드라마의 시놉시스와 캐릭터 성격으로 인해 촬영 내내 커다란 심적 부담을 안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 글은 지난 3월30일 언론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정 작가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조민기에게 즉각 항의했다. 그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고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조민기 “더욱 더 성숙한
배우로서의 자세 배우겠다”

그렇지만 조민기는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30일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다. 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며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날 배우들에게 던져주며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해 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 봐주시느라 고생 많았다”는 글을 게재, 정하연 작가를 염두에 둔 듯한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저희들도 자기가 쓴 대본 내용을 기억 못하는 자의 ‘작가정신’에 화를 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포기했다. 세상의 밝고 어두움은 내 눈이 감지하는 게 아니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양쪽 대립은 팽팽했고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졌다. 그러다가 조민기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 4월1일 오전 공개 사과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더 이상 큰 논란을 만들지 않고 원만히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도인 듯 했다. 정 작가도 조민기의 사과를 받아들여 논란은 일단락 됐다.

조민기는 “<욕망의 불꽃>은 7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정성과 공을 들였던 드라마였습니다. 많은 인원들이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작업했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작업했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욕망의 불꽃>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 보다 제 개인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 들이 처음에 가졌던 제 커다란 기대에 비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조민기는 또 “결국 모든 촬영이 끝나고 그동안 제게 누적되었던 안타까움 들에 대한 표현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드리기에 충분했음에 깊은 반성과 함께 사과의 마음을 드립니다. 긴 시간 50부의 여정을 이끌어 오신 정하연 작가님과 소원영 사장님. <욕망의 불꽃>을 만들어 낸 많은 스태프와 연기자 선후배님 동료 분들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히 <욕망의 불꽃>을 사랑으로 시청해 주신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더욱 더 성숙한 배우로서의 자세를 배워가겠습니다”는 글로 끝을 맺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한몫
결국 시간에 쫓겨

사실 대본이 늦게 나오는 상황, 일명 ‘쪽대본’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곪을 대로 곪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 ‘쪽대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우 이순재는 <욕망의 불꽃> 종방연에서 “<욕망의 불꽃>은 일주일 전에 대본이 나와서 여유가 있었지만 <마이 프린세스>는 ‘회치기 대본’이었다”며 “이번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배우들이 드라마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니 배우들의 개런티가 상상을 못할 정도로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일촉즉발’ 상황서 조민기 먼저 화해의 손 내밀어
정 작가 사과 받아들이며 갈등 해결 논란 일단락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주인공 최수종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본이 너무 늦게 나와 대사 외우고 준비하는 데 정말 애를 먹었다. 대본을 받으면 이걸 언제 외우나 암담했지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심정으로 ‘그래 한번 해 보자’고 덤볐다”며 “대본이 너무 안 나오니 장일준이 결국 대통령이 못 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SBS 드라마 <싸인>은 결국 쪽대본 릴레이 끝에 최종회에서 화면조정용 컬러바가 뜨는 최악의 방송사고를 냈고,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도 쪽대본 탓에 주인공 정우성이 부상으로 겨우 하루를 쉬었음에도 촬영 분량이 모자라 1회 결방되기도 했다.

쪽대본의 양산은 시청률 지상주의가 한몫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로지 시청률로 방송사 편성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잘못된 제작환경이 정착됐다는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사전 제작 드라마가 대부분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제작사는 일단 편성부터 잡고 본다. 무조건 방송만 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대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일쑤다.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된다. 쪽대본이 남발하는 건 당연지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전 제작 드라마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국내 시장에서 작가와 배우, 이 둘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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