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도 몰랐던’ 감사원 수상한 인사

2016.11.14 09:37:09 호수 0호

낙하산 암행어사 ‘일 잘 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공기관의 암행어사 노릇을 하는 감사원에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가 감지됐다. 이완수 사무총장이 주인공. 이를 두고 내부 잡음이 무성하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감사원은 청와대가 꽂은 낙하산 인사로 내부 반목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전했다.

16년만에 외부인

여기서 청와대에서 꽂은 낙하산이라 함은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을 가르킨다. 이 사무총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로 지난해 7월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으로 영전했다. 무려 16년만에 감사원 외부 인사가 사무총장이 됐다.

당시 감사원 내부서 이 사무총장의 인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에 이어 2인자다. 통상적으로 감사원 원장은 외부 인사, 사무총장은 내부 인사가 원칙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감사원서 사무총장은 조직의 안살림까지 맡는 야전사령관격”이라며 “이 자리는 외부 인사보다 조직 사정과 그동안의 감사 히스토리를 잘 아는 인사가 더 적합하기 때문에 내부 승진을 관례로 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호 전 사무총장은 2015년 초부터 신임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했던 내부 간부에게 서서히 인수인계를 해나가는 분위기였다. 감사원장 또한 그에 맞춰 해당 간부에게 신임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준비시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무총장으로 유력했던 간부는 정길영 전 제1사무차장(현재 감사위원)이었다. 정 전 사무차장은 재정경제감사국장, 기획관리실장, 제2사무차장 등 내부 주요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내부서도 신망이 두터워 사실상 신임 사무총장으로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감사원의 고위 간부 최종 인사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원장과 사무총장이 밑그림을 그리는 구조다. 지난해 5월 황찬현 감사원장은 청와대에 신임 사무총장 단독 후보로 정 전 사무차장을 올렸다. 그 외 1급 3명도 함께 임명 재청 건의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신임 사무총장 인사만 반려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정 전 사무차장의 실망이 컸다. 사표를 쓰려고 했지만, 다른 간부가 이를 강력하게 말렸다”며 “황 원장은 당시 미안했는지 2015년 11월 자리가 빈 감사위원(차관급)으로 승진시켜줬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황 원장이 청와대 의중도 모르고 사무총장 인사를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 원장은 애초 신임 사무총장이 감사원과 무관한 외부에서 올 지 전혀 몰랐다는 것.

만일 그가 외부에서 신임 사무총장을 데려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 전 사무차장을 청와대에 임명 재청했을지, 감사원 내부서 감사원장과 전임 사무총장이 신임 사무총장 후보를 준비훈련까지 시키는 ‘뻘짓(?)’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감사원 수장으로서 황 원장이 내부 인사 원칙을 끝까지 고수할 수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힘없는 낙하산이라는 게 중론이다. 황 원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마산중학교,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다. 이 때문에 황 원장 인사 청문회 당시 “기춘대원군이 꽂은 게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감사원 사무총장 인사는 이미 2014년 12월 말 경부터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라인으로 점치고 있었다는 청와대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 내부에선 신임 사무총장을 외부서, 그것도 감사원 출신이 아닌 외부인을 들여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데 감사원장은 이 사실도 모른 채 2015년 1월 말 청와대 수시보고를 다녀왔고, 정 전 사무차장을 차기 사무총장이라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귀뜸했다.

한마디로 감사원장은 청와대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 아무 언질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로써 황 원장이 “(이 사무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와 협의는 있었지만 하명이나 지시는 없었다”는 말이 궁색하게 됐다.


청와대서 점쳤던 사람이 바로 이 사무총장이다. 전형적인 TK(대구·경북)라인으로 최 의원과 대구고 동기다. 또 자원외교 보도 관련 최 의원이 경제 부총리로 있을 당시 언론중재위 제소건에 대해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사무총장을 꽂은 게 최 의원이라는 말이 끊이질 않았다.

사무총장 인사 두고 내부 잡음 무성
내부인이 적합한데…“청와대 꽂았다”

당시 감사원 내부서도 이 사무총장 내정에 대해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곽상욱 전 감사위원은 원장실까지 찾아가 “이완수는 절대 안 된다”고 원장에게 직언했다고 한다.

곽 전 위원(사법연수원 14기) 역시 이 사무총장(사법연수원 13기)과 같은 검사 출신이다. 이들은 2002년 나란히 대검찰청 감찰 1·2과 과장(1과 이 사무총장, 2과 곽 전 위원)을 맡았다.

2014년과 2015년 5월, 곽 전 위원은 각각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감사원 사무총장 인사와 맞물림)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때 당시 곽 전 위원이 낙마한 배경을 두고 청와대에선 두 가지를 꼽았다고 한다. 첫째는 곽 전 위원과 이 사무총장이 검찰에 있을 당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사정기관 중 하나로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곽 전 위원은 이 사무총장과 사이도 좋지 않으며, 최소한 김 전 비서실장이나 최 의원 등과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마저도 없다. 한마디로 청와대서 컨트롤이 안 되기 때문에 곽 전 위원은 배제했다는 후문이다.

곽 전 위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내부 조직 운영에 있어 원활한 소통보다는 상명하복식 운영으로 내부 반목을 사고 있다. 검찰 출신이다 보니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행정고시 출신인 간부들이 불편해한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감사원 간부들은 이 사무총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실정이다. 특히, 1급 간부 중에선 이번 연말 인사 때 현재 보직서 빠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해진다.
 


이런 내부 조직 문제에 대해 감사원은 “크게 할 얘기가 없다”는 분위기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사무총장이 임명됐을 때 내부에서 예상 못했던 부분은 맞다”며 “내부 갈등은 없으며, 조직 인사와 관련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독립된 조직으로 바로 서야지만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해낼 수 있다”며 “청와대의 낙하산 사무총장으로 인해 전체 조직이 가라앉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의 감사 건수가 급감하면서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건수를 보면 연평균 157건의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연초부터 8월31일까지 발표된 건수는 평균 114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8월31일까지 발표된 건수는 94건에 불과했다.

최근 9년 사이에 올해(8월31일 기준)보다 적었던 때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87건)을 제외하면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등에 대대적인 감사인력을 투입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예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 건수서 이 같은 풍문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건수 급감

지난 10월10일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서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법사위원들이 감사를 할 꺼리가 없다. 일을 하도 안 해서”라며 “포도대장인지 암행어사인지 사헌부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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