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부동산은 오르는데 주가는?

2016.10.27 08:46:13 호수 1090호

최근 저금리 상태가 유지되다 보니 부동자금이 일부 부동산으로 향했다. 그간 시중의 부동 자금이 945조원이니 거의 1000조원에 달하는 돈이 투자처를 찾는 중이었다. 부동자금은 적당한 수익을 노리며 어디로든 흘려들어 가게 된다.



그런데 예금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던 채권도 매력을 잃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중 자금이 강남 재개발과 신규 주택시장으로 흘러 든 것이다. 점점 무주택자의 집 없는 설움은 깊어지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몸부림은 애달프다.

봉급은 안 오르는데 월세가 대세로 바뀌며 생활비가 부족해진다. 이래저래 빚내서 집을 사려니 직장은 불안하고 장사는 안 돼 갚을 일이 걱정스럽다. 이게 한국 서민들의 모습이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 부채 규모는 1257조3000억원이다. 지난 8월에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대책’은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 규제책을 내놓는다 하니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다.

부동산으로 가지 않게 된다면 다시 부동 자금으로 남아 있거나 부채 상환에 쓰이든지 소비가 활성화돼 시중자금의 회전율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그 중 바라는 것은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흘러들어 오는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이 활성화돼 투자자들의 주머니가 두툼해져 기분 좋은 소비가 늘고 또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부동산이 들썩이니 가계의 소비 여력이나 주식투자할 자금이 부족한 것이다. 투자는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수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매수하지 않게 된다. 즉, 타인이 안 살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안 사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 2009년 31%에 이르던 개인투자자 비중은 이제 20% 아래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 2000이 좀 넘어가면 어김없이 매물이 나오고 펀드 환매도 나온다.

더 이상 오르지 않으니 돈이 빠져 나가고 빠져 나가니 더 오를 일이 없어지게 된다. 거기에 최근 공시가 문제된 한미약품이나 삼성전자 갤럭시S7 리콜 등으로 협력업체 주가도 같이 하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고 위축됐다.

월가의 투자 격언에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말이 있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온다면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기업들이 주식시장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쉬울 텐데 부동산만 달아오르고 주가는 상방이 막혀 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 외에도 외국인과 기관이 있는데 기관 역시 지수가 2000이 넘어가면 매도할 준비를 하도록 학습이 되어 있다. 펀드 환매도 해줘야 하고 하락에 대비한 자금도 예비해 둬야 한다. 외국인들은 그간의 양적완화로 인해 풍부해진 자금력으로 최근 지속적인 매수를 해왔다.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처럼 위협하며 원화 강세를 유지하도록 한 원인도 있다.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아직 매력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부각된 한국의 리더십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은 10월26일 하루에 무려 선물 매도를  1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선물 매도에 이은 현물의 매도 공세가 이어질 공산이 있다. 또 12월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정치 리스크가 계속되고 이웃 국가 특히 중국과의 갈등으로 그나마 성장하는 화장품 등 한류마케팅이 타격을 입게 되면 증권시장이 한 동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그렇게 많은 부동 자금들을 증시로 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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