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많은' 프리드라이프 회장님 둘째딸, 왜?

2016.10.07 17:12:27 호수 0호

선진 장례 배운 '재원' VS '낙하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선진문물을 습득하고 돌아오라는 특명이 한 직원에게 떨어졌다. 몇 년 후 복귀한 직원은 회사의 바람대로 중책을 맡게 된다.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은 바로 박은정씨. 물론 아버지가 회사 오너인 박헌준 회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2년 설립된 프리드라이프(옛 현대종합상조)는 자타공인 상조업계 일등기업이다. 4년 연속 업계 1위라는 명예훈장은 프리드라이프의 15년 연혁을 대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프리드라이프의 고공행진은 박헌준 회장이 상조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하는 배경이다. 다만 박 회장을 둘러싼 잇단 구설은 명성을 흠집 내는 단초로 작용한다.

돌연 유학행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녀인 은혜씨, 차녀 은정씨, 장남 현배씨는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중책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회사 내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은혜씨는 2005년부터 프리드라이프와 계열사인 에버앤프리드의 감사를 겸임하고 있다. 은정씨와 현배씨는 현대종합상조 계열사였던 하이프리드에서 각각 등기이사와 감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은혜씨의 남편 신융화 이사에 이르기까지 친인척 상당수가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총수 일가의 요직 참여는 프리드라이프가 도덕적인 측면에서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 2010년 11월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박 회장이 1년6월형을 받자 세간의 냉소적인 시선은 한층 굳건해졌다.


2012년에는 박 회장이 71%(3만5500주)에 달했던 자신의 회사 지분을 16%(8000주)로 축소해 논란이 불거졌다. 박 회장이 넘긴 지분은 고스란히 ‘특수관계인’에 넘어갔고 업계에선 특수관계인을 그의 친딸과 친아들로 예상했다. 관련법상 주주명부에 기재되는 특수관계인은 대주주의 친인척을 말한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프리드라이프 총수 일가 소식이 최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둘째인 은정씨다. 총무팀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은정씨는 2000년대 초반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뒤 착실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흥미로운 점은 은정씨의 지난 발자취에서 논란을 야기하는 공백 기간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미국서 선진장례 공부…보기 힘든 '엠바밍'
교육 핑계로 교보재 강매?…금전적 지원 의혹도

2006년 2월을 끝으로 회사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은정씨는 2009년 선진 장래문화를 배운다는 취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 내용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박 회장이 미국을 방문했던 기록에서도 은정씨의 모습이 발견된다.  

3년 간의 유학을 끝내고 2012년 1월 회사로 복직한 은정씨는 승승장구를 멈추지 않았다. 휴직할 당시 대리였던 은정씨는 복직하자마자 과장, 지난해 차장에 이어 부장으로 직함을 바꿔달았다. '퇴직'이 아닌 '휴직' 처리 해준 것도 모자라 6년 간 자리를 비웠던 직원에게 회사는 복직하자마자 고속 승진까지 시켜준 셈이다. 물론 선진 장례 기술인 ‘엠바밍(embalming,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위생처리 작업)’ 전문가가 돼 돌아왔다는 명분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힘들게 배운 선진 장례 기술은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회사에 복귀한 은정씨는 2013년 10∼11월, 2014년 3∼6월까지 총 2차례에 걸쳐 프리드라이프 장례전문지도사 교육과정의 한 과목인 메이크업 교육을 담당한다. 이 교육에는 시신 봉합술 및 복원술, 장례 메이크업 뿐만 아니라 엠바밍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은정씨의 강의가 전문성을 담보로 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여건 상 엠바밍을 제대로 구현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주검이 변함없이 보존될 수 있게 처리하는 엠바밍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정씨의 과목을 수강했던 상당수 사람들은 강의를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문성과 거리가 먼 부실한 강의였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핵심이다. 심지어 유학을 다녀온 회장의 자녀에게 회사에서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 교육 참가자는 “가장 관심을 끈 엠바밍은 영상자료만 잠깐 보여줄 뿐이었고 교육자체도 다 알법한 내용이었다”며 “이 정도에서 끝난다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강사보다 더 잘 한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강매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은정씨가 직접 강의한 메이크업 교육의 부대비용은 35만원. 메이크업 도구 세트 구입가격이 교육비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몇몇 강의 참가자들은 교육을 핑계로 한 교보재 강매나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교육을 빙자해 질 낮은 교보재를 팔아먹은 상술쯤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메이크업 세트와 관련한 논란의 책임은 일정부분 인정했다. 다만 별도 비용은 없었고 오히려 각종 부대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면서 최대한 교육생들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교육을 하면서 메이크업 도구세트를 판매한 건 맞지만 이외의 별도 비용은 전혀 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부수적인 교육준비물과 숙박까지 회사에서 모두 부담하고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3개월간 금액을 공제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해명했다.

더 큰 논란은 유학길에 오른 은정씨에게 회사 차원의 금전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에서 비롯된다. 일각에서는 은정씨가 미국에 있던 기간 동안 회사 측이 보수를 지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프리드라이프 측은 터무니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 어떤 금전적 지원도 없었다는 건 조금만 확인해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은정씨가 휴직한 뒤 유학길에 올랐고 국내에 돌아온 후 회사에 다시 입사했기에 회사로부터 어떤 물질적 이득을 취할 수조차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제대로 배웠나

프리드라이프 홍보실 관계자는 “은정씨의 유학과 관련한 악의적 소문이 잘못됐다는 건 당장 세무서를 찾아가서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고속 승진이 이뤄진 건 인정하지만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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