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숨겨둔 재산 추적

2016.10.04 11:34:32 호수 0호

무릎 한번 꿇고 900억 굳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위기에 봉착한 해운업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정작 한진해운 부실사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회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나서 최 회장에게 더 많은 사재를 내놓으라고 성화지만 최 회장은 눈물을 앞세워 여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최은영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은 한진해운을 현재의 위기상황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해운업이 반짝 호황일 때 잘못된 예측으로 고가의 용선계약을 맺은 건 훗날 한진해운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최 회장은 2014년 4월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넘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한진해운 회장 자리서 빈손으로 물러난 건 아니었다.

“더는 못 내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진해운서 근무하면서 최 회장이 받은 보수 및 배당금은 총 254억원. 2014년 한진해운서 손을 떼면서 받은 퇴직금만 52억4300만원에 달한다. 당해 한진해운은 46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최 회장은 조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넘길 당시 본사 사옥 등 알짜재산은 고스란히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수홀딩스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8분기 동안 한진해운으로부터만 120억원의 사옥 임대료를 받았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사흘 전에는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97만주를 전량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진해운 부실사태를 모른척하던 최 회장은 지난달 12일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경영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지만 사재출연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던 최 회장이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타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100억원은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유수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해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론은 최 회장이 출연한 사재 1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이날 국감은 시작 전부터 대중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이어졌다. 한진해운 부실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손꼽히는 최 회장이 증인으로 현장에 모습을 비춘 까닭이다.

밝혀진 개인 자산만 400억
자녀 등 일가까지 1000억대
사재 출연은 100억에 불과

흥미로운 점은 국감을 통해 최 회장이 직접 자신의 자산 규모를 밝혔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일가 재산이 1000억원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는 박완주(더불어민주당·충남천안을) 의원이 “유수홀딩스와 비공식 가족자산, 급여와 배당수익을 모두 합하면 최 회장 일가 재산이 18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며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재산의 10%만 출연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개인의 자산으로 한정하면 350억∼400억원 수준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켰다. 이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 당시 최 회장이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사재의 3분의 1을 한진해운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더 이상의 여력이 없는 걸까. 현재 최 회장 명의로 확인된 재산은 유수홀딩스 지분(18.11%), 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 지분(15.46%), 가회동 한옥 등이다. 이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유수홀딩스 지분이다. 이를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30억원 규모다.

다만 최 회장이 보유한 유수홀딩스 지분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미 은행이나 증권사들에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잡혀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유수홀딩스 지분 257만주를 담보로 지난해부터 지금껏 3차례에 걸쳐 NH농협, LIG투자증권, 현대증권에서 대출 받았다. 이 금액이 200억원 안팎이다.

싸이버로직스는 비상장사인 관계로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2015년말 이 회사의 순자산가치(879억원)와 2010년 7월 최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을 각각 3.16%(1만2659주)씩 늘릴 때의 1주당 가격(14만3809.5원)을 감안하면 130억원 수준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에 30억원대로 추산되는 부동산 가치를 종합하면 300억원대 자산을 보유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드러난 최 회장의 자산 가치만을 따진 계산이다. 여기에 최 회장 일가 재산을 더하면 자산 규모는 한층 확대된다.
 

최 회장은 더 이상의 사재출연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안산상록을)은 “100억원 갖고는 사재 출연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다. 사재를 더 출연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의했지만 최 회장은 “상속세 대출금을 갚기 위해 (유수홀딩스)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어 (추가 출연은) 어렵다”고 답했다.

눈물로 거부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가족재산의 10%만을 내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질타가 국감에서 계속된 건 당연했다. 놀랍게도 최 회장은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눈물을 쏟았다. 진심으로 사죄하겠다며 바닥에 엎드리기도 했다. 다만 “2014년 이전까지 일에 대해 책임을 졌고 2014년부터 법정관리 전까지의 상황은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진해운 부실의 화살을 조 회장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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