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교촌치킨의 무리수

2016.10.04 10:24:21 호수 0호

우습게 봤다가 큰코 다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이 일본에 진출한 지 약 9개월 만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교촌치킨은 일본 홈페이지에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글만 게재한 채 조용히 문을 닫았다. 한국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각에선 교촌치킨이 사실상 일본 진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 ‘높은 가격’ ‘현지조사 부실’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국내에서 있었던 소비자들과의 마찰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교촌치킨은 일본 도쿄시내 중심가 롯폰기에 1호점을 오픈했다. 264㎡(8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오픈하면서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과 이근갑 국내사업부문 대표는 직접 일본 매장을 방문해 ‘그랜드 오픈식’까지 치렀다.

당시 교촌 관계자는 “교촌치킨만의 차별화된 품질과 노하우로 일본 시장에서도 한류 이상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롯폰기 1호점 오픈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외식업 최대의 격전지인 일본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교촌만의 고객 가치와 바른 생각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줄 선 사진은 뭐?

하지만 지난달 1일 교촌치킨은 일본 홈페이지에 “지난달 말까지 도쿄 롯폰기점을 운영하게 됐다는 사실을 전해 유감스럽다.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글만 게재한 채 조용히 문을 닫았다. 성대하게 문을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기자 교촌치킨의 일본 진출은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패의 원인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치킨 가격을 꼽았다. 실제로 롯폰기 1호점에서는 닭다리 6개가 한화로 약 2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한국보다 약 2배 비싼 가격이다. 심지어 국내 매장에서는 치킨을 주문하면 무료로 제공되는 ‘치킨무’가 일본 매장에서는 한화로 약 3000원에 판매됐다.


이에 교촌치킨 관계자는 “치킨무를 돈 받고 파는 것은 일본 문화에 맞춘 것이다. 일본에서는 반찬을 돈 주고 사 먹는다. 또한 일본의 인건비와 임대료가 한국보다 비싸서 치킨 가격도 비싼 것이다. 이에 인건비와 임대료를 좀 더 줄이고 수익성을 늘려보고자 이전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비싸서 수익을 내지 못해 롯폰기점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교촌치킨이 일본에 진출하기 전 현지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임대료가 비싼 것으로 잘 알려진 도쿄시내 중심에 매장을 세우는 등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도 현지 매장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일서 한국보다 2배 비싸게 판매
큰소리치더니…9개월 만에 철수

롯폰기는 도쿄 최대의 번화가로 대기업과 고급식당, 글로벌 패션 브랜드 등이 입점해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과 비슷한 핵심 상권으로 불린다. 입지 여건은 좋지만 그만큼 매장 임대료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촌치킨 관계자는 “일본 진출 후 6개월 동안 롯폰기점의 수익은 꾸준히 늘었다. 그 매장을 통해 일본 내에서도 교촌치킨이 많은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또 “매장 이전 계획이 있어서 지난달 말 영업을 종료한 것이 맞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하라주쿠나 시부야 쪽으로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이전 시기나 장소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의 일본 사업 고전은 파트너사의 부실한 경영 상태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푸드플래닛은 음반과 태양광 사업 등이 주요 사업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속된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등 재정 상황이 불안한 상황이다.

일본 소비자의 치킨에 대한 낮은 선호도도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모 업체도 낮은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지 매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며 “해외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일본에서 성과를 내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중국(홍콩)이나 타 국가 매장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 치킨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외식 시장에서 치킨 산업은 하향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패스트푸드 시장(2014년)에서 치킨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6.7% 떨어졌다. 버거(-4.6%)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치킨·버거 전문 패스트푸드 업체의 경우 지난 1990년대 디플레이션 시기에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3년부터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한식재단이 지난해 4월 발표한 ‘글로벌 외식 및 한식산업 조사’를 보면 일본 소비자의 치킨 선호도는 극히 낮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상위 13개) 가운데 치킨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서 0%대로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삼겹살은 각각 14%, 10%를 전은 14%, 12%를 나타냈다. 또 치킨은 앞으로 먹고 싶은 메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과 다르게 Kpop 등 한류 영향이 적고 최근 정치·외교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전반적으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하락했다.

일본 시장은 치킨 선호도가 낮아 글로벌 진출의 기피 지역으로 꼽힌다. 네네치킨과 굽네치킨, 페리카나, 치르치르, 야들리애 치킨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과 홍콩, 동남아 등을 적극 공략하지만 일본에는 매장이 없다. 중견 T 치킨 브랜드는 지난 5월 해외 진출을 위해 여러 국가의 시장 상황을 검토했지만 일본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했을 정도다.

T 브랜드 관계자는 “일본은 치킨을 포함한 패스트푸드 시장이 활성화 돼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장성이 낮아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했고 앞으로도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 국가보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특유의 장인정신과 프랜차이즈 산업 선진국으로 미국보다 진출하기가 더 어렵다”며 “다른 국가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촌치킨은 국내에서도 부득이한 가격인상으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교촌치킨은 2014년 교촌(간장)스틱과 교촌(간장)콤보 제품을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6.25% 인상했다. 레드스틱·레드콤보·허니콤보는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5.88% 인상했다. 당시 교촌치킨 측은 “지속적인 공공재 요금 인상과 인건비 상승 속에서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려 했으나 가맹점 운영비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돼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질타

그러나 소비자들을 비롯, 같은 치킨업계에서조차 이번 교촌치킨의 가격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치킨 가격에 가장 큰 비중은 생닭 가격인데 당시 생닭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 요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재료 가격 하락 시점에서 설득력 부족한 가격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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