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맞은 흥신소 찾는 사람들 천태만상

2011.02.02 09:00:00 호수 0호

"2~3월은 바람피우기 좋은 달~"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배우자나 애인의 부정이 의심스러울 때, 기업 스파이가 의심스러울 때, 찾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안주머니를 두둑이 채운 돈 봉투와 전화 한 통화면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때 지난 유행어가 귓가를 맴돈다. 실제로 그런 일을 ‘척척’ 해내는 곳이 있다. 바로 ‘흥신소’. 예전처럼 주먹패들이 일반인들을 뒷조사하고, 불륜 사진을 미끼로 거금을 갈취하는 그런 곳이 아니란다. 과연 믿을 수 있는 정보일까. 2~3월이 성수기라는 흥신소에 비친 대한민국을 조명해 봤다.



불륜추적 의뢰 많아 성수기…흥신소 매출 80% ‘배우자 뒷조사’
교도소 담장 위 걷는 직업, “불법은 불법…검찰 뜨면 잠수”

‘심부름센터’ ‘OO기획’ 등의 이름으로도 성업 중인 흥신소는 대부분 서비스 업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지만 사업자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유령업체, 즉 집계되지 않는 업체까지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수 천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의 특성상 흥신소 취재는 쉽지 않았다. 만남은커녕 통화 자체를 거부하는 업체가 부지기수였다.

취재를 거절한 몇 군데 업소는 “그래도 불법은 불법인데 무슨 좋은 일을 한다고 이런 걸 기사로 쓰려고 하느냐” “심심하냐. 한 번 취재하면 우리한테도 타격이 온다. 검찰에서 조사 뜨면 책임질 것이냐”는 등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총 15군데의 흥신소에 취재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 3곳과의 전화 취재를 통해 흥신소의 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검찰 뜨면 잠수, ‘힘든 직업’

이들이 말하는 흥신소는 예전처럼 주먹패들이 일반인들을 뒷조사하고, 불륜 사진을 미끼로 거금을 갈취하는 냉혈한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다. 또 밀실을 차려놓고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로 남의 사생활을 엿보지도 않는다. 아직은 법 테두리 밖에 있지만 일선의 경찰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맡아 하는 ‘사설탐정’ 의식이 있는, 발로 뛰는 직업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흥신소, 심부름센터라는 표현 대신 ‘사설탐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는 업체도 여럿 눈에 띈다.

흥신소에서 하는 일은 우리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말 그대로 돈을 지불하고 시키는 일이라면 못하는 일이 없다. 사생활 추적, 기업 조사, 사람 찾기, 비리 조사 등을 비롯해 증거 수집, 떼인 돈 수금, 신변보호 등의 다양한 일을 대행한다. 뿐만 아니라 상품 구매 및 배달, 공과금 대납, 서류 작성, 시장보기, 지방출장 대항, 경조사 참석 등의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처리해준다.

단, 지난 몇 년 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청부업이나 도청 등은 아예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게 한다. 애초에 업무영역에서 제외시켜 버린 것. 의뢰인이 비용을 감수하고 도청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단호히 거절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위험부담이 큰 일을 하지 않고도 최근에는 배우자나 애인의 행적 조사 등 사생활 추적 의뢰가 많아 그것만으로도 수입이 짭짤하다는 것.

고수익을 올리는 그들이지만 아직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한 업체 대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 하려고 해도 어차피 불법은 불법”이라면서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면 우리는 잠수를 타야 한다. 이래저래 언론에 노출하기는 힘든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흥신소 업체를 통해 재미있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2~3월을 바람피우는 사람이 많은 시기라 일이 많다”면서 “지방 출장은 물론 최근에는 해외로 불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 팔자에도 없는 해외여행도 하고 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흥신소 관계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 했다. 어쨌든 불륜 정보를 캐는 것이 흥신소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배우자 뒷조사’가 70%, ‘가출인 소재 파악’과 ‘기업 조사’가 각각 10%, ‘떼인 돈 수금’이 5%, 나머지 5%는 말 그대로 잔심부름이라는 설명이다.

불륜 뒷조사 400만원

또 이들은 흥신소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이 가장 많이 찾는데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나 예비 신부의 뒷조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는 30대 중반 이상, 남녀 비율은 4:6에서 3:7 정도로 여성이 더 많이 의뢰한다. 또 이들 대부분은 이미 기초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났다며 빼도 박도 못할 결정적 증거를 요구한다.

이런 일을 의뢰받을 때 흥신소에서 의뢰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추적할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와 사진 두 가지 뿐이다. 휴대전화 번호는 별도의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사진은 인상착의를 확인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취재에 응한 흥신소 관계자들은 수임료에 대해서는 함구하려 했으나, 대충이라도 언질을 달라는 요청에 대개 200만원에서 600만원 사이라고 말했다.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400만원 정도를 생각하면 가장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착수기간은 7~10일. 바람을 피울 경우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기 때문에 넉넉잡아 10일이면 현장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하루나 이틀 정도만 뒤를 밟는 경우도 있고, 이때는 하루 당 50만원 선의 수임료가 든다.

마지막으로 흥신소 관계자들은 2~3년 사이에 업체가 대폭 늘어 매출이 다소 줄기도 했지만 전망이 좋은 직종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불법적인 일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이들은 돈을 모은 다음 다른 일을 할 계획이라며 오래 할 일은 못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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