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키맨' 이인원 자살 파문

2016.08.31 10:53:38 호수 0호

“2인자가 모두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롯데그룹 2인자가 자살했다. 검찰 소환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롯데 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26일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서 운동 중이던 주민이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이미 이 부회장은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죽었나?]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밤이나 이날 새벽 양평 현장으로 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산책로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으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경찰은 “변사자는 롯데그룹 부회장의 명함,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으나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신 부회장은) 운동을 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누구?]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1997년 롯데쇼핑 대표에 올랐다. 당시 그는 50세였다.

롯데쇼핑에 근무하는 10년 동안 유통업계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7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호위부대로 불리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2011년 롯데그룹서 ‘비 오너 일가’ 중에선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너와 관계는?]

43년간 롯데에 몸담은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의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다. 신 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왔다. 신 회장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힌다. 원래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해 ‘상왕의 남자’로 통했다. 그러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소환 2시간 앞두고 숨진채 발견
엄청 공들였는데…수사 어디로?

지난해 신 총괄회장이 지시한 해임 지시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신동빈-황각규와 함께 이름이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동빈의 남자’란 방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유능하고 검증된 분, 지금까지 롯데그룹의 성장과정에서 검증되고 고락을 함께 하며 임직원의 신뢰를 쌓은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신동주에 대해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고 무시했다.
 

롯데그룹은 오너간 경영권 분쟁서 파생된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임원들이 검찰을 들락날락하는 상황.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됐고, 검날은 신 총괄회장을 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소환이 임박했다.

세간의 시선은 신 회장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그룹 수사에서 총수가 빠진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번 롯데 수사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극단적 선택 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을 털어 총수가 ‘골인’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칼날을 신 회장에게 들이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마지막 단계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였다. 이 부회장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롯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6일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핵심 연결고리 끊겼다
신 회장은? 차질 불가피

특히 신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었지만, 검찰 소환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수사는?] 

이 부회장의 자살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대체적으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뭉친 롯데수사팀(조재빈·손영배 부장검사)은 탈세, 비자금 조성, 부정환급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그중에서도 롯데건설에서 5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확인하고 집중 추적하는 상황이었다.
 

앞서 검찰은 롯데 핵심 임원들을 연일 소환한데 이어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불러 이 부회장이 죽은 새벽까지 20시간 넘게 조사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총대를 멘 셈이란 의견도 나온다. 비자금 조성 등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이 부회장이 윗선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신 회장으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대 멨나?]

같은 맥락에서 이 부회장의 자살로 롯데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신 회장 수사로 이어지는 핵심 키맨이었다. 신 회장 구속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 시선으로 총수 구속 실패는 전체적인 수사 실패로 비춰져 검찰로선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이인원 유서 내용은?]

롯데 수사 키맨이었던 이인원 부회장의 유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 분량의 자필 유서를 남겼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서엔 “롯데 비자금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또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끝까지 조직과 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가족에겐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다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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