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정진석 ‘불협화음’ 추적

2016.08.29 10:31:57 호수 0호

서로 씹는 데 환상의 투톱?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벌써 허니문 기간이 끝난 것인가. 지난 8·9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와 벌써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 골수 친박 당대표와 중립 성향의 원내대표 간의 갈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여당 투톱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검찰수사를 앞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놓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진 사퇴를 주장한 반면 새로이 취임한 이정현 대표는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며 사퇴 여론을 무마하려는 모습이다. 8·9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끝남과 동시에 ‘환상의 투톱’을 약속했던 두 사람 사이에 벌써부터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다 또?

새누리당은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우 수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최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병우 사태에 대한 이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며 “침묵이라기보다 모른 척, 뒷짐지기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5개 진보단체들은 지난 23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수석에 대한 청와대의 비호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청와대 핵심인사에게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보수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우 수석이 없으면 국정마비라니... 누가 대통령인가? 대한민국은 대통령 다음이 민정수석인가?”라며 힘줘 말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탈출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8·9 전대가 성황리에 끝난 상황에서 해결책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자칫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의 투톱을 맞고 있는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해당 건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주장하는 데 반해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정 원내대표는 주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우 수석이 직책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다” 등 사퇴를 압박하는 글들을 게재하고 있다. 기밀 유출 의혹이 터진 후에는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원외당협위원장 회의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로부터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 건의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인 상태다.
 

지난 22일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도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는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모두 철저하게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비칠 뿐이다.

우병우 사태 두고 확연한 온도차
벌써부터 삐걱? “이미 예견된 일”

투톱의 목소리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모습에 사태는 점점 계파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대 후보로 나섰던 주호영 의원은 물론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은 연일 우 수석 사퇴를 주장하며 이 대표의 결정을 촉구하는 반면 강성 친박계 인사들은 “우 수석 문제는 야권의 정권 흔들기와 맥이 닿아 있다”며 ‘사퇴론’에 반격을 가하는 중이다.

지난 24일 새누리당사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주 의원은 “요즘 언론 1면에 나오는 현안이 우 수석 문제인데, (이 문제가) 이기고도 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당이 민심만 보고 가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전 민심 이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도부의 발빠른 대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전대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우 수석이 즉각 사퇴해야 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 다른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은 이 대표의 소통 방식을 꼬집었다. 직접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나 의원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여러 의견이 나오게 하는 것도 당이 해야할 역할”이라며 “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는 안타까운 면이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우병우 사태의 본질이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취지의 사회자 질문에 “나는 (우 수석이)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도 비공개 의원총회서 “주요 당직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석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정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쏘아붙였다. 그 외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계 지도부 또한 우 수석의 경질론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파 갈등으로

정치권은 이 대표, 정 원내대표의 불협화음이 향후 계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소위 이심전심이지만, 정 원내대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최측근 출신의 당대표와 계파 중립 성향의 원내대표가 민감한 정국 현안을 두고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민감한 현안들이 연이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림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장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야권의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임명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갈등의 불씨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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