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셧다운제 논란

2016.07.04 10:58:27 호수 0호

게임을 하란 거야? 마란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수년간 게임은 집안의 평화를 위협하는 콘텐츠였다. 자녀와 부모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심야시간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사유로 등장한 셧다운제는 부모들에게 평화를 보장하는 법안으로 큰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한 여파에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다양한 논란을 불러왔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을 골자로 발의된 셧다운제는 현재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로 분류돼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심야 외의 시간대에도 부모나 청소년의 요청에 따라 게임과 이용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이 제도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이 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해진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병관 의원은 게임업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후보시절 “게임문화는 가정에서 조율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외의 경우에 한해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게임규제 완화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반영하듯 김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셧다운제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발의안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방안이다.

김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중복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만큼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지난 2011년 실행 이후 셧다운제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생성돼 왔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었다. 셧다운제와 관련 소설가 이외수는 “차라리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제한하지 말고 공부를 제한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위시한 콘솔과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오프라인 게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법안이 의도한 청소년 게임 시간 단축에 대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법안이라 셧다운제 발의가 나오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2012년 더민주 전병헌 전 의원은 “심야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중 40%가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다”며 무용론을 통한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 국내 게임업계 3곳에서는 전체이용가 등급 게임 6종의 심야시간 동시접속자 통계를 근거로 감소율이 4.5%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책의 비효율성을 꼬집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업계의 발언에 “전체 게임이용자 중 16세 미만 청소년이용자의 비율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심야시간 평균접속자들이 16세 미만 청소년접속자인 것처럼 추정해, 제도 시행 후 청소년의 심야게임 이용이 불과 4.5% 감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전 의원의 폐지안 이후로도 셧다운제 관련 발의가 2건이 있었다.

강제적이냐? 선택적이냐?
관련 법안들 줄줄이 대기
부처별 의견도 각각 달라

새누리당 김상민 전 의원과 여가부에서 각각 폐지안과 개정안을 발의한 것. 김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낮고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며 폐지안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여가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부모 선택제’를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부모 선택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도 부모가 요청하는 경우 적용을 해체할 수 있고, 반대로 부모가 재적용을 요청할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자녀 지도에 대한 부모의 자율권을 추가적으로 적용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선택 유무에 따라 법안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지적을 하며 부모 선택제가 실질적인 셧다운제의 폐지안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했다. 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현행 셧다운제가 계속 유지되므로 이를 폐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의 선택으로 미뤘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개정안이 학생들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한 적도 있다. 이 두 발의안은 대중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를 앞두고 셧다운제는 다시 다른 의견과 대립할 예정이다. 앞서 말한 김 의원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안과 같이 여가부에서는 부모 선택제의 재발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다시 촉각을 곤두세웠다. 셧다운제가 실행된 이후 5년간 업계는 성인대상 게임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청소년도 이용 가능했던 게임들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달거나 처음부터 성인용 등급을 달고 나오는 게임들도 생겼다. 셧다운이 실행되는 시간 이후로 만 19세 이상 이용가로 바뀐 게임도 등장했다. 성인 계정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이 일어 논란이 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달 22일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부모 선택제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을 20대 국회 입법계획에 포함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김 의원의 폐지안은 물론이고 여가부의 부모 선택제 역시 눈여겨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모가 원하면 셧다운에서 자녀를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은 조건적이지만 기존 셧다운제 완화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는 의견이다. 단 “현재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부모세대들이 자녀들에게 규제를 풀어주겠냐”며 우려를 내놨다.

한편 업계는 부모 선택제가 20대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서 법안을 반대한 남인순 의원이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긴장중

폐지안, 개정안 등의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썩 미덥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회 분위기에 맞춰 정책이 계속 변하고 있어 확신을 얻을 수 없다는 눈치다. 지금에야 완화되고 있지만 언제 또 강화될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한 개발자는 법안 발의 소식을 듣고 “일관되지 못하고 계속 변하는 규제를 다 따르기는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게임문화진흥 종합계획

여가부와 부모 선택제를 공동 발의했던 문체부는 이달 중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게임문화진흥 종합계획’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대응해 왔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골자는 사회적으로 게임을 보편적인 여가문화로 만들고 그를 통해 새 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게임힐링센터를 중심으로 연계형 과몰입 대응 체계를 만들어 방지할 계획이다.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게임 과몰입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사회·문화 맥락을 이해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점으로 대응해왔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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