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등치는 행정사들 수법

2016.07.04 11:08:48 호수 0호

해결사로 접근해 등골 ‘쏙~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출입국 절차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단순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 재입국의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수많은 방문자가 찾아온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행정사들이 있다는 것.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국인 근로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외국인들은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 한국을 떠나간다.



2014년 국내 중소기업에서 근로자로 일한 외국인에게 비자 만료 기간에 재입국시켜 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행정사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행정사 김모(60)씨는 비전문취업(E-9) 비자 기간이 만료된 스리랑카인을 상대로 재입국을 빙자해 수천만원을 가로챘다.

불안 심리 이용

이들은 울산 남구 신정동에 행정사무소를 차려놓고 비전문취업(E-9) 비자의 취업 기간 최장 4년10개월이 만료돼 출국이 임박한 스리랑카인 85명에게 1인당 20만~120만원씩 모두 2100만원을 받아냈다. 이들은 3개월 이내에 E-9 비자로 재입국시켜 주겠다며 속이고 “재입국허가동의서 등 관련 서류를 접수하면 재입국하게 될 것”이라며 안심하게 한 후 해당 외국인이 출국하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게 상담시 접수비 명목으로 20만원, 재직증명서 등 관련 서류 제출시 서류 작성비 명목으로 80만원을 받았으며 재입국할 경우 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김씨는 중소기업인 2명과 현지 브로커 2명과 함께 스리랑카에서 E-9 비자로 국내 입국을 기다리던 근로자 16명에게 단기방문(C-3) 비자로 입국시키기 위한 허위초청서를 발급, 스리랑카 근로자 6명을 입국시키고 나머지 10명을 허위 초청하려고도 했다.


통상 스리랑카에서는 단기방문 비자도 발급받기 어려워서 국내 기업체의 허위 초청서를 이용했다. 당시 국내로 들어온 스리랑카인 6명은 소재를 알 수 없었다. 경찰은 허위 초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중소기업인 박모(55)씨와 정모(51)씨에 대해서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법무부는 2004년 3월부터 연중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제도를 운용해왔지만 그동안은 ‘불법체류 기간 1년 미만’인 외국인에게만 한국 재입국을 허용해왔다. 이 때문에 관광비자 등으로 한국에 들어와 취업한 경우나 위조여권을 사용해 1년 이상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불법체류 사실을 숨겨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16만7780명(2011년) 수준이던 불법체류자가 21만4168명(2015년)으로 최근 5년 사이 28% 늘자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불법체류에 따른 입국 제한 조치를 면제키로 했다.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법무부 이민조사과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불법체류자에게 재입국 기회를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4·5월 두 달 사이에 지난해 같은 기간(5300여명)의 두 배가 넘는 1만2000명의 불법체류자가 출국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상대 사기 성행
재입국 가능 보장 수백만원 요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입국 절차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들이 때아닌 ‘불법체류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일부 행정사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상대로 수백만원씩 받아 챙기고 있다. 행정사 사무소 30여개가 밀집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는 9월까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들이기 위해 행정사마다 입간판을 세우거나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의 간절함에 편승해 폭리를 취했다. 진술서 대리 작성비만 50만원이 들었고 중국에서의 비자 발급 절차까지 대행할 경우 평균 200만∼300만원을 요구했다. A 행정사는 “혼자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돈을 더 들여서라도 확실하게 하길 권했다. 100%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보장한다는 ‘바오첸(保簽)’ 서비스는 최소 5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실제 자진 출국 신고는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간단한 절차다.

본인이 유효한 여권과 항공권을 준비해 출국하는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진술서만 작성하면 된다. 관악구에서 행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모(47)씨는 “중국 출장비를 고려해도 수백만원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김모(57)씨도 “혼자서도 나갔다 들어온 지인이 많다”며 비싼 비용에 혀를 내둘렀다.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일했던 공사 현장과 병원 등에서는 갑작스레 빠진 인력 탓에 대체 인력을 구하느라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얌체 행정사들은 이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정사들의 악행을 법적으로 규제하긴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서비스 영역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공익인권보호단체 변호사는 “비용 청구 자체는 불법으로 보기 어렵지만 ‘재입국을 100% 보장한다’는 것은 민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비양심 상술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최근 행정사무소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각종 서류작성 등을 대행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취업 기간이 경과돼 출국하게 되면 재입국할 방법은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밖에 없고 행정사무소 등에서는 재입국을 시킬 수 없으므로 이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용자나 여러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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