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향'으로 본 별별 페티시 세계

2016.07.04 10:52:19 호수 0호

은밀한 욕망, 누구나 다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유천 성폭행 사건. 아직도 관련 루머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돼 퍼져나가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단연 ‘화장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박유천이라는 인기가수와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케미’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과거 박유천의 화장실 발언을 모아 만든 게시물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기까지 했다. 일각에선 그에게 ‘화장실 페티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다는 뜻의 페티시. 이번 박유천 사건을 통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룹 JYJ 멤버 박유천(30)이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 내 화장실에서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10일 고소당했다. 이후 자신도 A씨와 같이 당했다는 여성들이 3명 늘어나 모두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그곳만 가면
‘찌릿찌릿’

피해자들은 각각 유흥주점 내 화장실과 박유천의 집 화장실, 가라오케 화장실 등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박유천이 화장실에 대한 ‘페티시’(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각종 희롱과 농담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서도 박유천의 화장실 페티시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게스트는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심리 분석가가 보는 박유천에 대한 분석’이라는 글을 예로 들며 화장실 페티시 가능성을 제기했다. 글에는 “박유천이 2008년 해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뷰티풀 단어에 연상되는 3가지 중 하나로 화장실을 꼽았다. 그리고 그림이 공개됐는데 그 그림에도 자기와 함께 변기가 꼭 그려져 있다”고 쓰여 있었다.

게스트는 “아름다운 '뷰티풀'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떻게 ‘대화’ ‘한숨’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냐”며 “그러니까 화장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원래 평소부터 굉장히 집착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게 왜 생기냐면 어렸을 때 우리가 처음에는 화장실을 아무도 못 가리잖냐. 그런데 화장실을 가리는 과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너무 심하게 압박을 받아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 화장실 변기를 보거나 만져야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비정상 애착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히 웃어넘길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혐의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나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든 좁은 공간인 화장실에서 이뤄진 범행이라면 그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견해도 있었다.

성폭행 사건 모두 화장실 발생
특정 장소에 집착 가능성 제기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의 영향으로 여성들에게 화장실은 공포의 공간이 됐다. 하지만 강력사건은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박유천 사건을 지나치게 공간에 한정해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강력사건이 화장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집에서도, 등산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어디서든 여성이 안전한 세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화장실은 남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라는 점 외에 큰 의미가 없다”며 “화장실이 좁고 움직이기 어려운 장소라는 점은 말이 되지만 위험한 물건이 많은 좁은 공간은 그 외에도 많기 때문에 화장실이 여성을 제압하기 쉬운 공간이라는 점은 사후설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넘기면…
변태 취급

페티시는 흔히 대물성욕(對物性慾) 또는 배물애(拜物愛) 등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1980년 후반 마광수 교수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통해 ‘여성의 빨갛고 긴 손톱’에 대한 열광을 고백한 이후 페티시라는 용어는 급속히 대중화돼 따로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페티시는 총체적인 이성의 육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신체의 특정 부분이나 특별한 물건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페티시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욕이 아닌 일종의 변태성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의 페티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 정설이다. 우리나라보다 성적으로 개방된 서구의 일부 문화권에서는 페티시가 성기 성욕보다 오히려 탐미적이고 고급스러운 취향인 것처럼 대접받기도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귀걸이 페티시, 하이힐 페티시, 스타킹 페티시, 스모킹 페티시 정도는 가벼운 취미생활처럼 여겨진다.

여성의 경우 손가락 페티시가 가장 흔하고, 남성의 경우에는 발(또는 발가락) 페티시가 가장 흔한 케이스다. 미국의 한 발 페티시 동호회에서는 샌들 사이로 내비치는 여성의 앙증맞은 발가락을 ‘친견’하고자 매년 여름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순회하는 특별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발 페티시만 하더라도 그 세부 취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여성의 발만 보면 무조건 흥분하는 형, 운동 후 땀에 젖은 여성의 발에만 열광하는 형, 진하게 매니큐어를 바른 발가락에만 집착하는 형, 섹스할 때만 발가락에 열중하는 형 등이다.

침대 위에서 발을 사용하는 것을 특별히 ‘풋잡(Foot Jobs)’이라고 통칭한다. 발을 애무하는 것, 발을 이용해 애무하는 것이 모두 풋잡이다. 은밀한 공간에서의 풋잡은 파트너의 동의만 있다면 오히려 성생활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노골적인 시선 때문에 인간관계가 왜곡된다거나 직장 여직원의 발을 갑자기 만진다거나 하는 식의 무례한 행동으로 발전하지만 않는다면 발 페티시 정도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이런 페티시 성향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그때부터 문제가 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집착과 반응의 정도가 강해진다면 그 변화 추이와 현재 상태 등을 스스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몰카 공유 등
범죄로 이어져

이러한 페티시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 단계로 발전할 소지도 없는 게 아니다. 집착 정도에 따라 페티시는 유미적이고 은밀한 성적 취향이 아니라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매우 위험한 성적 취향이 될 수도 있다. 페티시적 성향을 자각하는 순간부터는 무조건 거부하거나 무조건 합리화하지 말고 스스로를 신중히 바라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페티시 성향이 범죄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일어난 ‘페티시 카페’ 사건이 있다. 지난해 10월, 스타킹 신은 여성의 다리나 치마 속 등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서 공유한 ‘페티시 카페’ 회원 수십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A 페티시 카페 운영자 박모(22)씨와 카페 회원 등 61명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찍은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 사진을 A 카페에 올려 공유·유포했다. 당시 A 카페에는 이성의 신체 일부나 옷가지 또는 소지품 따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페티시즘(fetishism)에 관심이 있는 23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카페의 ‘직접 찍은 사진 게시판’ 등에는 페티시즘 관련 몰카 사진이 1만8000여장이나 올라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페티시즘에 관심이 있는 것은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존중받아야겠지만, 타인의 신체를 성적 목적으로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성적 쾌감’ 종류만 수십가지
동호회서 ‘이벤트’ 열기도

카페 게시판에는 몰카 잘 찍는 법, 범행하다 걸렸을 때 대처법 등 글도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카페 회원 안모(26)씨 등 2명은 공항과 클럽 등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버려진 스타킹을 모아 카페 게시판에 올린 뒤 원하는 회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카페 운영자 박씨는 회원등급을 군 계급 체계를 따라 훈련병, 부사관, 위관, 영관, 장군, VIP 등으로 분류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선정적인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카페 회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몰카가 잘못된 행위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공개 카페에서 공유하는 것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 어느 유명가수가 악성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다. ‘교복 페티시’를 가지고 있는 그가 차에 여자 교복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입힌다는 내용의 루머였다.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를 해명했다. 그는 “난 아내와 역할 게임을 자주 한다. 간혹 여고 교복을 입게도 하는데 어느 날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가 그게 사람들에게 발견된 이후 그런 소문이 났다”면서 “난 결백하다. 그 교복은 내 아내에게만 입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저서에서 “나는 새하얀 침대보만 있으면 변강쇠가 될 수 있다”라고 밝히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침실은 항상 흰색 침대보만을 고집한다는 어느 유명 심리학과 교수도 있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스타워즈> 주인공인 레이아공주에 페티시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레이아공주의 헤어스타일로 침실에 들어섰던 어느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있다.

이들 모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과의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 들인 노력들을 아무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 물론 아주 명백히 비정상인 경우도 있다. “16살이라는 특정한 나이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 단골 룸살롱에 마담이 슬쩍 알려주면 반드시 들른다”고 얘기하던 어느 대기업의 중역.

평소 성욕이 별로지만 지하철만 타면 성욕을 참을 수 없어 더듬지 않을 수 없다는 성추행범, 미성년자에게 페티시가 있다며 범죄는 저지를 수 없으니 아동 포르노 사진을 모은다는 아동성애자,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좋다며 상대를 합의 없이 구타하는 사디스트. 이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며 정신병 혹은 범죄에 해당한다.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페티시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은 아니다. 페티시는 곧 변태로 통하던 시대보다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성적으로 많이 개방됐으며 성생활의 가치나 기쁨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생활에 활력
이벤트 활용도

변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페티시즘을 즐기고 싶다면 항상 현대의 사회적 통념 속에서 기준을 세우면 된다. 한 심리학자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고 아내 혹은 애인과 쌍방 합의된 조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페티시를 찾는다면 더더욱 나은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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