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 대표 채색화가 이숙자

2016.06.20 12:06:08 호수 0호

“몸의 아름다움, 만개한 꽃처럼 보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국내 채색화의 맥을 잇는 대표작가 지향 이숙자(1942∼)의 ‘초록빛 환영_이숙자’ 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7월17일까지 열린다. 이숙자는 채색화의 정통성과 한국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헌신해 온 대표적 채색화 화가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채색화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 소재와 여성 누드로 크게 구분되는 작가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민예품’ ‘보리밭’ ‘한글’ ‘백두산’ ‘소’ 등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소재를 다룬 50여점과 원죄를 짓기 이전의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이브’ 시리즈 작품 10여점이 전시 중이다.

천경자 등에게 지도

이숙자는 홍익대에서 수학하며 천경자(1924∼2015), 김기창(1913∼2001), 박생광(1904∼1985) 등에게 지도 받았다. 이들은 근대 한국채색화의 맥을 이었던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196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 입선 이후 1980년 국전과 중앙미술대전에서 동시에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한 때 채색화를 일본화와 동일시하는 해방 직후의 왜곡된 인식과 친일작가 논란으로 조명 받지 못했으나, 채색화의 뿌리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다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일관되게 작업을 이어왔다.
 

이숙자는 50세가 되던 1992년, 본인의 화두였던 ‘한국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업을 남기고자 백두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직접 백두산을 등정한 후에야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담은 채색화 ‘백두산’(2001)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가로 길이만 약 15m에 달하는 대작이다.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서 채색화 개인전
‘한국 소재+여성 누드’ 테마 중심으로 구성

이숙자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인 여성 누드화 시리즈는 작가가 대학 시절부터 진행해온 누드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다. 누드화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 89’를 시작으로 한국적 소재의 작품들과 교집합이 형성됐다. ‘생명에 대한 직설적 예찬’은 두 영역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이브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가부장 사회에서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다른 당당하고 도발적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브는 수치심과 출산의 고통을 알기 이전, 즉 원죄 이전의 낙원에서 자유롭고 생명력이 넘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작가는 신의 창조물인 몸의 아름다움을 만개한 화려한 꽃을 볼 때와 같이 왜곡되지 않은 시각으로 감상할 것을 제안한다.

내면적 기호 발견

이숙자의 작업은 ‘민예품’ ‘보리밭’ ‘소’ ‘한글’ ‘백두산’과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과 ‘이브’ 시리즈로 크게 구분된다. 이번 개인전에선 이러한 소재의 특성을 전시구성에 반영했다. 그러나 작가는 “표면적인 소재 자체가 한국성의 표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미술관 측은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국인의 공통된 정서와 같은 내면적 기호를 전시를 통해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shin@ilyosisa.co.kr>

 

[이숙자 화백은?]

1942년 서울생.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교대와 고려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냈고, 2013년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미술진흥 부문을 수상했다. 천경자 화백의 직계 제자이자, 일명 보리밭 화가로 불린다. 채색화를 소재로 작품 속에 한국 고유의 정체성과 정서를 담는 것에 주력해왔다. 백두산과 보리밭, 여성 누드화 연작이 유명하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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