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조폭 재판 가명증언 ‘합헌’

2010.12.07 10:02:21 호수 0호

김두한·이정재 전설의 주먹’이 증인이라고?

‘전설의 주먹’ 김두한과 이정재가 법정 증인으로 나섰다고?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이 실제 법정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최근 조폭재판에서 보복을 우려, 증인을 김두한과 이정재 등 가명으로 증언하게 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증인이나 그의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증인의 인적사항을 비공개로 하고 피고인을 퇴정시킨 뒤 증인신문 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선고결정문을 바탕으로 합헌 결정 과정을 되짚어봤다.



조폭재판 보복 우려, 증인 가명으로 증언 ‘OK’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조처 ‘만장일치’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월25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중 ‘피고인을 퇴정시키고 증인신문을 행할 수 있다’는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형사절차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쉽게 하려고 규정된 조항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은 한 조폭재판에서 출발했다.

조폭, 재판 결과에 ‘발끈’

경기도 평택 지역의 조직폭력집단인 ‘청하위생파’의 두목 김모씨와 부두목격인 행동대장 심모씨는 범죄단체인 청하위생파의 존속과 유지를 위해 손괴, 상해, 공갈 등의 범죄를 저질러 2008년 구속기소 됐다.
2008년 10월24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이들의 재판이 진행됐고, 검찰은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김두한·이정재’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폭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해 혹시라도 김씨와 심씨의 보복을 우려, 증인들의 신원을 피고인들이 알지 못하도록 ‘전설적인 주먹’의 이름을 빌려 쓰게 한 것이다.
검찰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김두한·이정재(가명)씨가 법정 증언을 할 때 김씨와 심씨 등 두 피고인을 아예 법정 밖으로 나가 있게 했다. ‘증인 또는 그 친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을 때는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 증언이 가능하다는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조처였다.

결국 이날 재판에서 김씨와 심씨는 각각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 결과에 불복했고, 2008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김씨와 심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이루어진 ‘김두한·이정재 등 가명진술자들의 증언이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고 발끈했다.


증인의 인적사항을 피고인이 알 수 없게 함으로써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물러날 수 없었던 김씨와 심씨는 지난 2009년 4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조항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특정범죄신고자 등을 실질적으로 보호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조항들은 ‘증인 또는 그 친족 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도록 제한해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 하고 있다.

증인 또는 그 친족 등이 실제로 위해를 당해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는 범죄의 신고자 등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그런 피해가 발생하기 전 증인을 보호하는 규정을 둬야 입법목적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변호인을 통한 반대신문권도 의연히 보장되고 있어 관련 법률조항들의 조치는 범죄신고자 등 증인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재판관 만장일치 ‘합헌’

이어 헌법재판소는 피고인 퇴정 이후 증인을 신문하는 경우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161조의 2에 의해 반대신문권이 보장된다”면서 “증인 진술이 종료했을 때는 법원사무관 등으로 하여금 진술의 요지를 고지하도록 하고, 변호인이 없을 때는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인이 증인 대면을 피하고 반대신문을 하는 방법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이 반대신문 전 피고인과의 상담을 통해 반대신문사항을 정리하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역시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증인의 인적사항 비공개 부분에 대해서도 “증인의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증인신문 전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나 증인 작성의 진술서 등 열람·복사를 통해 그 신문 내용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없더라도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변호인과 상의 후에 반대신문 할 수 있기 때문에 증인의 인적사항 비공개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본질적인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거침없이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재판관들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으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이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에 관한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고 있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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