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선 무슨 일이…

2010.12.07 10:00:05 호수 0호

갈 곳 없는 사람들의 합숙소“그 곳은 야인시대”

평일 새벽 시간대에는 학생…주말에는 취객 몰려
점원 눈에 띄지 않는 2층에서 새우잠 자기도 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24시간 영업 서비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패스트푸드점이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지 약 4년 정도 지났다.

생활 패턴이 변해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배려와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된 24시간 영업은 의외의 복병에 시달리고 있다.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 늘어나면서 이곳이 방황하는 청소년·노숙자·취객들의 ‘합숙소’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가 힘든 ‘밤손님’이 반가울 리 없는 것은 업소 측도 마찬가지.
 
하지만 ‘손님’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들을 결코 쉽게 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1월29일 새벽 1시,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 인근에 위치한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을 돌아봤다.



지난 11월29일 새벽, 기자는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서울시 마포구 홍대 앞을 찾았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유동인구가 많아 멀지 않은 거리에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 업체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K’ 패스트푸드점. 새벽 1시께 도착한 ‘K’ 패스트푸드점은 한산했다.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업소를 채우고 있는 손님은 단 두 테이블뿐이었다. 이조차 이미 2층은 마감상태.

평일엔 학생, 주말엔 취객

해당 패스트푸드의 매니저는 “서비스 차원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지만 평일에는 손님이 적어 2층 운영은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진행된다. 오늘 같은 경우, 내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손님이 적어 일찍 마감하고 1층에서만 손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니저에 따르면 기자가 우려했던 ‘밤손님’은 그리 많지 않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찾아와 난동을 부리거나 행패를 부리는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취객이 찾아오더라도 조용히 음료를 마시거나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술을 깬 뒤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때로 2층에서 잠이 드는 손님이 있기도 하지만 CCTV를 통해 2층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올라가 깨워서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설명이다.
매니저는 기자가 가장 걱정했던 가출청소년 등 어린 학생들의 새벽 출입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우려와는 다른 매니저의 답변에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패스트푸드점에 도착했다.


 두번째로 도착한 곳은 ‘B’ 패스트푸드점. 이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1층은 주문을 하는 공간이고 2층에만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간단한 음료를 구입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기자 외에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2층으로 올라왔다. 매우 지친 표정으로 구석에 자리를 잡은 여학생들은 별다른 대화도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음식도 시키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윽고 의자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볼 수는 없었지만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 새벽시간 갈 곳 없는 이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또 다른 손님이 2층으로 올라왔다. 햄버거 세트를 구입해 올라온 이 여성은 “집이 근처고 공연을 하다 보니 새벽에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영업이라 부담 없어 좋지만 주말에는 취객과 어린 친구들이 많아 어지럽다”고 덧붙였다.

새벽 2시께 홍대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L’ 패스트푸드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패스트푸드점 입구 길가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취객의 모습이 보였다. 인도에 걸터앉아있긴 했지만 두 발이 차도 쪽으로 뻗어 있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L’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서니 규모가 큰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1, 2층 모두 꽤 넒은 면적으로 많은 손님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커피 한 잔을 구입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기자가 상상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5개의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은 대부분 20대의 젊은 학생들이었고 둘이나 셋씩 모여 앉아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거나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대학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와 가능한 풍경인 듯싶었다.

기자의 눈길을 끈 또 다른 하나는 바로 ‘흡연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설이었다.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긴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 이곳에 들렀을 때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흡연실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남녀가 섞여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오늘은 여기서 대충 버티자”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가출청소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L’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김모(21)씨는 “시험기간에 가끔 이용한다. 소파도 편하고 쿠션도 마련되어 있어 공부하다가 한숨 자고 일어날 수도 있고, 학교와 가까워 공부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 역시 청소년들의 흡연실 출입 문제를 지적했다.

2층 분위기를 살펴본 기자는 1층으로 내려와 매니저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L’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는 “가까운 곳에 대학교와 유흥가가 밀집되어 있어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물론 취객도 있다. 평일에는 학생들이 많고, 주말에는 취객이 많다.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시고 첫차를 타기 위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2층에서 잠을 자는 손님들도 있지만 깨워서 내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새벽 4시30분을 청소시간으로 정해 놓고 이 시간을 이용해 손님들을 깨워 내려 보낸다”고 덧붙였다. 내려 보낸 후 손님이 1층에 남아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최대규모 최대인파


청소년들의 흡연실 이용 상황에 대해서는 “CCTV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1층에서도 2층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흡연실에 출입하면 올라가서 통제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L’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서기 전 술에 취해 인도에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왔다.

비틀거리며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선 이 남성은 햄버거 세트 하나를 시켜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 3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문지방을 넘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