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모임 잇단 출범 배경

2010.11.30 09:26:02 호수 0호

겨울에 몸 풀고, 봄나들이 나선다

현안에 목소리 내고, 내 사람 불러 모으고
전국 곳곳 돌며 친박 지지모임 정비 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발걸음이 심상치 않다. ‘정중동’으로 일컬어졌던 무거운 걸음이 사뭇 가벼워졌다. 좀처럼 없던 바깥나들이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 중 최근의 행보는 그의 지지자들의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 지난 대선 이후 좀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친박 지지모임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 일부는 ‘매년 해왔던’ 일들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지만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권을 향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계파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운을 띄우더니 최근에는 감세 철회 논란 등 정책 현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내 사람’을 챙기는 데도 적극적이다.

박 전 대표는 오랜만에 바쁜 주말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 11월20일 오후 5시 부산 롯데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럼부산비전’ 창립 기념식에 참석키 위해서였다.

‘포럼부산비전’은 지난 2007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를 때 부산 지역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이 모여 만든 외곽 조직이다. 부산 지역 전문직 종사자 등 100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있으며, 박 전 대표도 창립 기념식마다 부산을 찾아 챙겨왔다.

몸 푸는 친박 지지조직

올해는 4주년 창립 기념식이었다.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700여 명의 회원들이 기립 박수로 맞았다. 박 전 대표는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 지방의 상황이 어렵다”며 “지역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국민통합도 어렵다”고 ‘지역발전론’을 폈다.

그는 이어 “지역발전 전략은 중앙에서 짜서 내려오는 것보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의 역량을 모아 특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그것을 중앙정부에서 뒷받침할 때 성공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창립 기념식 후 부산 지역 주요 인사 70여 명이 함께한 만찬에서도 그는 “우리나라 전체가 중요한 시기”라며 “골고루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합하겠다”고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속내를 은근슬쩍 드러냈다.

박 전 대표의 부산행에는 서병수 최고위원을 비롯해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 부산 지역 김세연·박대해·유기준·유재중·이종혁·이진복·허원제·현기환 의원 등이 동행했으며 김병호 전 의원과 허남식 부산시장도 참석. 친박계의 세를 과시했다.

그리고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기 전 지지조직들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친박계의 세몰이는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11월21일 오전 서울 신수동에서 열린 시사평론가 김대우씨의 <박근혜와 커피 한잔> 출판기념회가 정계 인사와 박 전 대표의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된 것. 출판기념회 후 박 전 대표의 팬 카페 ‘근혜동산’의 창립 2주년 행사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기도 화성의 한 농장을 찾아 팬 카페 ‘호박가족’ 회원들과 3년째 함께하고 있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했다. 박 전 대표는 ‘호박가족’ 회원 300여 명과 배추 수확을 시작으로 김장을 담그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3회째를 맞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를 위해 직접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려 농사를 함께한 팬 카페 회원들이 고맙다. 여러분의 땀과 정성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장 김치와 함께 희망을 줄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아진 박 전 대표의 ‘달라진 일상’과 함께 소리없이 활동해오던 그의 지지모임들도 잇따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부산의 ‘포럼부산비전’에 이어 광주에서도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용트림을 했다. 지난 11월26일 광주 서구에서 박근혜 지지를 표방한 ‘호남연대’가 정식 출범한 것. 


‘호남연대’의 출범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최근 ‘민주당의 심장부’라 불리는 호남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의 그것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종시 수정 논란 후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영남을 넘어 충청권과 호남으로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가 한 인사는 “대선이 가까워졌을 때도 박 전 대표가 지금 호남에서 받고 있는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면서도 “한나라당 소속인 박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마저 받게 된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 수레바퀴 돈다

12월에도 반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 지지를 표방했던 ‘국민희망포럼’이 공식 출범하는 등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외곽조직’으로 통했던 지지모임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바깥나들이와 발언이 늘어난 데다 지지모임까지 부상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가 시작될 시기를 저울질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주변의 땅을 단단히 다지는 것은 결국 뛰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최근 정가에서 차기 대선구도가 이르게 구축되고 있다”며 “‘진짜’ 대선조직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외곽조직들로 대권을 향한 수레바퀴를 돌리려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