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꽃’ 화류계 여성들의 숨은 두 얼굴

2010.11.16 11:37:37 호수 0호

‘오해와 편견’ 속 몰래 우는 밤에 피는‘장미’

화류계에서 일을 하는 나가요 아가씨들은 ‘두 얼굴의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녀들이 ‘이중인격’을 가졌다는 부정적인 의미의 말이 아니다. 겉으로는 늘 웃고 예쁜 모습이지만 실제 그녀들의 삶은 여러 상처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남에게 말 못할 고민도 적지 않다. 겉모습은 화려한 ‘꽃’이지만 실제로는 ‘조화’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들에 대해 오해도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싸가지가 없다’든지 혹은 ‘어렸을 때부터 놀던 X’이라든지, 심할 경우 창녀 비슷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물론 남성들의 말 중에도 일부 일리가 있는 말도 있지만, 모든 화류계 여성들이 그러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 분명 아니다. 화류계 여성들, 그녀들의 속내와 고민을 들어봤다.

겉모습은 화려한 ‘꽃’이지만 실제로는 ‘조화’
괴롭고 슬픈 일 있어도 웃어야 하는 ‘삐에로’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 가운데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하루빨리 화류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간에 자기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화류계 아가씨들의 ‘두 얼굴’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손님의 기분을 위해 웃고 있지만 실제 자기 자신의 마음만큼은 ‘문드러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손님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외모는 더욱 예뻐야 하고 자기 자신을 더욱 잘 가꿔야 그나마 경제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생활과 마음이 불일치하는 괴리감을 겪게 된다. 5년차 나가요 아가씨 조모양은 이를 두고 ‘마치 내가 삐에로가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대기실에 앉아서 울기 직전의 우울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손님이 오면 나가서 웃고 떠들어야 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해야 하고,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 같은 화류계 아가씨들은 그것조차 불가능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짜증이 난다고 손님에게 짜증을 냈다가는 가게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다. 그러니 먹고 살기 위해서 내 감정을 속여야 하고 실제 내 감정과는 다른 얼굴 표정을 지어야한다. 아마도 많은 나가요 아가씨들이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실질적인 수익도 그녀들의 고민 중 하나이다. 대개 나가요 아가씨들은 일반인들의 직장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것도 아가씨들마다 천차만별이다.

텐프로 나가요의 경우 1000만원을 월급으로 받지만 그렇지 못한 아가씨들은 한 달에 200만원을 벌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화류계 내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수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2차’를 나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테이블에 들어갔을 때 받는 돈만 가지고는 도저히 생활 자체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성매매를 해야 한달 몇 백 정도의 돈을 만질 수 있고, 그래야만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밤 모르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돈 많이 번다는 편견…텐프로 아니면 힘들어
2차 나가야 겨우 현상유지만 ‘빈익빈 부익부’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후회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자신이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아 룸살롱에서 일을 하는 만큼, 과거에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했더라면 최소한 ‘나가요’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후회와 회한이다. 나가요 3년차인 최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돈을 벌 수 있고, 내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철없는 짓이기도 했다. 어차피 그래봐야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불과하고 남들에게 ‘술집 아가씨’ 취급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학창시절에 힘들었어도 공부를 했어야 했고, 그것도 아니라면 뭔가 기술이라도 배웠어야 마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것 같다. 하지만 늘 후회만 남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나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가씨들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화류계 일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편안한 생활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타성에 젖기 시작하면 더 이상 탈출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그녀들의 마음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이 생활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당장의 생활은 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매년 나이는 들어가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이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타성에 젖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도 하는데, 이제 나의 생활은 타성 그 자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무런 변화는 없고 발전도 없는 것이 제일 힘든 것이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그녀들을 안타깝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사실 화류계 아가씨들이 화려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녀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오로지 일을 하기 위한 것일 뿐, 실제로는 평범한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그런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하루 빨리 화류계를 벗어나 평화롭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꿈마저 그녀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성, 그래서 그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남성들은 화류계 여성들을 부담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그녀들과 결혼을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취재진은 평범한 직장남성 이모씨에게 ‘만약 화류계 여성과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을 해봤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이씨의 이야기다.

평범한 결혼생활?
아직은 꿈같은 일
 
“솔직히 예쁜 아가씨와 살고 싶다는 생각은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가요 아가씨라면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예쁜 건 좋지만 그걸 유지하려면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벌어들이는 월급 정도 가지고 감당이 되겠는가. 끼 많고 노는 것 좋아하는 것도 나로서는 견디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집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도란도란 살아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거기다가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끼가 언제까지나 억제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나중에 그녀들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는 것은 나와 아이들 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 경우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화류계 아가씨가 내가 좋다고 매달려고 쉽게 그녀와 결혼할 것을 결심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그녀들이 찾을 수 있는 ‘탈출구’는 없을까. 과거 화류계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했고, 지금은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무엇보다 아가씨들이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아가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게 아니다. 돈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들 스스로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적은 돈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남들처럼 소박하게 살아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비싼 명품을 하지 않아도 사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그녀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그녀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결국에는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결국 마음가짐이 아가씨들을 화류계에서 탈출할 수 있게 만드느냐, 아니냐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아가씨들이 화류계로 입문을 하고 또 그만큼의 많은 여성들이 화류계를 박차고 나온다. 하지만 실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이 박씨의 말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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