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화정의 사치향락전

2016.05.02 10:49:32 호수 0호

불교미술부터 약항아리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화정박물관이 평창동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2017년 2월28일까지 ‘화정의 사치향락’(奢侈享樂)을 연다. 이번 전시에선 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들을 엄선해 총 140여점 (한국 30여점, 중국 40여점, 일본 20여점, 티베트 40여점, 유럽 약항아리 10여점 등)을 선보인다.



소장품 중 한국 미술품은 회화, 서예, 불화, 도자기 등 약 3000여점을 소장 중이다. 특히 3000여점에 달하는 티베트 불교미술품은 양과 질에서 모두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고 평가 받는다. 그 외 일본,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유럽의 약항아리처럼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미술품도 소장하고 있다. 

이색적인 전시

전시작 중 이정(1541∼1626)의 우죽(雨竹)은 비에 젖어 댓잎이 아래로 향해 있는 대나무 다섯 그루와 바위로 구성돼 있다. 비에 젖으면 서로 조밀하게 겹쳐지는 댓잎의 특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농담의 차이를 주어 전경과 후경에 배치함으로써 반복과 변화를 꾀한 점, 간략히 마무리한 바위 표현 등이 돋보인다.

이정은 조선시대 중기의 대표적 화가로 세종의 4대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묵죽화의 전형을 이루어낸 우리나라 최고의 묵죽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오채용봉문은개병은 18세기 청나라기의 도자기다. 은으로 된 뚜껑이 있는 오채병으로, 한쪽 면엔 힘차게 솟아오르는 용을, 다른 면엔 양 날개와 꼬리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르는 봉황을 그려 넣었다.


분채보상당초연복문쌍이병도 청나라 건륭제 시기 도자기다. 목 부분 양쪽에 박쥐문을 배치하고 몸통 부분엔 동일한 간격으로 네 군데에 활짝 핀 연화를 그려 넣었다. 엄밀하게 계획된 문양 구성과 절제된 표현법이 돋보인다. 기물 안쪽과 굽 안쪽은 하늘색으로 처리했고, 굽 안 바닥에 ‘대청건륭년제’라는 명문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유럽 등
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들 엄선

색회화훼문각병은 일본 에도시대의 술병이다. 뚜껑을 국화 모양으로 만들고, 주둥이 부분도 국화문양으로 장식해 조화를 이뤘다. 이 작품은 다양하고 화려한 문양과 각 부분 간의 유기적인 구성을 지닌 뛰어난 작품으로, 희귀한 양식이다. 이마리 자기는 사가현 아리타 지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로, 이마리 항구에서 출하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테이사이 호쿠바의 <미인도>는 비단 위에 그려진 채색화다. 테이사이는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대가인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제자로 알려졌다. 그는 판화 제작엔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육필화와 요미 혼(讀本, 흥미로운 읽을거리 책)이라고 불리던 당시 소설에 실리는 삽화 등 인쇄물 영역에서 활약했다. 동시대의 우키요에 화사 중 육필 미인화 분야에서만큼은 호쿠사이의 아류라고 폄하할 수 없는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화정박물관 소장품 중 티베트 불화인 ‘탕카’는 특히 명성이 높다. 무서운 금강을 의미하는 바즈라바이라바(Vajrabhairava)는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죽음을 파괴하는 자’ ‘야만타카(‘야마의 적’이라는 의미로, 죽음의 신인 야마의 근절자)라고도 한다.

티베트의 전설에 따르면 죽음의 신인 야마가 티베트 지방을 휩쓸며 괴롭히자 사람들은 문수보살에게 간절히 호소했더니 기도에 응답한 문수보살이 강력하고 용맹스러운 야만타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야마는 그 힘에 굴복되어 다르마 팔라(수호신)로 편입됐고 지옥을 관장하는 신이 됐다.

각국 특징 비교

그동안 불교미술품 전시는 국내작과 중국, 인도 작품 정도였으나 이번 전시는 아시아 각국의 불교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 관람하면서 동아시아 미술의 특징과 전개를 이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shin@ilyosisa.co.kr>

 

[화정박물관은?]


고 화정(和庭) 한광호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이 40여년간 수집한 다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설립됐으며, 소장품은 1만3000여점에 이른다. 지난 2014년 작고한 한 회장은 1992년 한빛문화재단을 설립하고, 1999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동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화정박물관을 세웠다. 지난 2006년 5월 종로구 평창동으로 박물관을 이전해 재개관했다. <아시아를 조응하는 눈> <유럽의 약항아리> <탕카의 예술> <의식주> <티베트의 유산> <사계화훼>, <동물원> 등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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