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합리적 투표자에 대한 미신

2008.10.22 11:28:28 호수 0호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투표자들을 향하여 ‘현명한 선택’을 간청한다. 과연 그들은 투표자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할까?
실제로 정치인들은 투표자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정치인들은 투표자들을 ‘바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서의 저자인 캐플란(Bryan Caplan)은 투표자들이 ‘비합리적인 정책들(irrational policies)’을 좋아하며, 이러한 경향은 ‘체계적으로(systematically) 이루어지고 있다’는 다소 혁신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하며 또 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주된 관심사가 아닌 일들에 대해 자연히 무관심하거나 무지(無知)하게 된다. 전통적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 ‘무지의 투표자들이 정보획득에 드는 비용이 투표에 참가함으로써 얻는 이득(편익)보다 크기 때문에 투표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무지의 투표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투표 결과는 후보자에 관해 잘 알고 있는 ‘현명한’ 투표자들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무지의 투표자들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의 하나인 투표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는 점이다. 그 결과 투표자들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나쁜 후보자’와 ‘나쁜 정책’이 당선되고 채택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투표자들은 무지 그 이상이다. 다시 말하면, ‘투표자들은 비합리적이며 그것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이다. 투표자의 ‘비합리성’은 무지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투표자들은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가 되려 한다. 그러나 투표자들은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와 지식이 부족함에도 투표자들은 후보자나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즉 투표자들은 ‘모르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투표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투표자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배경에는 4가지 ‘편향성(bias)’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일반 대중들은 민간의 이윤추구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어떻게 가져다 주는지에 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일반 대중들은 경제학이 신봉하고 있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반시장 편향성(anti-market bias)’이라고 부르고 있다.
둘째, 일반 대중들은 외국과의 교역이나 교류가 가져다 주는 혜택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 ‘반외국 편향성(anti-foreign bias)’이라 한다.
셋째, 일반 대중들은 경제적 번영을 생산이 아니라 ‘고용’과 동일시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을 ‘인위적 일자리 창출 편향성(make-work bias)’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 대중들은 앞으로의 경제적 사정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비관주의 편향성(pessimistic bias)’이라 한다.
이러한 4가지 편향성을 보면 일반 대중들은 사실에 무지(無知)하거나, 사실을 오인(誤認)하고 오해(誤解)하고 또 오판(誤判)하는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라이언 캐플란 저/북코리아 펴냄/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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