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구름을 그리는 강운

2016.04.18 10:28:46 호수 0호

“캔버스 하늘삼아 바람을 담았죠”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구름화가'로 알려진 강운의 개인전 ‘플레이 : 프레이(Play : Pray)’가 오는 5월6일까지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열린다. 강운은 구름을 소재로 해 보이는 형상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다. 



강운은 1990년대부터 줄곧 캔버스를 하늘 삼아 변화무쌍한 구름을 그렸다.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1998년 서울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광주 비엔날레, 도쿄 롯폰기의 모리미술관 초대전, 체코 프라하 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구름을 그리는 화가’로 널리 알려졌다.

태몽이 구름

어머니의 태몽이 구름이었고 이름도 구름 운(雲)으로 지었다. 작가에게 구름이란 운명처럼 함께하며 관찰하고, 사색하고, 표현하는 대상이 됐다. 구름의 다양한 형태는 작가의 심상(心象)과 맞물려 캔버스 위에 자유로운 하늘의 형태로 표현됐다.

작가는 구름을 통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상 사이의 추상적이고 찰나적인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하늘과 구름을 통해 재현하는 대상으로의 자연을 넘어 보이지 않는 바람과 공기의 변화와 현상을 화폭에 담아내며 삶과 자연의 정신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과감히 그간의 명성을 뒤로하고 2006년부터 물감에서 한지로 재료를 바꿔 새로운 기법 실험을 시작했다. 표구집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배접의 흔적은 작가에게 시간과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후 강운은 빛과 소리를 투과시키는 성질의 한지를 이용해 구름의 입체적인 깊이감과 결을 표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실험을 해왔다. 


보이는 형상에 보이지 않는 세계 표현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탐구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기와 꿈’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염색한 한지를 붙이고 가장 얇은 한지를 마름모꼴로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16점의 이 시리즈는 지난 10년 간 지속해 온 한지의 재료적 탐구를 정리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화면 위에 한지가 겹겹이 쌓일수록 하얀 구름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무한의 공간이 된다. 구름 주변으로 퍼진 엷은 한지는 일렁이는 바람과 공기를 느끼게 한다. 유화작업(1996∼2005)이 시간과 공간, 빛에 대한 탐구로 구름의 변화무쌍하고 장엄한 형상을 표현했다면, 이후 10년 동안의 전통적인 소재로의 변화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행위에서 탄생한 보다 평온하고 명상적인 하늘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강운은 작가노트에서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이 마음에 품은 꿈과 방랑이었다면, 장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이라며 “마음의 화음이 변함으로써 구름이라는 화성이 달라진 셈이다. 구름은 관찰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관찰된 정보들의 재구성인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불가시적인 자연의 현상을 가시적인 기호들로 묶어서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축은 ‘물 위를 긋다’ 시리즈다. 매일 아침 의식을 치르듯 종이 위를 물로 긋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작가는 아크릴판 위에 화선지를 올려놓고 단번에 선을 그음으로써 번짐과 스며듦, 기포가 일어나는 우연적 효과를 통해 자유로운 심상을 전한다.

한 붓으로 그려진 형상엔 자연의 근원인 물이 주는 천차만별의 다양한 생명의 모습이자, 세상(구름)을 이루는 물방울 입자의 다양한 표정이 담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실재하는 자연의 형상을 재현하면서 이러한 정신적, 육체적 행위로의 드로잉을 통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며 내면을 성찰한다.

내면을 성찰

강운은 이번 전시 의도에 대해 “‘물 위를 긋다’를 통해 play, 즉 물과 종이와 긋는 행위로의 ‘일획’으로 무한을 표현함으로써 예술의 직관적 본질로 들어가고자 했다”며 “‘공기와 꿈’을 통해 pray, 즉 작고 엷은 한지 조각을 오려 붙이는 수행과 기도의 과정을 통해 일상의 고뇌를 덜어내고 나아가 자연을 끌어안으려 했다”라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화가 강운은?]


1966년 광주 출생. 전남대 미술학과 졸업. 포스코미술관, 롯데화랑, 비컨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23회 열었다. 광주비엔날레 등에 작품이 출품됐고 일본, 대만, 프랑스, 독일 등에서 전시를 했다.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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