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2016.04.14 18:11:05 호수 0호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



1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 대표가 4·13총선서 호남 완패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 유세과정에서 "호남이 지지를 하지 않을 경우 정계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의석수를 묻는 질문에는 침묵해왔다.

통상적으로 '지지'의 의미는 과반을 의미한다. 산술적으로 따지자면, 호남 전체의석수가 28석이고 과반은 15석.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고작 3석에 그쳤다. 이 정도의 성적표라면 정계은퇴, 대선 불출마도 부족해보인다.

그는 지난 7일과 8일, 이례적으로 연이틀 호남을 찾았다. 7일에는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파격적인 정계 은퇴 발언을 했다. "저에 대한 여러분의 실망과 섭섭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러분의 애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부족하고 서운한 점이 많아도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해낼 정당은 우리 더불어민주당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치9단'으로 통하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정계 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얘기해 놓고 지키지 않는다면 무신불립이다. 광주에서 약속한 것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며 정면 비판했다.


더민주는 이번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내 공천파동을 등에 업고 국민의당의 호남권 싹쓸이에도 원내1당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사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초조한 분위기였다. '야권의 성지'로 불리는 호남은 더민주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줄 같은 곳이었다. 실제 문 전 대표도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는 호남의 지지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호남의 성적표를 묻는 질문에 더 겸허하게 기다리겠다니.... 이런 '3류 말장난'이 또 있을까. 진심 문 전 대표가 호남 유권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그를 '대권잠룡'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본인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 듯 번복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옛 속담은 작금의 문 전 대표에게 고스란히 투영된다. 당장 한 표가 아쉬워서 호남 유권자들과 약속했던 그가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말바꾸기했다. 변호사 출신이며 제1야당 당대표는 물론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가 말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 정도의 리더십과 일련의 모호한 발언으로 어떻게 대권주자로 나서 정권을 재창출하겠단 말인가!

물론, 정치인들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비단 이 같은 '정치적 수사'는 정치인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질병으로 통한다.

하지만, 문 대표의 대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 발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 패하자 "개인 꿈을 접겠다"며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변호사 출신이라서 말장난하나요? 변명, 말바꾸기에 심각한 철면피인가요?"라는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달린 지지자들의 댓글만 봐도 문 전 대표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겠다.

더민주 측도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남과 수도권에서의 선거 지원으로 성과를 냈고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라는 점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문 전 대표의 총선용 '정계은퇴 및 대선불출마 카드'는 무위에 그쳤다.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던 호남 민심마저 돌아선 것은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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