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현대판 ‘고자’ 나올까?

2010.11.09 09:15:45 호수 0호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오해와 진실’


인권위, 내년 7월 시행 예정 화학적 거세 공론화 나서
찬반 의견 엇갈리고 사회적 논란 확산되자 법률 검토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성범죄자 약물 치료법 이른바 ‘화학적 거세’ 문제가 공론화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1일 ‘화학적 거세’가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 사례와 그 효과를 조사하고, 당사자 동의와 소급 적용 문제 등 해당 법률이 실제 시행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법안이 국회에 통과한 이후, 수많은 찬반의견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인권위가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문제 공론화에 나섰다. 화학적 거세는 아동 성폭력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위헌 소지와 인권 침해, 정책의 실효성 미흡, 효과 미입증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화학적 거세 등 성범죄자의 신체 위해와 관련해 효과와 안정성 측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만큼 인권위에서 관련 법률안에 문제점이 없는지 정교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대다수 국민들 찬성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법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인권 침해 요소가 발견되면 개정 또는 재검토 등의 권고나 의견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자들의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조두순·김길태·김수철 사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식 법안 명칭인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법안’이 급작스럽게 진행된 졸속행정의 산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최근 불거진 아동 성폭력 사건의 잔혹성에 경악한 국민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는 정확히 무엇일까. 화학적 거세는 여성호르몬제제나 전립선암 약 등의 억제제를 투입해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것을 뜻한다. 성욕을 줄여주기 때문에 발기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아예 발기불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자의 성기능을 불구로 만들어 범죄율을 줄이자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모든 성범죄에 화학적 거세가 해답이 될 수는 없다. 10년간 발기부전이었던 60대 남성이 어린이들을 상습 성폭행한 사건만 봐도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성추행의 도구가 비단 남성의 ‘성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삐뚤어진 성욕을 잠재우는 것이고 화학적 거세는 바로 이런 점을 노렸다. 소아 기호증, 성적 피학증, 성적 가학증 등 정상적인 성행위로 쾌감을 얻지 못하는 성범죄자들에게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해 성욕을 줄여 범죄를 막으려는 것.

아동 성폭행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됐을 당시 어린 딸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화학적 거세에서 나아가 ‘물리적 거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고환 양쪽을 아예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한 처벌을 원하는 의견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거세는 신체 훼손의 문제에다 정자 생성의 기능을 영원히 상실하게 돼 인권 침해의 논란이 다분하다.

그런가 하면 화학적 거세법은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기도 전인 2008년 9월 박민식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당시에는 성폭력범에 대한 전자발찌와 치료감호제가 새로 시행되는 단계라 ‘화학적 거세’는 수면 아래 있었지만 2009년 9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뜨겁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6월29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학적 거세의 청구와 판결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검사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하는지 정신과 전문의 진단과 감정을 거쳐 법원에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한다. 법원은 15년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해 약물치료 명령을 선고하고, 약물치료 명령은 징역형 및 치료감호의 선고와 동시에 이뤄진다.

현재 화학적 거세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및 중동부 유럽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다. 특히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40%에 달하던 성범죄 재범률이 화학적 거세 대상자에게는 5%만 나타나는 등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반면 호주는 화학적 거세 도입을 검토하다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방법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예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 캘리포니아주는 아동 성폭행 등 법으로 정한 ‘강력한 성범죄’를 두 번째 저지르면 화학적 거세 혹은 물리적 거세를 해야 한다. 화학적 거세를 처음으로 권고하고 성폭행범이 이를 거부하면 물리적 거세를 시행한다. 물리적 거세도 거부한다면 모두 종신형 판결을 내린다.

덴마크는 거세법 시행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자랑하는 나라로 1929년 거세법이 제정되고 물리적 거세를 합법화한 최초의 나라다. 물리적 거세에 대한 인권 침해가 문제되자 폐기되기도 했으나 1973년부터 행동치료가 실패한 경우에 한해 화학적 거세를 적용했다. 다만 거세는 성폭력범의 신청으로 이뤄진다. 이밖에 핀란드, 독일, 체코 모두 성범죄자의 신청이나 동의에 의해 거세가 이뤄지고, 폴란드의 경우에만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없는 강제적 화학적 거세가 가능하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화학적 거세법의 특징은 징역형이나 치료감호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형사제재라는 점과 대부분의 외국 사례와 반대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인 처분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제정 화학적 거세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화학적 거세의 대상자를 ‘성도착 범죄자’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이는 성도착 증세가 없는 다른 유형의 성범죄자들에게서는 재범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특징과 문제점은 무엇?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화학적 거세는 심리치료나 인지행동 치료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적인 주사치료 성격이 강하지만 우리나라는 처벌의 목적이 중심이 됐다. 즉, 성범죄자 스스로 치료와 반성을 통해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성적 활동을 못하게 무력화 하는 제도인 것이다.

어찌됐든 국회 법안 통과 이후에도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는 ‘화학적 거세’와 관련,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공론화’ 하고 나선 만큼 시행 예정 시기인 내년 7월 ‘화학적 거세’가 실제로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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