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BJ들, 그들은 왜?

2016.03.28 10:38:40 호수 0호

사이버아이템에 벗고, 목숨 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 인터넷 방송’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청자들의 방송 프로그램 소비 욕구를 채워주는 인터넷 방송. 하지만 과도한 신체 노출, 성행위 생중계 등 돈벌이에 눈이 멀어 물불 안 가리는 BJ들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방송은 방송 내용에 대해 인터넷방송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규제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성인방송과 관련한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1회에 4000만원

지난 21일, 서울 강남역 일대와 가로수길을 돌며 여성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방송에 내보낸 남성들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위와 같은 혐의로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 중인 김모(21)씨와 오모(2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오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원룸에서 미성년자 A(18)양에게 50만원을 주고 성관계하는 장면을 그대로 인터넷방송에 내보낸 혐의로 광주지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현재 인터넷방송사로부터 방송 정지를 당한 상태다. 특히 이들은 이전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방송플랫폼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해당 방송국의 임원에게 성상납했다는 발언으로 영구정지를 받기도 했다.


위험천만한 광란의 질주를 하기도 한다. BJ 엄모(30)씨는 인터넷방송 심야 시간을 이용해 불법 레이스를 생중계하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별풍선’(인터넷방송에서 시청자가 BJ에게 주는 환전 가능한 선물)으로 용돈 벌이를 해왔다.

지난해 11월29일 오전 1시 여느 때처럼 서울 강변북로로 차를 몰고 나간 엄씨는 지인 이모(37)씨와 이모(33)씨가 벌이는 아찔한 경주를 중계했다. 세 차량은 서울 상암동에서 자양동 영동대교 북단까지 20㎞의 거리를 시속 180㎞로 내달려 7분 만에 주파했다. 단속 카메라를 피하고자 차량 번호판을 비닐봉지로 가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엄씨는 인터넷방송으로 월 약 3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BJ로, 많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몰래 생방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생방송을 본 시청자가 한 중고차거래 전문사이트에 영상을 올린 것을 보고 수사에 나섰다.

50만원 주고…미성년자와 성관계 생중계
시속 180㎞로…심야 광란의 질주 방송도

경찰 관계자는 “일부 아프리카TV BJ들이 흥미 유발을 위해 위험한 카레이싱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을 주는 난폭운전 행위에 대해 지속해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범죄가 횡행하게 된 데에는 이른바 사이버아이템을 많이 받기 위한 ‘선정성 경쟁’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하면서 받은 사이버아이템으로 하루 1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BJ가 생기면서 너도나도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보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됐다.
 

온라인상에 형성된 ‘사이버아이템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른바 ‘라이크 이코노미(페이스북 ‘좋아요’ 숫자의 경제적 파급력)’가 만들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돈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범죄가 따라붙듯, 사이버아이템으로 인한 부작용이 신종 경제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인터넷방송에서 여자 BJ에게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사이버아이템을 선물하는 경우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모 여자 BJ는 지난해 1회 방송에 4000만원에 달하는 사이버아이템을 받기도 했다. 일부 인기 여자 BJ는 1년 연봉이 2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여자 BJ의 방송을 보면 별다른 콘텐츠 없이 얼굴과 노출된 몸을 보여주는 식으로 사이버아이템을 거둬들인다. 이들 여자 BJ들에게 사이버아이템을 받기 위한 노출은 일상이 됐다.

사이버아이템을 선물하는 사람은 열혈회원과 회장 등 일부에 한정돼 있다. 이들은 국내 1%에 달하는 빌딩 소유자와 병원장, 대기업 직원이라는 등의 추측도 나오고 있다. 1% 외에 평범한 직장인도 사이버아이템 선물에 나선다. 월급 200만원의 절반을 BJ에게 쏘고 라면만 먹고 산다는 말까지 들린다.


음란방송 등 사이버아이템의 폐해는 이미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시청률 경쟁이 심화하고 BJ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방송을 추구하면서 범죄 행위가 여과 없이 공개되는 실정이다. 특히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BJ뿐 아니라 네티즌이 사이버아이템을 보내는 것 역시 범죄에 동조하는 행위임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인터넷방송 속성상 다수가 영상을 시청하면 죄의식이 줄어든다. 간접 체험으로 범죄를 접하면 심각성을 체감하기도 어렵다.

한 전문가는 “온라인을 통해 범죄를 익히면 상대적으로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법 음란 사이트 소라넷에서 성매매 정보가 대수롭지 않게 공유되거나 성폭행 모의까지 이뤄졌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모방 범죄 잇따라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이 주류 문화로 주목받는 만큼 방송플랫폼 제공 업체와 수사당국 등이 범죄 근절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TV 관계자는 “불법 방송을 뿌리 뽑기 위해 모니터링 운영원칙을 보다 세분화하는 등 감시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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