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세대교체 후 오세훈·김문수 눈길
박근혜 내년 정계개편 앞두고 직접 의원들 만나
차기권력을 잡기 위한 예비전 성격으로 펼쳐질 내년 정계 개편을 앞두고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이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계파를 넘나드는 소통행보와 현 정권을 향한 거침없는 일격, 본선에서 내보일 치적 쌓기 등 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이들이 향하는 목표점은 같다. 공통적으로 신경쓰는 부분도 있다. 정계 개편의 키를 쥔 수도권 의원들과의 연계다. 수도권 의원들도 차기권력으로 향할 이를 저울질하고 자신들의 역할론을 고민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들의 미묘한 움직임을 통해 한나라당 차기 구상을 따라가 봤다.
정치권은 2012년 대선과 관련, 당내 경선과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내년 중·후반이면 여야에서 권력구도가 요동치는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차기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세 결집이 이뤄질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정계 개편을 앞둔 움직임은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486 인사들이 중심축에 섰으며 한나라당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중 수도권에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는 이들 중 상당수가 초·재선 의원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당선된 후 그를 도왔던 이들이 대거 총선에서 수도권에 공천됐던 것.
18대 새싹 의원들
정계개편 키맨으로 등장
수도권 의원들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선상 반란’을 일으켰던 것도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또 지난 6월 지방선거 후 ‘연판장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에게 “일방주의적 국정운영을 바로 잡으라”면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에 대해 “국민들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
연판장 반란을 일으킨 90여 명의 의원 중 50여 명이 초선이었으며 이중 서울에 지역구를 둔 구상찬·권영진·권택기·김동성·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용태·김효재·신지호·유일호·유정현·윤석용·박영아·정양석·정태근·홍정욱·이범래·안형환·고승덕 의원과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김성수·김영우·김태원·김학용·박보환·이화수·손범규·주광덕 의원, 인천이 지역구인 박상은·조전혁·홍일표 의원 등 30여 명이 넘는 수도권 의원들이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이들이 대대적으로 목소리를 낸 때는 총선과 지방선거 등 자신들의 생존과도 무관하지 않은 시기들이었다. 이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정치권에 발을 디뎠지만 일단 발걸음을 시작하고 나서는 ‘자기정치’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총선과 대선은 이들에게도 중요하다. 여러 잠룡 중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를 돕느냐에 따라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나무를 자를 것이냐, 더 크게 키울 것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들이 선택한 잠룡이 차기권력을 얻지 못하면 ‘수도권 정권’이라 불렸던 현 정권의 붕괴와 함께 이들도 모진 풍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분석가들은 수도권 의원들이 다른 이들보다 발 빠르게 정계 개편을 향해 움직일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까지 수도권 민심은 대선의 향배를 결정해왔으며 2012년 대선 전 치러질 총선에서 민심의 풍향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윤곽이 그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총선으로 한발 먼저 차기권력을 향한 민심의 ‘태풍의 눈’에 들어가게 되는 만큼 빠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
당내 권력구도를 고려했을 때도 이들은 일찌감치 차기권력을 쥘 이를 찾아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친이계는 ‘형님’ 이상득 의원과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가 총리실 불법사찰 파문을 겪으면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정두언 최고위원은 아예 독자적으로 ‘킹메이커 역할론’을 자청하고 나섰다. 정 최고위원은 친이계로서는 처음으로 친박계 의원모임인 ‘여의포럼’에 발을 들인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당무 참여를 시도하는 등 차기 주자들을 저울질하는 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수요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지자체장들을 참석케 하는 것이 대권경쟁을 다각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부정하지 않는다.
정 최고위원은 “부수적으로 그런(차기 대선주자 양성) 효과가 있다면 좋은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핵심은 경쟁인데, 경쟁은 다양화될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과 차기 주자들간 연대설에는 박 전 대표보다는 오 시장이나 김 지사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미 친박계라는 세를 형성하고 있는 박 전 대표보다 오 시장이나 김 지사와 손을 잡는 편이 권력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까닭이다.
또한 ‘화합’과 ‘견제’ 사이에서 오가고는 있지만 오 시장과 김 지사가 좀 더 이 대통령과 닮아있다는 것도 무게추를 옮기게 하는 요소다.
오 시장은 ‘리틀 MB’라 불릴 정도로 이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서울시장을 차기 대권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나 치적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 등이 그렇다.
‘리틀 MB’ 오세훈이냐
MB와 각 세운 김문수냐
지난 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닮은 꼴’이 지적됐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사업인 ‘한강운하’를 겨냥, “오 시장은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드는 데 올인 중”이라며 “MB운하, 즉 한반도 대운하의 아류인 한강운하를 건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서해뱃길 사업 등은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사업이야말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리틀 MB’라 불렸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김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GTX사업은 한 정치인의 야심에 의해 시작되는 점 등 이 대통령의 대운하, 4대 강 사업 전개 방식과 너무 흡사한 쌍둥이”라며 “‘리틀 MB’ 같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수도권 의원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적지 않은 만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지지를 얻거나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대표도 지난 8월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친이계, 특히 수도권 친이 의원들과의 만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난 직후인 8월23일 강승규·김영우·조해진 등 친이 직계 의원들을 만난데 이어 지난 9월14일에는 친이계가 대부분인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박준선·유정현·이범래·주광덕·조문환 의원 등 수도권 친이계 초선 의원 5명과 친박계 이종현 의원 등 6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종혁 의원과 친분이 깊은 박준선 의원이 주선한 자리였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친이계 의원과도 만나고 싶었는데 당내에 벽이 조금 있어 부담스러울까봐 만남을 청하지 못했다”며 “이제 서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으니 현안에 대해서든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서든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당 대표 시절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공천에서 출신지 등에 대한 구분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누구든 능력 있는 사람이면 중용해왔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28일엔 마포에서 김재경·김정훈·김정권·권경석·신상진 등 영남 및 수도권 친이계 재선 의원 5명을 포함한 의원 6명이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이제 서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으니 언제든 연락해 만나자”는 의중을 전했으며 9월29일에도 친이계 홍정욱·김장수·고승덕 의원을 만났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친이계 장광근, 박상은 의원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또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표결 등을 위해 본회의장을 찾아서도 친박계 이혜훈·황진하·구상찬 의원과 친이계 박준선·조전혁·진수희 의원 등 담소를 나누던 의원들에게 다가가 어울렸다.
전략적 연대설 솔솔
잠룡들 대권 예비전 시작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가 ‘확’ 달라졌다”며 “그동안 높게 쌓여있던 벽을 허물고 소통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친이계 인사 중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거나 계파색이 옅은 이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을 끌어안으면 다시 한 번 월박, 주이야박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이 다가올수록 ‘차기권력’을 쥘 이로 시선을 두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