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논란의 9개 지역 집중분석

2016.03.07 11:20:05 호수 0호

빅매치 격전지 조용히 교통정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전장(戰場)이 그려졌다. 지난 2일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그날 저녁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안’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안은 곧이어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재석의원 244명 중 찬성 174명, 반대 34명, 기권 36명이었다. 선거구가 없어진 지 62일 만이다.



공포된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국회의원 정수는 기존 300명으로 이 중 지역구가 253명, 비례대표가 47명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대로 인구 편차를 2:1로 조정했다(인구기준일 2015년 10월31일). 말이 많았던 기준 인구수 범위는 결국 14만명 이상, 28만명 이하로 결정됐다. 인구수 최고는 27만8982명의 순천시며, 최저는 14만74명인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이다(선거구당 평균인구 20만3562명).

진흙탕 싸움 예고

선거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분구는 16곳, 통합은 9곳, 구역 조정은 5곳이다. 특히 통합이 이루어진 9곳은 기존 현역들은 물론 예비후보자들 간의 역학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중구가 기존 성동갑, 성동을에 나눠 붙었다.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통합·조정됐다.

중구 현역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정호준 의원은 중·성동을 후보자로 등록했다. 김행·지상욱·임춘목·김태기(이하 새누리당) 등과 군소정당인 정재복(가자코리아겨레자유평화통일당)·박병은(개혁국민신당) 후보와의 대결이 예상된다. 기존 성동을 현역인 홍익표 의원이 중·성동갑 후보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졌다.


부산광역시는 중·동구가 서구와 영도구로 분할·편입됐다. 따라서 명칭이 중·영도구, 서·동구가 됐다. 당초 정의화(중·동구)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영도구) 대표, 같은 당 유기준(서구) 의원 등 거물들의 빅매치가 예상됐으나, 정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잡음 없이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

김 대표가 있는 중·영도구에는 최홍·최홍배·김용원(이하 새누리당)과 더민주 김비오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치고 활동하고 있으며, 유 의원이 있는 서·동구는 곽규택·추순주(이하 새누리당)와 더민주 이재강 예비후보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는 공룡선거구가 탄생했다. 기존 홍천·횡성, 태백·영월·평창·정선, 철원·화천·양구·인제가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바뀌었다. 홍천·횡성이 분리돼 각각 다른 선거구와 합쳐졌다. 한 선거구에 5개 시·군·구가 합쳐진 모습, 면적은 서울의 10배에 해당한다.

홍천·횡성의 현역이었던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등록하고 총선을 준비 중이다. 같은 당이며 기존 철원·화천·양구·인제 현역인 한기호 의원과 골육상잔(骨肉相殘)을 벌이게 됐다.

지난 3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황 의원은 “부당한 선거구 획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출마도 고민했으나, 지역을 대표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출마를 결심했다”며 “총선이 끝나면 헌법소원을 내 자치단체 수와 면적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의 정당성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태백·영월·평창·정선 현역인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횡성이 추가된 자신의 지역구에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통합된 9곳 새 뇌관으로 떠올라
공룡선거구·골육상잔 등 내홍도

충청남도에서는 공주가 부여·청양과 통합됐다. 부여·청양 현역인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유죄를 받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공주 현역인 더민주 박수현 의원이 기존 이완구·새누리당 지지자를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박 의원은 부여군청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산업문화철도’ 건설을 통해 부여의 발전을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연상·박남신·정진석·홍표근(이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전홍기 예비후보가 지역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조금 복잡하다. 기존 정읍, 남원·순창, 김제·완주, 진안·무주·장수·임실, 고창·부안이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로 통합·조정됐다. 즉 단일선거구였던 정읍이 고창과 합쳐지면서 부안이 떨어져 나와 김제와 합쳐졌다.
 

연쇄효과로 분리된 완주는 진안·무주·장수와 합쳐졌고 임실이 남원·순창에 붙었다. 국민의당 유성엽(정읍) 의원은 바뀐 정읍·고창, 더민주 강동원(남원·순창) 의원은 남원·임실·순창에 등록을 마쳤다.


전라남도는 고흥·보성, 장흥·강진·영암, 무안·신안에서 고흥·보성·장흥·강진이 합쳐지고 분리된 영암이 무안·신안과 합쳐졌다. 특히 고흥·보성·장흥·강진에는 국민의당 김승남(고흥·보성)과 같은 당 황주홍(장흥·강진·영암) 의원에 더민주 비례대표인 신문식 의원까지 가세해 3명의 현역이 1개의 선거구에서 활동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영주와 문경·예천이 합쳐져 영주·문경·예천으로 재탄생했다. 새누리당 장윤석(영주) 의원 대 같은 당 이한성(문경·예천) 의원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 3일 두 사람은 각자 상대방의 지역구에서 출마기자회견을 가졌다.

경북에는 통합된 곳이 더 있다. 상주가 군위·의성·청송과 합쳐져 상주·군위·의성·청송이 됐다. 새누리당 김종태(상주) 의원 대 같은 당 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의원의 맞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현역 대결 관심

경상남도는 밀양·창녕, 의령·함안·합천, 산청·함양·거창이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산청·함양·거창·합천으로 통합·조정됐다. 의령·함안과 합천이 쪼개져 의령·함안은 밀양·창녕, 합천은 산청·함양·거창과 합쳐졌다. 밀양·의령·함안·창녕에는 새누리당 조해진(밀양·창녕) 의원, 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새누리당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이 등록을 마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힘 받는 야권 통합론

갈등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중앙회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앞서 ‘야권통합론’을 두고 김 대표와 안 대표가 서로를 강하게 비난했기에 과연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론은 국민의당 지도부에서 일어나는 내분 조짐으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절대불가’를 외치는 데 반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여당 압승 저지’를 위해 통합·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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