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 IT문화원장 “편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2016.02.29 10:47:20 호수 0호

<전문가 일문일답> "거대 변화 수용해 자기 것과 연결시켜야 생존가능"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자율주행차(무인전기차)가 내달부터 국내에서도 시험운행을 시작한다. 무인운전으로 무(無)교통사고시대가 열렸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기에 주행시간 동안 차 안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쇼핑할 여유가 생겼다. 보험·자동차산업, 컨텐츠와 유통시장까지 연결된 변화다.



지난해 6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초기물량 1000대가 1분 만에 매진됐다. 자연스러운 관절 움직임에 인간과의 대화도 똑똑하게 해낸다. 친구가 돼주고 일정을 관리할 뿐 아니라 수만 가지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가격은 불과 180만원.

김중태 IT문화원장은 “재미가 아니라 편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며 모바일로 운용되는 미래사회와 비즈니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가 모든 이에게 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 노키아, 팬텍, 소니 등 유수의 대기업이 몰락했다. 김 원장은 이것을 동화 <잭와 콩나무>에 비유해 ‘레드빈’이라고 명명했다. 거인까지도 쓰러뜨리는 거대한 변화를 수용해 자기 것과 연결시켜야 살아남는다는 것. 그는 ‘암묵지(형식화시킬 수 없는 지식)와 주문형 경제’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 현 정부 들어 IT산업이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ICT산업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다. 방통위 정도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보화진흥원의 경우 상급기관이 행자부를 비롯해 3개나 된다. 주관부서가 부재한 상태다 보니 업무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FBI가 이슬람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애플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우리도 테러방지법이 이슈화 되고 있고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 사건마다 특정인의 특정 통화기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테러방지법은 절대권력을 갖고 모든 시민을 감시·감청하겠다는 거다. 정상인이라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

-IT혁명으로 인해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 기업뿐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 카타르 등 수많은 국가가 쓰러지고 있다. 미국이 석유수출금지를 40년 만에 해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십 개 나라가 불과 1년 만에 끝장이 난 거다. 10년 후면 전기에너지 혁신으로 에너지 무료시대가 열리고 태양광으로 충전한 전기차(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닐 거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첫째, 위험을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후지필름 고모리 회장은 위기를 바로 인정했다. 2000년대 초반 2조원을 들여 필름 사업부문을 없애고 오랜 화학의 노하우를 살려 의약품, 화장품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에볼라 백신을 개발했고 현재는 연매출 24조가 넘는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 아모레퍼시픽도 태평양증권을 SK에 매각하고 화장품에만 집중했다. 현재 연매출 4조가 넘는다. 잘 나갈 때에도 위기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보통 개인과 중소기업엔 이것을 따라할 능력이 없다. 자기 일과의 ‘관련성’을 찾아야 한다.
둘째, ‘주문형 경제’로 가야 한다. 개인의 욕구에 따라 주문한 것을 맞춰줘야 한다. 우버택시, 음악·사진의 공유 같은 것이 예가 된다. 호텔에 투숙하면 룸키로 호텔 안에서 결제할 수있도록 해서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암묵지를 배워야 한다. 창조, 가치판단, 감성을 아우른 것이 바로 암묵지다. 이것들은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암묵지와 주문형 경제로 극복해야 한다.

모바일로 운용 미래사회 제시
“암묵지와 주문형경제가 해답”

-IT가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놨지만(형식은 달라졌지만) 한편으론 그 안의 본질은 여전히 같지 않나? 
▲ 타인에게 잘 보여서 잘 살겠다는 욕망,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권력욕은 같다. 인간의 4대 욕구 중 권력욕이 가장 크고 통제가 잘 안 된다. 페북, 인스타그램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욕망이라는 점에선 안 바뀌었다. 방법론만 계속 바뀌어왔다.  
 

- 언론계 내에도 위기의식이 있다. 앞으로 언론의 미래와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언론사도 주문형 경제로 가야 한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독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EBS 곽덕훈 사장이 2010년에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일괄 지급했는데 당시 직원들이 바쁘다며 시큰둥했다.

곽 사장은 앞으로 모바일에서 모든 컨텐츠를 볼 것이라며 EBS는 방송국이 아니라 ‘컨텐츠 서비스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전엔 학생들 보는 채널이라는 인식이 컸다. 지금은 역사채널, 지식채널, 다큐가 유명하고 매출도 2배로 늘었다. EBS 사이트를 웹표준으로 바꾸는 데 3년이 걸렸다.

우리 언론은 혁신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유일한 혁신사례는 <오마이뉴스>다. 뉴스소비자였던 시민이 기자가 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시민기자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상근기자를 늘렸다. 다음에서도 블로거뉴스를 시도했다. 직언을 하니까 여러 말이 나오고 그러면서 폐지됐다.

그나마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대기업인 CJ와 중앙일보(jtbc)정도다. 나름대로 독립성도 보장해 준다. 잡지도 다 사라졌다. 대신 분야별로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현 시대엔 커뮤니티가 잡지를 대신한다.      

-노인세대는 전근대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사회를 거쳐 21세기 정보화사회까지 살아왔다. 엄청난 사회변동을 전세대가 겪고 있다. 김 원장이 속한 세대(60년대생)가 더 그런 것 같다.
▲ 요즘 30대 중반까진 칼라세대다. 우리 세대는 흑백에서 칼라로 넘어가는 시대에 태어났다. 부모님 세대는 흑백세대다. 우리 세대는 불량식품, 전자오락, 만화에 대한 추억과 감성을 갖고 인터넷을 경험했다. 구시대와 칼라시대 사이에 끼인 세대라는 것이 장점이다.

양쪽 시대가 융합된 사고와 경험이 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장점이 되고 잘못 활용하면 이도저도 아닌 불행한 세대가 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불행한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20대는 적응할 능력이 있어서 현재는 힘들어도 앞으로는 잘 될 거다.    

-지금까지 강연을 얼마나 다녔나?
▲ 정부기관, 기업, 연구소 등으로 한달 평균 20회, 연간 300회, 매일 1회씩 강연해왔다. 2011년께 삼성만 일주일에 2번씩 80번을 갔다. 당시 삼성 임직원이 2만명이었다. 전경련 강의는 동영상이 현재까지 700회 정도 재생됐다. IT전문가들을 대신해 전달하고 해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 내가 전문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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