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침대 회장님의 두 얼굴

2016.02.29 10:41:33 호수 0호

내가 하면 실수 남이 하면 불법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별이 5개!’ 다소 촌스런 광고로 국민들에게 익숙한 장수돌침대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그동안 숨겨왔던 두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서다.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5개!’

장수돌침대가 화제다. 또 다른 유형의 갑질 때문. 며칠 사이 기사가 쏟아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재계 호사가들은 물 만난 모양새. ‘회장님’ 얘기로 떠들썩하다.

신화와 비화

“집사람이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뼈가 약해졌어요. 날마다 누워 있다시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돌찜질기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아내의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은 그날 이후 연구를 시작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지금의 장수돌침대다. 1992년 회사를 세운 최 회장은 연간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건강침대시장를 ‘접수’했다. 장수산업은 2014년 기준 3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5억원, 순이익은 19억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장수돌침대의 시작은 한 남자의 아내 사랑에서 비롯됐다”며 “아내를, 그리고 가족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돌침대, 그 진한 가족사랑의 온도를 그대로 소비자에게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최 회장이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숨겨왔던 두 얼굴이 드러나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성공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

돌침대 신화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짝퉁과의 전쟁’이다. 최 회장은 ‘장수’ 명성에 편승하려는 비슷한 브랜드가 난립하자 유사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보고 ‘찍어내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먼저 특허, 실용신안, 상표 등 지적재산권(300여개 보유)을 강화했다. 동시에 2005년부터 운영한 법무팀을 동원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 지금까지 상표권 침해 고발건수는 300여건이 넘는다. 등록무효, 손해배상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10여건에 이른다.

그 결과 이미 두 차례나 등록상표와 비슷하게 표기해 판매한 것은 상표법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유사 브랜드들이 장수돌침대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란 판단이다. 장수산업은 2013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장수돌침대 상표권 및 상호 사용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장수돌침대 상표·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해온 업체와 대표를 처벌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게 장수산업의 반응. 회사 측은 유사제품을 판매해온 업체와 대리점 수백 곳을 정리했는데, 지금도 시중에 100개 이상의 ‘도둑 점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 회장은 틈날 때마다 언론에 “짝퉁 때문에 못살겠다”고 토로한다.

사실 ‘짝퉁과의 전쟁’만큼 장수돌침대가 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TV CF다.

유사품 엄중…광고 논란엔 ‘뭉그적’
성공 과정서 이중적인 잣대 입방아

최 회장이 직접 출연해 다소 촌스런 콘티로 어색하게 연기한 게 오히려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빠르면 3개월마다 바뀌는 최신 광고와 달리 20년 가까이 똑같은 장면을 내보내 각인효과가 컸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얼굴은 얼마 전 CF 비화가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당장 ‘내가 하면 실수, 남이 하면 불법’이란 비판이 나올만하다. 장수돌침대 광고에 출연했던 한 모델의 사연이 도화선이 됐다.


장수산업은 모델료로 구설에 올랐다. 1999년 장수돌침대 첫 TV 광고 여성모델인 최모씨에게 촬영 당시 25만원을 지급한 후 추가 모델료 없이 해당 광고를 계속 내보낸 게 문제가 됐다. 무려 17년 동안이다. 행사장 내레이터 모델로 활동하던 최씨가 찍은 광고는 지금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장수산업으로선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최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17년 전 급하게 방송 광고를 만들었는데 당시 광고모델과 종신계약을 맺고 30분 만에 찍었다”고 밝혔다. 이를 본 최씨는 지난 1월 장수산업에 계약내용증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최 회장은 “최씨를 만나 작은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뜻을 뒤늦게 밝혔지만, 세간의 따가운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장수돌침대 광고와 관련해 모델료 논란에 이어 문구 저작권 시비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카피라이터 황모씨는 최근 ‘별이 5개’ 광고문구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저작권등록증을 제시했다. 장수산업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별이 5개’문구는 최 회장이 만든 것”이라고 발끈했다. 나아가 황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입었다며 엄중히 법적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장수산업은 업계에서 고소·고발 잘하기로 유명하다”며 “남들한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사의 실수는 그냥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 시비…

‘정도’만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던 최 회장. 여기까지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구설에 오르는 통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20여년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설’ 장수돌침대 실적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장수돌침대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흙침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장수돌침대는 지난해 흙침대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17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장수돌침대는 지난해 6월 ‘장수흙침대’를 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충주 수안보에 천연 흙침대를 생산하는 장수바이오믹스 공장을 설립했다. 회사 측은 “2014년 6월 장수흙침대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나온 호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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