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전설의 호빠선수‘레드모델바’ 대표 김동이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②

2010.10.05 11:23:11 호수 0호

“으악! 팬티 속에 팁이 17만원씩이나…”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결국 테이블에 올라가 난생처음 나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만나는 여자한테는 절대로 마음 줘서는 안 돼”   


■ 첫 출근, 첫 초이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첫 출근에, 첫 초이스에서 여자 손님에게 선택됐기 때문이다.
초이스는 무난히 됐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초이스부터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던 듯싶다.
그러나 문제는 룸에 들어가서부터였다. 어떻게 하는 줄 알아야지 여자 손님에게 서비스를 할 것 아닌가.
다른 선수들이 하는 대로 술도 따르고 안주도 먹여주고, 담배를 피우면 불도 붙여줬다.
하지만 이런 곳을 많이 경험한 손님들에게는 나의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여지없이 발각됐다.
“너 언제 왔어?”
거짓말 시킬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어차피 초이스가 됐으니 다시 무를 수도 없을 테니까.
“그래? 그럼 오늘 내가 아다라시를 앉힌 거네?”
여자 손님의 얼굴에는 갑자기 화색이 도는 듯 했다. 그때부터 신고식에 대한 집요한 압박이 시작됐다.
어설픈 춤과 노래를 하자 곧 음악이 꺼졌고, ‘그것 밖에 못하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테이블에 올라가 난생처음 나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나마 몇 년간 모델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끼를 키워왔기 때문일까.
술기운까지 더해지면서 마치 베테랑 호빠 선수가 된 듯 분위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독한 위스키향이 온 몸으로 번졌고 웃음소리는 귓가를 때렸다.
그렇게 3시간….
손님들이 모두 나간 뒤에 화장실로 가서 팬티 속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 꽂혀있던 팁 17만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하-!내일 받을 테이블 차지 8만원을 더하면 단 한 테이블에서 25만원. 두 테이블을 뛰면 50만원, 세 테이블을 뛰면 75만원…. 정말이지 놀라운 금액이었다.
사실 테이블 안에서는 자존심이 슬쩍 상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선수’라는 사실을 잊었다면, 그리고 술기운이라도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자존심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이제 방세 걱정도 없고, 곧 좋은 차도 몰 것만 같았다. 대기실에 가보니 병구는 그저 시무룩하게 앉아있었다.
오늘 한 테이블도 뛰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자, 내가 한잔 살게.”
다음날 점심쯤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전날 밤은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 있었다.
속도 쓰리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돈’이라는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어제 그 여자 손님들은 오늘 아침이 허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모두들 취했지만, 그녀들은 돈을 썼고, 나는 돈을 벌었다. 나는 매일 매일 이길 듯 했다.
아침에 끼니를 걱정하며 라면 물을 끓이던 과거도 지난밤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두툼한 지갑을 척, 하니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점심을 사 먹으러 나섰다.

■ 설레는 마음
다음날 병구는 다시 기분 좋은 얼굴로 출근을 했다. 비록 자신은 손님을 못 받아도 자신이 소개시켜준 내가 손님을 받으니 더할 수 없이 기뻤던 모양이다.
‘이제 곧 동이가 에이스가 될 거야’라는 말을 주변에 퍼뜨리고 다녔다.
나의 생각은 온통 돈이 지배했다. 에이스가 되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돈을 벌 것은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출근에서 꼭 호빠 선수들에게 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제에 이은 두 번째 초이스. 사실 나는 속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나를 좀 선택해주길!’
하지만 그때만큼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하얀 피부에 청순한 얼굴. 듣기로는 룸살롱 마담이라고 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 여자였다. 거의 연예인에 가까웠다. 아무리 호빠 선수라고 해도 저런 여자와 같이 앉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술을 먹고 싶었다. 비록 그녀는 손님이고 나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함께 할 수 있는 순간 자체가 간절했다. 그녀가 마음의 결심을 끝낸 것 같았다.
“저 사람으로 앉혀주세요.”
나였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자신감이었다. 정말, 내가 병구의 말처럼 에이스가 돼가고 있는 것일까?
저벅 저벅 걸어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래도 두 번째 날의 두 번째 손님이었다. 떨 필요도 없었다.
어제처럼만 하면 되리라.
하지만 은영씨는 노는 방식이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룸살롱 출신이라 신고식 같은 건 시키지도 않았다.
어차피 알거 다 아는 업소 관계자라서 그럴까.
그녀들은 그저 조용히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한 후 자리를 끝냈다.
알고 봤더니 그녀는 그냥 룸살롱 마담이 아니었고 ‘텐프로 마담’이었다.
텐프로라면 최고 중의 최고의 외모만 갖춘 여성들이 일하는 곳.
그녀를 만난 이후,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모델 일을 할 때에는 생활에 찌들어 이런 생각 자체를 하기 힘들었다.
물론 예쁜 모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감생심. 무명 남자 모델이 뭘 넘보랴.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손님과 선수지만, 언감생심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병구 밖에 없었다.
늘 가던 감자탕 집에서 병구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동이야, 여기에서 만나는 여자한테는 절대로 마음 줘서는 안 돼. 손님하고 사랑은 절대 금물이라고. 그냥 단물 빼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그 여자들도 그런 식으로 너를 생각할 뿐이야. 그냥, 호빠 선수. 가서 돈 주고 데리고 노는 남자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하지만 병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때에도 내 머릿속에는 은영씨의 모습이 선했기 때문이다.
반쯤 풀린 퍼머 머리는 오히려 세련되게 보였고,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미소는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녀의 귀와 목에 있던 은빛 액세서리들은 반짝반짝, 내 눈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근데 첫날 온 여자 손님 연락처 땄냐?”
“연락처를 따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 다음 날 전화 왔으니까.”
첫날 나를 초이스 해준 여자 손님의 이름은 명자였다. 사실 은영씨만 아니었다면 그녀와 어떻게 해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업은 사채업자. 남자 친구 없는 솔로. 돈 많고 시간 많은 여자. 그리고 나를 은근히 좋아하는 듯한 눈빛. 병구의 말대로 그녀에게서 ‘단물’을 빼먹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했다.
“넌 인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임마! 근데, 명자씨하고는 어떻게 연락이 된 거야? 전화번호라도 딴 거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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