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황제’ 봉 사장 정체 추적

2016.02.22 11:07:05 호수 0호

10번 단속 당했는데 영업정지는 '0'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사자 이모씨가 경찰에 뇌물과 성접대 등을 제공하고 그들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더 큰 논란을 낳았던 사건이다. 이런 ‘강남 룸살롱 황제’에 이어 ‘강북 룸살롱 황제’에 대한 수사가 시작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출현으로 다시금 경찰, 세무서 상납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이 강북에서도 재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북 룸살롱 황제’라고 불리는 봉모씨에 대해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북창동에서 대형 주점 2곳을 운영하는 봉씨. 여종업원 숫자만 130명이 넘고 인근 주점 중 최고의 매출을 자랑한다. 그는 18년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성매매를 해왔음에도 단 한 번도 영업정지를 당한 적이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경찰이 봉씨의 업소에 성매매 단속을 나간 건 10번. 이 가운데 9번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초대형 룸살롱
상납리스트 있나

2012년 경쟁업소 관계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성매매 현장에서 직접 신고를 함으로써 단 한 번 덜미를 잡혔지만 이때도 영업정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봉씨가 세무서와 경찰 등에 정기적으로 상납해 이들의 비호를 받아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구청 직원은 “전임자 또는 누군가가 놓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만을 내놨다.

2013년 봉씨 업소에 대한 세무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 봉씨는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주모씨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사장’ 자리에 앉혔다. 대신 세무조사를 받게 된 주씨는 당시 조사 과정이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주씨는 “세무서에 들어갈 때 형님이라고 했다. 너무 반갑게 맞아주고 음료수도 따줬다”고 했다. 봉씨와 세무서 직원이 형 동생하는 사이였다는 것.

고용된 바지사장이 ‘상납 고리’ 폭로
경찰·세무서 정기적 거래 정황 포착


조사 내내 봉씨가 옆에서 당당히 대답할 내용을 불러주기까지 했지만 담당 조사관은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씨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봉씨는 단속반이 언제 오는지까지 미리 다 알고 있었다.

세무조사를 통해 나온 추징 세액은 28억원. 봉씨는 주씨에게 곧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며 필리핀으로 도피할 것을 지시했고, 주씨는 수배가 떨어지기 나흘 전 밤 비행기로 필리핀으로 도망쳤다. 도피생활에 지친 주씨가 자수하려고 하자 봉씨가 필리핀까지 찾아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봉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관할 경찰과 세무서·구청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주씨는 매달 100만∼200만원을 상납했고 주점에서 정기적으로 회식을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 확보를 위해 봉씨와 사업관계에 있는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4년 전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의 기억 때문이다. 강남 황제로 불리는 이모씨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강북의 봉씨는 한때는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이씨와 봉씨는 함께 북창동 일대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가게를 차렸고 이를 바탕으로 이씨는 강남으로 진출해 큰 업소를 키웠고, 봉씨는 강북에서 자리를 잡았던 것.

‘원조 황제’ 이씨는 2000년대 초반 서울 북창동에 룸살롱을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씨는 검은 거울을 통해 여종업원 대기실을 들여다보며 파트너를 고르는 ‘매직 미러 초이스’를 도입했으며 경기침체기 강남 유흥가에 ‘낮 손님 할인’을 뜻하는 ‘조조할인’ 등을 개발하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룸살롱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이씨는 사업이 커지자 경찰 단속을 사전에 막기 위해 경찰들에게 뇌물을 정기 상납했다. 전성기 때 이씨는 강남 룸살롱 10여 곳을 불법 운영하면서 한해 1000억원 넘게 벌어들였지만 경찰 등 권력기관에 상납해가면서 비호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의 상납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된 경찰관들로부터 Y룸살롱에서도 경찰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룸살롱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Y룸살롱은 실소유주 김모씨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월 100만∼200만원씩…주점서 회식도
수사 시작되고 수배 직전 해외 도피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들어주기까지 했고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유흥업소로 기록될 만큼 물이 좋기로 소문이 난 업소였다. 김씨는 서울 강북에서 저가형 룸살롱으로 시작해 강남에 입성한 이씨와는 달리 1980년대 중반 강남 한복판에서 ‘중가형’으로 입지를 키우다 2005년 논현동에 호텔을 짓고 이 업소를 차렸다.

경찰은 곧바로 Y룸살롱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김씨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최근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남 밤 문화의 상징이었던 Y룸살롱은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상납리스트의 존재 유무다. 이씨의 전례로 비추어 봤을 때 상납리스트는 존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리스트가 발견되면 다시 한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 상납리스트의 유무로 인해 관련 경찰과 세무서에는 긴장기류가 휩싸이고 있다.

비호 의혹 제기
검찰 수사 확대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봉씨는 필리핀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3월 입국 예정이다. 검찰은 봉씨가 입국하기 전에 기초조사를 마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주씨의 진술을 토대로 세무당국 등 권력기관과 봉씨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할 방침으로 이번 사건이 경찰 18명의 옷을 벗긴 ‘강남 룸살롱 사건’이 강북에서 재연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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