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부천 어쩌다…

2016.02.22 10:55:06 호수 0호

툭하면 살인…강간의 천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아들 살해 후 시체 훼손, 딸 살해 후 1년간 방치. 얼마 전 국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던 두 사건은 몇 개월 사이 경기도 부천시에서 연속으로 벌어졌다. 각종 범죄순위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는 부천시. ‘범죄도시’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강력범죄 건수 4년 연속 1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던 부천시는 그 충격으로 ‘안전도시·범죄없는 부천 만들기’를 선포했다. 범죄율 최고라는 부천의 도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부천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로 그동안 부천에서 일어난 강력범죄들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

지난달 15일, 아들을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냉장고에 보관한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 부천시에서 일어났다. 이때만 해도 사건의 잔혹함에 묻혀 사건이 일어난 부천시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들 토막살해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월3일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서울신학대학교의 겸임교수이자 현직 목사인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가 자신의 작은 딸 이양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하고 1년 동안이나 자신의 집에서 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백골 여중생 시신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가해자가 신학대학 겸임교수이자 목사였다는 점에서 개신교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큰 사건이었다.

동시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및 친부모에 의한 잔혹한 살인사건이 또다시 부천시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부천시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2011년 6월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여월공원에서 신원 불명의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당일 공원을 거닐던 77세 김모씨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고,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마네킹이 아니라 시신이었던 것. 심하게 부패되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자된 시신을 보고 김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으나, 시신의 손가락, 발가락이 모두 잘려나가 지문을 확인할 수 없었고 얼굴은 예리한 쇠붙이로 심하게 난자되어 시신의 신원 파악은 불가능했다.

다만 부검을 하면서 알아낸 것은 40대 여성이라는 것과 158cm의 보통체형, 사망시점은 최소 2∼3개월이 경과 됐을 것, 오른쪽 엉덩이에 검은 반점. 또 인공치아 시술과 치아 신경치료 흔적, 다소 특이한 형태의 치아 형태와 치료방법으로 경찰은 피해자를 치료한 치과의사를 찾을 수 있다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대한치과협회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결국 알아내진 못했다.

한 달 새 잇단 강력사건…범죄소굴 오명
4년 연속 강력사건 건수 1위 ‘불명예’

법의학자들은 시신의 손가락, 발가락이 모두 잘려나간 것에 주목했는데 이는 지문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증거이기에 만약 신원만 파악할 수 있다면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시신 전체를 CT 검사하고 두개골을 3D촬영하여 가상 얼굴을 복원했다. 경찰은 복원된 얼굴을 토대로 수배지를 작성해 부천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 공고했고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실종된 자신의 이모 최모씨인 것 같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생김새, 체형, 실종사실, 엉덩이의 검은 반점까지 동일했다.

경찰은 이에 기대를 걸고 DNA 분석을 의뢰했지만 DNA 판정 결과 시신과 최씨는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시신은 화장돼 아직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2014년 11월 부천시 원미구에서는 이웃집 자매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당시 피의자 김모씨가 한두 달 전부터 이웃집에 살던 최씨 자매와 주차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했다.

미혼인 김씨는 일정한 직업없이 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다. 김씨의 가족은 김씨가 평소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이 조사한 병원진료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과 2011년 2차례 일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 밝혀졌다.

지난해 전국 250개 경찰서 가운데 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은 범죄가 발생한 곳은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부천 원미경찰서 담당 지역에서는 전국 경찰서 가운데 가장 많은 2만1190여 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어 서울 강남경찰서가 2만1090여 건으로 2위, 서울 송파경찰서가 2만20여 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그리 크지 않은 부천시에서 특히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천시의 인구는 약 87만명 정도다. 이미 개발된 신도시인 중동과 상동의 인구가 많고 그 밖에 소사나 역곡 등지에 조성된 아파트단지에도 상당한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수원, 성남, 고양시와 비해 면적이 턱없이 좁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지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인구밀도는 서울 다음으로 부천시가 2위로 전국 최상위권의 인구밀도를 자랑한다. 이렇게 인구가 많이 집중돼 있는 곳은 사람들 사이의 접촉도 자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으며, 범죄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시환경도 문제

부천의 높은 성범죄율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율이 도시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롯데백화점 인근 먹자골목과 상동 세이브존 일대는 이른바 스포츠마사지로 위장한 유사 성매매 업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여대생 마사지, 휴게텔, 여대생 키스방 등 불법퇴폐 유해간판이 어둠을 밝히며 자극적인 사진이 실린 전단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범죄 전문가는 “교육청과 시청, 경찰 등 행정당국 간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더 이상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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