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남발' 친반연대 현주소

2016.02.22 10:53:36 호수 0호

야심차게 출발했는데 '벌써 삐그덕'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맞물려 주목받았던 친반연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20대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총선이 50여 일 남은 지금까지 친반연대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일까? 야심차게 출발했던 친반연대의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던 친반연대가 20대 총선이 50여 일 남은 지금까지 후보자를 단 한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었다.

결국 해프닝?

‘친반’은 ‘친(親)반기문’의 약어로 친반연대는 ‘반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반 총장 측은 친반연대는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라며 펄쩍 뛰었지만 차기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 반 총장의 지지자들이 처음으로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반연대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컸다. 하지만 친반연대 창당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반연대는 출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도 친반연대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친반연대에 합류한 유력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친반연대의 출범 소식이 알려진 후 3개월이 지났다. <일요시사>가 지난 16일, 친반연대의 사무실을 다시 한 번 찾아가 봤다. 현재 친반연대의 임시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무척 허름한 주택가 골목 구석이다. 내부는 작은 사무실로 꾸며놨지만 외관은 일반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많은 언론들이 사무실을 방문해보곤 친반연대가 사실상 유령단체가 아니냐는 분석을 했었다.


하지만 친반연대의 장기만 대표는 지난 해 12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곧 여의도에 정식 사무실을 개소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미 사무실의 내부공사가 마무리 단계고 당원들과 언론인들을 초청해 개소식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반연대가 여의도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개소하면 이 같은 논란은 어느 정도 불식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2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반연대의 여의도 사무실 개소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장 대표는 여전히 방배동 임시 사무실에 머물고 있었다. 방배동 임시 사무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장 대표는 여의도에 정말 사무실을 얻은 것은 맞느냐고 묻자 ‘이미 준비가 다 끝났지만 사정이 있어 입주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정인지 물었지만 장 대표는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며 다소 횡설수설할 뿐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전 총리 참여하고 사무실 마련한다더니…
예비후보 등록 한명도 없이 황당한 공약

아직까지 친반연대 후보가 한 명도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리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 운동을 해봐야 유권자들 눈에는 다 똑같은 정치꾼들이고, 선거 공해로 눈살만 찌푸릴 뿐”이라며 “3월10일까지 창당 작업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친반연대도 당내 경선을 해서 공천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것 아니냐고 묻자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 출마할 후보들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그제서야 속사정을 조금 드러냈다. 장 대표는 “아직까지 후보자 모집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곧 여야 공천이 시작돼 공천 탈락자들이 속출하면 친반연대로 짐 싸들고 오는 후보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다소 황당한 계획도 공개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만 명을 친반연대에 자원봉사자로 등록시켜 선거운동에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이들을 추후에 모두 특수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하자 장 대표는 ‘이들은 반기문 노벨평화상 추천 서명운동 봉사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노벨상 추천 서명운동은 선거활동이 아니니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특수 공무원으로 채용되지만 국가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홍보활동 봉사자들로부터 후원금을 걷어 당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홍보요원들을 지역 네트워크로 이용해 선거운동에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본인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지만 출마 예상지는 동작구라고 했다. 장 대표는 해당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정면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출마 지역구로 동작구를 선택한 이유가 다소 황당했다.


장 대표는 조만간 우체국 택배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정해준 담당 구역이 동작구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택배 배달을 하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무척 신선한 시도지만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후보자가 우체국 택배 일이 해당 지역에 배정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해당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주장은 유권자 입장에선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친반연대를 이끄는 것은 장기만, 김윤한 두 공동대표다. 두 사람은 모두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장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서울 강서갑에 국민행복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한마음교회 목사 등을 역임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7년에는 17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곤 “택시 5만 대, 선교사 10만명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겠다. 유엔을 한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 대표도 정치 이력이 있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경북 안동에 출마했으며 안동 시장 선거에도 몇 번 도전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반연대는 2000만명의 당원을 모으겠다는 공약으로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정당의 당원수를 다 합쳐도 500만명이 안되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냐고 묻자 장 대표는 계획이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20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반 총장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동시에 당원 가입을 유도해 500만 명의 당원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 유엔 사무총장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서명운동을 한 사람들이 잠재적인 (친반연대의) 당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리수 남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반연대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계획이 그럴 듯 해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민낯이 드러난 듯하다”며 “친반연대는 결국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도용해 벌어진 정치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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